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2인자, 왜 갑자기 떠났을까?

2012. 10. 30. 10: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뉴스24>

[김익현기자] 고위직 연쇄 이탈이 시작된 것일까? 아니면 애플 맵을 둘러싼 문책 인사일까? 그도 아니면 팀 쿡이 마침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걸까?

한 때 스티브 잡스 후계자로 거론되던 스콧 포스톨 부사장이 돌연 사퇴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4월 애플 스토어 책임자로 영입된 존 브로윗 부사장도 포스톨과 함께 사임했다.

애플은 29일(현지시간) 스콧 포스톨 부사장이 내년에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포스톨이 맡고 있던 분야 중 휴먼인터페이스 쪽은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 시리과 맵 사업은 에디 큐 부사장이 맡기로 했다.

포스톨은 회사를 떠날 때까지 팀 쿡 최고경영자(CEO) 자문역을 맡게 될 것이라고 애플 측이 설명했다.

◆WSJ "지도 파문 사과문 서명 거부 뒤 사직 권고받아"

애플에서만 15년 동안 몸 담은 스콧 포스톨은 잡스의 건강이 악화된 이후 한 때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iOS를 비롯해 시리, 애플 맵 등 주요 사업 부문을 관장하면서 애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포스톨은 잡스가 떠난 애플에서 팀 쿡 CEO를 위협하는 인물로 꼽혔다. 포스톨 스스로도 강한 대권 야욕을 그대로 드러냈다.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CEO 0순위(CEO-in-waiting)'라고 거론했을 정도다.

이런 배경 때문일까? 외신들은 포스톨 사임을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싱스디지털은 포스톨 사임을 전하는 기사 제목을 '아이스톰(iStorm)'이라고 뽑았을 정도다.

일단 최근 불거진 지도 맵 파동이 포스톨 사퇴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문책성 경질이란 얘기다. 잠시 그 부분을 살펴보자.

애플은 지난 6월 iOS와 애플 맵을 야심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자체 제작한 애플 맵이었다. 내년까지 구글 맵 사용 계약이 돼 있던 애플이 과감하게 '홀로 서기'에 나선 때문이다. 애플 측은 구글 맵의 '턴 바이 턴' 기능을 iOS에서도 구현해 달라는 요청을 구글 측이 거절하자 곧바로 자체 맵 제작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애플 맵은 출시되자 마자 연이어 오류가 발생했다. 급기야 팀 쿡 CEO가 직접 나서서 공개 사과를 할 정도였다. 맵 개발 작업을 총괄했던 포스톨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스콧 포스톨이 맵 오류 사과문에 사인하기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그 때문에 회사를 떠나라는 권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일부 외신들은 포스톨이 관장했던 iOS 부문 역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에 비해 진화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역시 포스톨이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디자인 방향 놓고 조너선 아이브와 갈등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대로라면 '애플 앱 오류'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포스톨이 사실상 권고 사직 당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만으로 포스톨 같은 거물을 쳐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차기 CEO로까지 거론되던 인물의 사임 이유로는 다소 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스톨 사퇴의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선 애플의 공식 보도 자료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론 애플 보도자료에는 '떠나는 사람'에 대한 현란한 수사를 담고 있다. 그 부분을 걸러내고 보면 뭔가 그림이 보인다.

포스톨 사퇴를 알리는 애플 보도 자료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간 통합을 가속화한다'는 제목을 달고 있다. 바로 그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간 유기적인 결합은 그 동안 애플의 대표적인 장점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런데 스콧 포스톨 사퇴를 발표하면서 왜 그 부분을 또 거론했을까? 당연히 이런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그 동안 포스톨이 다른 경영진들과 견해 차를 계속 보여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에디 큐, 조너선 아이브 등 다른 부사장들에 비해 대권 야심이 강했던 점 역시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포스톨이 애플 내 다른 경영진과 갈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포스톨이 지도 앱 사과문 서명에 거부한 사실을 전해주면서 "포스톨과 다른 경영진 간 갈등의 가장 최근 사례"라고 전했다.

지난 달 패스트컴퍼니가 보도한 애플 내 디자인 갈등 관련 기사 역시 관심을 가질만하다. 당시 패스트컴퍼니는 스쿠모픽 디자인(Skeumorphic design)을 놓고 조너선 아이브와 스콧 포스톨 간의 의견 차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스큐모픽 디자인이란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물체의 특징을 소프트웨어 디자인에 응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테면 애플의 '노츠' 앱은 리걸 패드(legal pad)로 불리는 노란색 노트를 응용한 것이다. 또 뉴스스탠드 앱은 나무 책장과 흡사한 모양을 하고 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iOS나 OS X 운영체제 개발을 이끌고 있는 스콧 포스톨 부사장이 스큐모픽 디자인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반면 산업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조너선 아이브는 포스톨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고 패스트컴퍼니가 전했다.

따라서 포스톨 경질은 어쩌면 회사의 전체 방향성을 둘러싼 견해차 때문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 간 유기적인 결합을 강화하는 데 포스톨이 걸림돌일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팀 쿡, 취임 1년 만에 자기 목소리 내는 셈

포스톨은 15년 동안 애플에 근무하면서 많은 공을 세운 인물이다. 특히 아이패드와 아이폰 개발 당시엔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 만큼 대내외적으로 거침이 없었다는 평가도 있다. 올싱스디지털에 따르면 일부 사람들은 스콧 포스톨이 팀 쿡에 공공연하게 도전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팀 쿡이 본격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첫 사례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앞으로 애플은 팀 쿡 CEO 아래 조너선 아이브를 비롯한 네 명의 수석 부사장이 포진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특히 포스톨과 함께 2인자 그룹을 형성했던 조너선 아이브의 영향력이 좀 더 커질 전망이다. 아이브는 앞으로 산업디자인과 함께 휴먼인터페이스 부문까지 맡게 됐다.

또 에디 큐가 아이튠스,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등 기존 사업 부문에 시리와 맵 부문을 추가하게 됐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테크놀로지스 그룹을 신설한 부분이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였던 밥 맨스필드가 이끌게 된 테크놀로지스 그룹은 애플 내 모바일 부문을 하나로 총괄하는 것이다. 반도체 부문도 테크놀로지스 그룹의 지휘를 받게 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업이 애플의 주력 분야인 점을 감안하면 테크놀로지스 그룹 신설은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해 애플 CEO로 부임한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한 팀 쿡. 조너선 아이브를 비롯한 4명의 부사장을 휘하에 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서비스 융합 전략'이 과연 어떤 결실을 맺을까? 잡스의 잔재를 털어내고 팀 쿡의 애플로 만들 수 있을까? 애플의 앞날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IT는 아이뉴스24연예ㆍ스포츠는 조이뉴스24새로운 시각 즐거운 게임, 아이뉴스24 게임메일로 보는 뉴스 클리핑, 아이뉴스24 뉴스레터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