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3G표준 넘어 4G 중심에 섰다"

최경섭 2010. 9. 1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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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세계 6번째 3G표준채택.. 세계시장 주도

■ 또 다른 신화가 시작된다 2020 IT코리아Ⅰ. 통신서비스 부문 - 2부 - 카폰에서 4G까지(5) 차세대 이동통신 글로벌 주도권 확보

"따냈습니다. 와이브로가 세계표준이 됐습니다."

2007년 10월18일 새벽,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총회(RA)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다리던 전화가 걸려왔다. 정보통신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 KT, SK텔레콤 등 국내 정보통신 민관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승전보를 보내 온 것이다. 국내 원천기술로 통하는 와이브로가 세계에서 6번째로 3G(세대) 이동통신 표준기술로 채택된 것이다.

세계 3G 표준으로 채택돼 상용화되고 있는 WCDMA나 CDMA 계열에서 진화한 CDMA-2000, 중국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3G 표준대열에 오른 중국의 TD-SCDMA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황무지나 다름없던 척박한 환경에서 전 세계에서 최초로 CDMA를 상용화한지, 불과 12년만에 거둔 성과다.

1970∼1980년대, 글로벌 장비업체들에 무전기 등을 소싱하기도 힘들었던 이동통신 기술의 변방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히 이동통신 기술표준을 놓고 경쟁하는 핵심그룹으로 부상한 것이다. 와이브로의 3G 표준채택은 우리도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중심그룹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그 밑천은 1980년대, 1990년대를 거슬러 올라가 TDX(전전자교환기)와 CDMA를 독자 개발한 저력과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특히, 1995년 CDM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그룹으로 올라선 것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과거 CDMA가 미국 벤처기업 퀄컴의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면, 와이브로는 삼성전자, ETRI 등 국내 기업이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와이브로, `퀄컴 학습효과(?)'의 산물= 1990년대 CDMA의 성공은 2000년대 접어들면서 국내 정보통신 서비스 및 기술수준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삼성, LG 등은 CDMA의 성공을 발판으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중심기업으로 도약했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스템 기술도 동남아 등 주요 국가로 수출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연구투자 대비 300배에 달하는 산업적인 효과를 가져왔고, 과거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글로벌 통신업계가 대한민국을 주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CDMA는 우리 기술이 아니었다. ETRI를 비롯한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기술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CDMA 원천기술은 당시 미국의 작은 벤처기업 퀄컴의 것이었다. CDMA를 상용화한지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결국 우리나라와 퀄컴간에 기술료 분쟁이 발생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 출발한다.

당시 CDMA 상용화로 엄청난 규모의 기술 수입료를 올리던 퀄컴은 CDMA 기술을 가진 작은 벤처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R & D 업체로 승승장구했다. CDMA 단말기는 물론 시스템, 서비스 부문에까지 퀄컴의 기술사용료가 부과됐다.

분쟁은 CDMA 상용화 연구기관인 ETRI와 퀄컴간에 처음 불거졌다. 문제의 발단은 퀄컴이 당초 국내 판매분 로열티 가운데 20%를 ETRI에 주기로 한 기술사용 약정 계약을 어기기 시작한 때문이다. 20%가 꼬박꼬박 제공되던 로열티 비용이 어느 순간 11%로 줄기 시작했고 급기야 1998년에는 ETRI와 퀄컴간에 맺었던 공동개발 합의서의 종료를 이유로 이마저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ETRI는 2년동안 퀄컴과 소송에 나섰고 승소했다. 퀄컴이 CDMA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당초 합의서에서 명시한 대로, 한국이 상용화 기술을 개발한 기득권을 인정한 것이다. 승소 결정으로 ETRI가 퀄컴으로부터 돌려 받은 돈은 총 1억달러 가량. 당시 이 금액은 국내 연구기관이나 기업들이 얻은 기술 로열티로 얻은 수입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그러나 당시 국내 정보통신 업계는 새로운 곳으로 눈을 돌린다. 퀄컴의 CDMA와 같이 세계 이동통신시장에서 주도적인 기술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교환기, CDMA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원천기술을 따라가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우리가 원천기술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자는 것이다.

◇와이브로, "세계 글로벌 기술로 키우자" = 전화기가 처음 나온 이후 통신기술은 서구의 유산물이었다. 유럽, 미국계 글로벌 장비 및 단말기업체들이 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쥐락펴락 하고 있었고, 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 등 나머지 국가들은 늘 변방에 머물렀다.

특히 이들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 표준을 좌지우지하며 시장을 주물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도 세계시장을 노크해 보기도 하지만, 기술적인 격차는 물론이고 번번이 표준화 문턱에서 막혀 고배를 마셔온 게 사실이다.

정부와 민간사업자들이 초고속 광대역 무선인터넷 기술인 와이브로를 세계 최초로 완성해 보자고 했을 당시에도, 과연 국내 기업이 유럽과 미국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다.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표준화 관문을 넘는 것이 문제였다. 이미 글로벌 표준처럼 자리잡은 GSM-WCDMA 대세론을 뒤집을 수 있겠느냐는 부정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퀄컴의 학습효과는 컸다. 당시 정통부와 ETRI, 삼성 관계자들은 "와이브로를 통해 퀄컴을 넘어보자"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리고 정부와 민간 기업이 선택한 기술이 와이브로다. 와이브로는 802.16m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인터넷기술로, 기존 무선 랜 기술인 802.11(a/b/g) 기술을 기반으로 한 초고속 광대역 서비스이다. 유선상의 초고속인터넷이 속도가 빠른데 비해 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었고, 이동전화 기반의 무선인터넷은 이동성이 강한데 반해 높은 데이터통화료에 느린속도를 제공하는데 따르는 불편이 컸다.

