연합뉴스

이베리아서 현생인류와 안 마주쳐

(서울=연합뉴스) 이베리아 반도 북쪽에서 밀고 내려오는 현생인류에 쫓겨 약 3만~3만 5천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반도 남부 지역에서 마지막 피신처를 찾았을 것이라는 추정은 1990년대 초부터 학계에서 널리 인정돼 온 가설이다.

그러나 최근 스페인과 영국, 프랑스, 호주 등 국제 연구진이 첨단 기법으로 이 지역 유물들의 연대를 분석한 결과 기존 연대 측정치와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져 기존 가설들의 기반이 흔들리게 됐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4일 보도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이베리아 남부의 11개 유적지에서 발굴된 뼈 215개를 기존의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 외에 뼈 속 콜라겐 시료에서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초미세여과법, 최소의 시료만이 요구되는 가속질량분석법(AMS) 등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뼈의 연대가 약 4만 5천 년~5만 년 전이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심지어 어떤 뼈는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기술의 최고한도인 5만 년 전 이전의 것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생인류는 가장 가까운 친척 뻘인 네안데르탈인을 비롯, 멸종한 인류들과 지구상에 한때 공존하며 교배도 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공존하고 유전자를 교환했는지는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네안데르탈인 최후의 거주지로 알려진 이베리아에서 나온 증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은 같은 지역에 살긴 했지만 그 시기는 수천 년이나 차이가 나 서로 마주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학자들은 "오늘날 현생인류의 DNA 중 1~4%를 차지하는 네안데르탈인의 DNA는 이 두 집단이 교배했음을 보여주는 유전학적 증거이지만 이들 사이의 교배는 아마도 이보다 일찍, 현생인류가 유럽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지금의 이스라엘과 시리아를 포함한 레반트 지역에서 네안데르탈인과 교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11개 발굴지 가운데 말라가주의 자파라야 동굴과 과달라하라주의 자라마 제4구역 등 두 곳에서 나온 뼈 8개에서만 콜라겐을 추출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야생 염소의 뼈는 종전에 3만 3천300 년 전 것으로 추정됐으나 새로운 분석 결과 4만 6천700 년 이상 전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지금까지의 연구로 보면 네안데르탈인이 유럽 본토의 다른 지역보다 이 곳에서 더 오래 생존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초미세여과법은 다른 고고학 발굴지에서도 증거물의 기존 연대를 큰 차이로 새로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인류가 이베리아 반도 북부에 등장한 시기는 약 4만 2천 년 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4만 2천 년 전 이후에 네안데르탈인이 이 지역에 살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지역에서 두 집단이 공존하지 않았음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youngnim@yna.co.kr

☞ 총리 후보자 先지명 후 靑비서실장 발표 가닥

☞ KBS '광고천재 이태백' 첫 회 시청률 4.3%

☞ <제주해군기지 돌출형 부두 설계변경 어떻게?>

☞ <손흥민 "함부르크와 재계약? 윈-윈했으면">

☞ 방한 중화권 관광객, 작년 처음 일본 추월

<연합뉴스 모바일앱 다운받기>

<포토 매거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