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010 번호통합 정책

김응열 2009. 12. 2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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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경쟁정책·3G 활성화로 80% 전환 성공

정부가 이동전화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해 간다는 `이동전화 010번호 통합 촉진계획'을 추진한지 이달로 5년째를 맞습니다. 현재 국내 이통가입자 4800만명 가운데 010번호를 쓰는 사용자는 8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국내 이동전화 식별번호는 010으로 수렴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모두 010 번호를 사용하는 그 날까지는 난제들이 남아있습니다. 정책의 일관성이란 이유로 가입자들에게 강제적으로 010번호를 부여할지는 소비자 권리 측면에서 상당한 논란을 야기합니다. 사업자들 역시 기존의 2G 망 운용 전략의 차이 등으로 010번호 통합에 대한 셈이 다릅니다. 정책, 소비자,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010 가입자 80% 시대, 이젠 방통위도 사업자들도 010 번호통합의 마지막 장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 편집자주 >

지난 2004년 옛 정보통신부는 `이동전화 010번호 통합 촉진계획'을 내놓습니다. 선발사업자의 식별번호 브랜드화를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를 막는 것이 정책적 목표였습니다. 또 3G에서만 010번호를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신규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010번호 촉진도 꾀했습니다.

식별번호의 브랜드화 방지는 선발사업자였던 SK텔레콤이 타깃이었습니다. 당시 SK텔레콤은 `스피드011'이란 슬로건을 통해 식별번호의 브랜드화를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주파수, 단말기, 통화품질 등 후발사업자에 비해 우위인 것들을 스피드 011이란 브랜드로 응축하겠다는 것이었죠.

이는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KTF나 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따라서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해 이를 막겠다는 것이 정통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유효경쟁 정책의 일환이었던 셈입니다.

물론 아직 남아있는 470만명의 SK텔레콤 011고객은 자신이 사용하는 식별번호에 상대적으로 애착이 있긴 하지만, 스피드011이란 브랜드는 물론이고 이를 통한 시장 지배력 전이 논란은 사라졌습니다.

010 식별번호 확대는 본격적인 3G 활성화와 때를 같이 합니다. 지난 2007년 3월 KTF의 3G 전국서비스로 시작된 3G 경쟁으로 010가입자는 급속도로 증가, 현재 전체 이통가입자(4800만명)의 77%, 내년이면 80%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번호통합의 정책적 목표는 상당부분 달성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문제는 이런 010 대세 속에서도 여전히 기존번호를 고수하려는 가입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정통부가 "010번호가 80%가 되면 구체적인 번호통합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강제적 번호통합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80%가 되는 시점에 나머지 기존 식별번호 가입자들을 어떻게 010으로 유도할지 등의 실제적인 실행 방안을 내놓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강제통합'에 대해서는 매우 부담스럽다는 반응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010번호통합정책의 진로는 세 가지로 보입니다. 모든 이통가입자가 010번호를 사용하는 그날까지 번호통합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 추진한다면 기존 식별번호 가입자를 어떻게 010으로 유인할지가 그것입니다.

010번호통합정책이 상당한 정책적 목표를 달성했으니 그만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번호통합은 미래 번호자원의 체계적인 관리 등 또 다른 목표도 있기 때문에 방통위의 정책 추진 의지는 강해보입니다.

그렇다면 강제적 통합은 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아도 번호통합정책 자체를 소비자 주권지키기 차원에서 불편한 눈으로 쳐다보는 시각이 많다는 점에서 이는 상당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강제적'이란 말과 `소비자 편익'이란 말이 서로 어울리지도 않으니 이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해 보입니다.

따라서 방통위는 소비자 저항감을 최소화하면서 010 통합정책을 지속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이를 고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KT가 기존번호를 그대로 3G에서 사용하도록 해주는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논란을 야기했습니다. 현행 번호관리세칙은 "3G 이상 서비스와 2007년 12월이후 출시된 신규서비스(리비전A 등)에 대해서는 무조건 010번호만 사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KT의 서비스는 전산적으로는 010가입자이지만 기술적으로 기존 번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번호변경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소비자 편익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게 KT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휴대폰에 기존 식별번호가 보여지고 이 번호로 통화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3G이상=010'이란 원칙을 사실상 위배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 010으로 전환한 이용자도 조금 억울할테고요. SK텔레콤과 LG텔레콤 등이 이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KT가 이런 서비스를 준비하고, 이에 대해 다른 사업자들이 반발하는 것에는 다른 속내도 있습니다. KT는 예정대로 2011년까지 2G 가입자의 3G 전환을 완료함으로써 네트워크 비용을 줄이겠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따라서 남아있는 고객들을 010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것이 숙제인 셈입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아직도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알짜고객이 이용하는 2G 망을 조기에 철거해야하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당연히 반대 입장입니다.

결국 방통위가 이런 이해관계를 잡음없이 조절하는 것은 원칙을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정책의 지향점은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LG텔레콤의 리비전A 식별번호 논란 당시, 번호관리세칙까지 변경(리비전A=010)하면서 010 번호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던 방통위가 이번엔 어떤 정책적 판단을 내릴까요.

김응열기자 uykim@< Copyrights ⓒ 디지털타임스 & d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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