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에 휩싸인 이통판 '서킷 브레이커'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유통법 제정 전 추진 중인 `휴대폰 번호이동 자율제한제(서킷 브레이커)'가 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자율제한제는 실효성 논란에 이어 담합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시행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동통신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한 번호이동 자율제한제에 대해 업계와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휴대폰 번호이동 자율제한제는 이동통신3사간 과열 경쟁으로 번호이동이 급증할 경우 통신사간 자율적인 합의에 따라 번호이동을 제한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최성준 위원장이 지난 15일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3사 CEO 합의에 따라 5월 이후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공론화 됐다.
번호이동 자율제한제는 우선 보조금 차별지급 문제와 별개로, 건전한 시장경쟁까지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번호이동 건수는 보조금 지급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인과관계가 완전히 증명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문제로 삼는 보조금 차별지급 대신 번호이동의 결과만을 놓고 차단하겠다는 것은 경쟁 활성화에 어긋나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과열의 근거로 삼고 있는 2만4000건이라는 시장과열 기준도 근거가 없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번호이동 건수는 최근과 같은 영업정지 기간에는 1만여건에서 지난해는 일평균 2만5000건, 보조금 대란이 발생한 지난 2월의 경우 월평균 4만건까지 널뛰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과열 기준에 대해 업계가 합의하기까지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자의적인 제한이 소비자 피해로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을 2만7000건으로 잡을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를 넘긴 날은 휴대폰을 구입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통신사들이 다른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하기 위해 악용할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휴대폰 번호이동은 시장과열 문제가 있긴 하지만 경쟁 활성화 측면도 있다"며 "정부는 유효경쟁정책을 통해 시장문제를 풀어가야지, 경쟁의 결과인 번호이동을 임의적으로 막겠다는 것은 공익보다는 행정편의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또 업계의 자율적인 제한이 담합(카르텔)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통신시장 과열경쟁 억제라는 정책목표가 있다고 해도 법률을 거치지 않은 채 이동통신 3사가 합의해 시장에 개입하는 형식은 경쟁 제한요소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만약 3사 합의에 따라 특정 판매량 또는 비율이 정해진다면 카르텔 요소는 있는 것"이라며 "다만 제도가 시행도 되지 않고 자세히 알지 못하는 시점에서 입장을 내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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