ETRI를 주관 연구기관으로 정하고 삼성전자 등 민간 기업 연구진들이 합류, 2003년 30여명의 연구인력이 와이브로 개발에 착수한다. 프로젝트를 가동한지, 얼마지나지 않은 2003년 말, 첫 작품이 나왔다. WCDMA 서비스가 지지부진할 당시, 2.3㎓ 대역의 초고속 광대역 무선인터넷 기술이 제시되면서 국내 통신시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ETRI-삼성 중심의 연구개발 사업에 여타 대기업들도 추가 출자를 통해 참여하겠다고 할 정도였다.

연구실 수준의 기술이 제시된 이후, 와이브로 기술개발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ETRI-삼성이 각각 시스템을 개발, 연구결과를 상호 주고받는 형태로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2004년 12월, 첫 시제품이 나온다. ETRI 이동통신연구단 실험실에서 시제품으로 개발한 와이브로 기지국과 단말기를 이용해, 상하향 1Mbps 이상의 인터넷 접속에 성공한 것이다. 삼성전자도 이날 자체 개발한 와이브로 기지국에 ETRI가 개발한 단말기를 연결하는데 성공한다.

ETRI는 시연회를 통해 20㎞로 달리는 버스안에서 Mbps급의 속도로 인터넷과 실시간 방송서비스를 선보였다. 차안에서도 유선에서와 마찬가지로 초고속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구현한 것이다.

ETRI와 삼성전자는 이후 30Mbps급 와이브로 기술을 선보인데 이어, 2005년에는 대량의 데이터를 모바일로 전송할 수 있는 스마트안테나 기술을 개발, 유선에서와 같이 50Mbps급으로 초고속인터넷을 구현할 수 있게됐다. 속도나 품질 면에서 WCDMA 등 3G 서비스는 물론 4G 기술로 분류되는 LTE 등과도 기술적인 격차도 크게 벌여 놓았다.

와이브로는 연구개발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삼성전자와 ETRI를 중심으로 국내 업체, 연구기관이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3G 표준 넘어 4G 표준 `노린다' = 국내 원천기술인 와이브로는 2006년 6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다. 와이브로를 유선사업자에만 허가함으로써, 이동통신 업체들과 경쟁구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당시 정통부는 KT, SK텔레콤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조기 상용화, 대규모 투자여력이 있는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초점을 맞춘 결과다.

정부는 조기 상용화를 거쳐, 와이브로를 3G 표준으로 올려 놓겠다는 구상이었다. 향후 3G 뿐만 아니라 4G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와이브로를 내수용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 반열에 올려 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 표준화 제정이 시급했다. 미국, 아시아 등 주요 국가에서 와이브로를 광대역 모바일 서비스로 채택하겠다고 타진이 왔지만, 번번이 기술표준화 문제로 거래가 이뤄지질 않았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삼성전자와 정부, ETRI 등이 3G 표준제정을 지상과제로 선정하고, ITU와 주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득에 나선다. 상용서비스와 이들 사업주체들의 노력으로 와이브로의 3G 표준채택은 2007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무난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미 세계 통신시장의 흐름이 인터넷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시장으로 집중되고 있는데다, 삼성, 인텔, 모토로라 등 글로벌 업체들이 와이브로 진영에 서면서 표준화 제정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막판, 전파총회가 열리기까지 독일, 중국 등 경쟁국의 저항도 만만찮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WCDMA 진영과 TD-SCDMA 확산을 노리고 있는 중국이 와이브로의 글로벌 확산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와이브로의 3G 표준화가 자칫,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WCDMA나 TD-SCDMA의 시장확산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막강한 시장 잠재력을 앞세워 발언권을 높여나가고 있는 중국의 저항은 무서웠다.

국내 와이브로 진영은 미국의 인텔, 모토로라 등을 비롯해 기존 네트워크 업체들과 강력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시스코 등 기존 인터넷 네트워크 업체로 분류되는 기업들도 합류했다.

결국, 국내 원천기술인 와이브로는 3G 표준으로 채택됐다. 그리고 이제 와이브로는 3G를 넘어 4G 표준까지 넘보고 있다. 이미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와이브로를 차세대 모바일 서비스로 타진하면서, 4G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그동안 와이브로를 평가절하하던 LTE(롱텀 에볼루션) 진영의 업체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출발이 그랬듯, 와이브로의 항로는 아직 험난하다. 상용화 4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국내 와이브로 가입자는 채 50만에 못미치고 있고, 강력한 4G 경쟁기술로는 급부상하고 있는 LTE 진영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 이어 최근에는 국내 진입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 기획취재팀

팀장=임윤규 정보미디어부장 yklim@

최경섭차장 kschoi@

강희종기자 mindle@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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