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자발적 리콜에도 '강수'..美 노림수 있나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美 정부發 '사용 중단' 권고… 글로벌 판매전략 차질 우려, 삼성 "신속한 리콜-배터리 설계엔 문제 없어"]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의 배터리 결함에 따른 미국 정부기관들의 '사용 중단' 권고로 위기를 맞았다. 2006년 노트북 배터리 발화로 전량 리콜된 소니의 사례로 미뤄볼 때 글로벌 판매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자발적 리콜에도 사용 중단 권고가 내려진데 대해 자국산업 보호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美 자발적 리콜에도 사용중단 권고, 왜?= 삼성전자는 지난 2일 갤노트7 글로벌 판매분(250만대) 전량에 대한 리콜 결정을 자발적으로 밝혔다. 배터리 공급사 2곳 중 1곳에서 100만대에 25대꼴로 배터리 발화 결함이 발생한데 따른 조치다.
소비자 안전을 위해 선제적으로 취한 결정이지만 미국에선 정부 차원의 '공식 리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됐다. 자발적 리콜을 결정한 후 미국에서 발생한 소규모 화재의 원인으로 갤노트7이 지목되자 미국 소비자 제품 안전위원회(CPSC)는 갤노트7의 사용 및 충전 중단을 권고했다.
항공기 내 안전을 위해 기내 사용 중단을 권고한 각국 항공 관련 부처를 제외하면 리콜 결정권을 가진 정부 기구가 사용 중단을 권고한 것은 현재까지 미국이 유일하다. 2006년 '소니 배터리 리콜' 사태의 연결선 상에서 미국 정부의 자국산업 보호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과 일맥상통하는 조치란 관측이다.
◇10년 전 소니 배터리 리콜 사태 도돌이표?= 앞서 소니의 경우 미국의 강력한 리콜 조치로 배터리사업의 명운이 갈린 바 있다. 2006년 8월 미국의 델컴퓨터는 400만대 이상의 자사 노트북에 포함된 소니 리튬이온 배터리팩을 리콜했다. 배터리팩 과열에 따른 수차례의 발화가 문제였다.
당시 소니는 델컴퓨터 뿐 아니라 HP, 애플, 후지쓰, 레노버 등의 다수의 공급사 노트북에 쓰인 배터리팩을 전량 리콜했다. 리콜대상만 무려 960만개. 당시 업계 선두주자였던 소니는 이후 삼성SDI, LG화학, 파나소닉 등에 밀렸다. 올해 7월에는 결국 리튬이온전지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배터리팩 부품만 리콜한 소니의 사례와 달리 삼성전자는 공급사로부터 받은 스마트폰 배터리만 교체하는데 그치지 않고, 갤노트7 전체를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정책을 취했다. 배터리가 스마트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 수준이다.
한국기술표준연구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자발적 리콜로 소비자 대응에 적극적인 상황"이라며 "발 빠른 리콜과 위해요소가 없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리콜 이후 사후검증에서 위해 요소만 발견되지 않으면 판매 재개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뜻이다.
◇韓-美 등 이달 말 리콜 완료될 듯…판매 재개 언제쯤?= 문제는 미국을 비롯해 자국 스마트폰과의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시장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와 달리 미국에선 CPSC의 지침에 따라 신제품으로의 교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리콜이 완료된 후에도 CPSC가 추가적인 안전검증이나 사후조치를 요구할 경우 판매 재개 과정이 순탄치 못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신중한 모습이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 시장은 대화면 프리미엄폰 수요가 많아 갤노트7의 주요무대다. 미국기업인 애플의 '아이폰7'과도 정면대결을 피할 수 없는 승부처다. 판매 재개와 제품 출시가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삼성에겐 불리하다. 애플에겐 어부지리다.
삼성전자는 다만, 갤노트7의 배터리 제조사 중 한 곳인 중국에선 갤노트7이 정상적으로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만큼 갤노트7 완제품과 배터리 설계 자체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미국 등 주요 출시국에서의 리콜도 빠르면 이달 중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한국에서는 19일부터 리콜이 진행된다. 국내에선 추석연휴에도 구미 생산라인을 풀가동해 교환 물량을 맞출 계획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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