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 생산차질 핵심은 '나사'

2012. 11. 1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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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AS센터에 분해 의뢰갤럭시보다 5배 많은 54개..조립공정 복잡해져

애플 신형 스마트폰인 아이폰5가 물량 부족으로 국내 출시가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아이폰5 생산 차질 이유가 다름아닌 제품에 쓰인 50여 개나 되는 나사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보통 스마트폰에는 나사가 10~12개 들어가는 데 비해 아이폰5는 이보다 5배나 많은 나사가 쓰여 조립공정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15일 매일경제신문이 아이폰5를 입수해 사설 AS센터를 통해 분해한 결과 아이폰5에 사용된 나사 수가 5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제품인 삼성전자 갤럭시S3에 사용된 나사는 10여 개에 불과했다.

이는 애플이 아이폰5에 1000개가 넘는 부품을 사용한 결과다. 반면 삼성전자는 기능별로 부품을 한 묶음으로 만드는 모듈화에 성공해 부품 개수를 현저히 줄였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이폰5처럼 많은 나사가 쓰인다면 제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직접 제조를 하는 업체들은 부품 수를 철저히 줄여 생산 공정을 단축하는 게 경쟁력을 높인다는 걸 알지만 애플은 이런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아이폰을 직접 제조하지 않고 대만 제조사인 폭스콘(공장은 중국) 등을 통해 ODM(제조자 개발 생산) 방식으로 공급받는다. 애플은 지금까지 자체 공장을 단 한 개도 보유하지 않은 채 협력회사의 대량 납품과 값싼 중국 노동력으로 제품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아이폰5 출시 후 애플과 협력사ㆍ위탁제조업체들 사이에 금이 가면서 제품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애플이 설계 과정에서 제조 협력업체들 번거로움 등은 고려하지 않은 결과 이 같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이 직접 아이폰5 물량을 맞추기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궈타이밍 회장은 문제가 되는 디자인 부분이나 애플 요구와 실제 생산 간 차이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사 개수에 따라 조립 공정에 투입되는 라인이나 인력 등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뒤판을 기존 강화유리 대신 알루미늄판으로 바꾸면서 흠집이 많이 발생했다. 이에 대한 고객 불만이 이어지자 애플은 제조사에 더 엄격한 검사를 하도록 압박했다. 지난 5일 허난성 정저우 폭스콘 공장에서 3000~4000명이 집단 파업을 벌인 이유도 '품질검사 강화' 때문이었다.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애플 공급량을 늘려온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영업이익률이 3.3%에 그쳤다.

구자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물량이 늘어나도 공동 투자나 선급금 등 방식으로 지급하면서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철저한 품질 관리를 한다"며 "애플에 LCD 패널을 공급하는 규모가 전체 매출 중 30%에 이르지만 LG디스플레이 영업이익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9300만대를 판매했다. 올해는 1억대 이상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협력사와 긴밀한 관계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팀 쿡이 애플 사령탑을 맡으면서 혁신보다는 안드로이드 진영인 삼성, HTC, 모토롤라 등과 잇달아 소송을 벌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애플이 혁신에 한계를 보이면서 애플 제품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도 떨어지고 있다. 최근 SA가 '아이폰 사용자 충성도'를 조사한 결과 서유럽 지역 아이폰 사용자 중 재구매 의사를 밝힌 사람은 전체 중 7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88%보다 줄어든 것이며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등장한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중 아이폰을 재구매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전체 중 88%로 지난해(93%)보다 줄었다. 애플이 휩쓸다시피 한 태블릿PC 분야에서도 점유율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3분기 태블릿PC시장에서 아이패드 점유율은 50.4%로 지난해 59.7%보다 감소했다.

[이동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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