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뭐길래?" 사대주의 vs 국수주의 '공방'

이정일 2009. 6. 2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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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플사의 아이폰 도입 여부를 놓고 국내 이통 업계가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폰을 도입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권 침해이자 국수주의적 발상"이라는 주장에 대해 "아이폰만이 최고여서 수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야말로 사대주의적 사고"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지난 8일(현지 시각) '월드와이드 개발자 콘퍼런스(WWDC)'에서 기존 아이폰보다 성능이 뛰어난 신형 '아이폰 3GS'를 선보이면서 아이폰의 국내 출시설이 급부상했다. 일각에서는 "KT가 아이폰을 7월에 도입할 것"이라며 '7월 출시설'을 제기했으나 KT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오락가락하는 출시설로 소비자들의 혼란이 심화되는 가운데, 아이폰을 꼭 들여와야 하느냐는 회의론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 아이폰이 전부인냥 착각하는 시각 자체가 문제"라면서 "아이폰 도입 여부는 애플과 이통사간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져야 추진되는 것"이라며 일방적인 아이폰 도입 요구를 경계했다.

이통사들은 애플이 가격, 수량, 서비스 등에서 고압적 자세를 취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불만도 털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애플 마니아들의 요구에 떠밀려 억지로 아이폰을 도입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최근 애플이 구형 아이폰 3G의 국내 전파인증을 받은 것도 '재고품 털어내기'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휴대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은 애프터서비스가 취약하며 출시지역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서 "선택은 이통사들의 몫이지만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이 없게 마련"이라며 아이폰의 국내시장 정착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SK텔레콤에 비해 아이폰 도입에 적극적인 KT는 당장 아이폰을 도입할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KT 단말기사업부의 김형욱 상무는 "아이폰 도입을 위해 애플과 협의중이지만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SK텔레콤과 대항하기 위해 국산폰의 라인업을 우선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아이폰 도입이 일정 기간 늦춰질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 친 애플 진영에서는 아이폰 도입이 늦어지는 것은 국내 이통 업계에 깔려 있는 '배타적 사고'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애플측 관계자는 "아이폰은 북미부터 아프리카까지 전세계 70여개국에서 똑같은 조건으로 이통사와 합의해 공급되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만 특별히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통사들이 아이폰 도입을 꺼리는 진짜 이유는 무선 데이터 매출의 급감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인 것이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도 "국내 이통사들이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해 아이폰과 같은 외산폰 도입에 소극적인 것"이라며 '이통사 책임론'을 강조했다.

이통사와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의 보이지 않는 카르텔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드높다. 한국사이버대학교 곽동수 교수는 "유럽과 북미,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폭넓게 사용하는 아이폰이 유독 우리나라에만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한국이 얼마나 경직된 사회인지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폐쇄적 유통 구조를 지적했다.

2007년 혜성처럼 등장한 애플 아이폰은 지난 해에만 1370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신형 아이폰이 19일 8개국에서 동시 출시되면서 또 다시 화제를 낳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사대주의 vs 국수주의' 논란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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