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SK 삼성은 보조금 협잡을 끊으시라

2012. 11. 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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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데스크 칼럼]

이동통신 시장에서 쓰이는 '보조금'이란 말에는 음모와 협잡의 악취가 풍긴다.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와 단말기 제조회사가 휴대폰 유통 과정에서 소비자를 기만해 사익을 취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로서의 혐의가 짙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이 말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이 쓸 단어가 아니다. 보조금은 원래 '정부나 공공 단체가 기업이나 개인에게 교부하는 돈'을 가리킨다. 특정 산업을 육성하거나 특정 시책을 장려하기 위해서 지급되는 돈이다. 예를 들어 FTA를 도입함으로써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농민들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보조금 지급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정부나 공공 단체다.

정상적인 시장에서라면 기업은 이 말 대신 '할인'이라는 용어를 쓴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원리에 따라 기업이 펼치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 가운데 하나가 할인 정책이다. 할인은 그래서 기업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스스로 온전하게 책임을 지는 경영 기법이다. 어떤 할인이든 소비자로서는 전혀 피해 볼 게 없으므로 어느 나라 어느 시장에서든 '지나친 할인'이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 폭이 클수록 도움을 받을지언정 폐해라 부를 만한 일은 없다는 뜻이다. 기업도 고도의 경영 판단으로 언제나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할인을 할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피해볼 일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할인을 지나치게 해줘 문제라고 난리법석이다. 참 이상하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소비자는 할인을 많이 해준 기업에 감사해야 할 일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 회사나 제조사 모두 욕먹기 바쁘다.

소비자가 욕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할인은 할인이로되, 그 할인은 보조금이라는 용어 속에 은폐된 '소비자 기만 수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진작부터 들통 났기 때문이다. 가격을 잔뜩 부풀려놓고 할인해준다고 생색내면 누가 고마워하겠는가. 더구나 그 보조금이라는 것의 혜택 또한 소비자 골고루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이동통신사 이익에 맞춰 특정 소비자와 단말기에만 집중된다면 대다수의 소비자는 이치적으로 손해를 보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소비자는 이미 다 꿰뚫고 있는 상황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자는 수작이다.

더 웃기는 수작도 있다. 대선 정국에서 과도한 통신료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는 요즘들어 그 원인이 턱없이 비싼 단말기 가격 때문이라며 그 책임을 제조사에만 전가하고 있다. 그런 요소가 아예 없다고 말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참으로 가관이고 적반하장인 주장이다. 애당초 그런 유통구조를 만들어 놓은 게 누구란 말인가.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국내 단말기 유통시장의 절반 이상을 독차지하면서 절대 권력을 갖고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서 보조금의 폐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장본인이 아닌가 말이다. 통신비용 거품의 주범이 이통사라면 제조사는 종범일 뿐이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 등은 보조금 폐해를 막기 위해 이동통신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최고경영자를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모양이다. 노력인즉슨 가상하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 못 짚었다. 보조금의 본질이 할인이라면 이 의원의 안은 결국 소비자 피해를 불러온다. 부풀린 가격을 정상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보조금마저 제한한다면 소비자는 더 많은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은 할인이야말로 기업 사이의 공정경쟁이 소비자에게 주는 최대 혜택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보조금의 액수를 제한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기업이 감내할 수 있다면 할인은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닌가. 그것을 법으로 제한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는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동시에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제한하는 반(反)시장적인 조치라는 반발까지 불러올 수도 있다.

해법은 유통구조 혁신을 통해 공정경쟁을 촉진하는 데 있다.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의 유통 독과점 구조를 깨는 게 첩경이다. 서비스와 단말의 분리 판매 강화가 그 방법이다. 모든 정책이 이곳으로 집중돼야 한다. 설사 같은 매장에서 팔더라도 이통사가 특정 모델에 대해 제조사로부터 돈을 받아 단말을 할인해주는 구조만은 막아야 한다. 단말 할인은 제조사가 직접 소비자에게 공표하게 해야 한다. 서비스 회사는 의무 약정 가입자 등한테 요금을 할인하는 방식으로 경쟁하게 해야 한다.

서비스나 단말기 모두 더 할인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제조업체 한 임원은 기자한테 실토했다. "1등 회사와 경쟁하기 위해 출고가 100만 원 짜리를 아예 까놓고 70만원에 내놓으며 치고 나가자고 경영회의에서 말했다가 봉변을 당했습니다. 지금 유통구조에선 자살 정책이라는 거죠." 출고가에는 애초부터 받을 생각도 아닌 돈 30만원이 부풀려 있다는 뜻이다. 이 돈은 이통사가 소비자에게 주는 보조금에 보태진다. 이통사는 또 이와 별도로 제공할 보조금을 염두에 두고 통신요금을 올려놓았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부풀린 가격을 내리는 방법은 분리 판매를 통한 경쟁촉진 뿐이다. 그래야만 더 다양한 단말을 구경할 수 있게 된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IT는 아이뉴스24연예ㆍ스포츠는 조이뉴스24새로운 시각 즐거운 게임, 아이뉴스24 게임메일로 보는 뉴스 클리핑, 아이뉴스24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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