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전자여권 발급 방식 강행 논란
외교통상부가 대형 국책과제인 전자여권 도입 사업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전개해 내년 하반기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자여권 발급 서비스가 상용화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행 착오를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외교부 전자여권도입추진단이 바이오 정보보안에만 집착할 뿐 전자여권 발급방식에 따른 투자 효율성, 국제 상호 운용성 시험체계 등 전자여권 도입 과정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핵심 사안을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활 시위 떠난 중앙집중 발급 방식=외교부는 전자여권 발급 방식을 현행 분산식이 아닌 중앙집중식으로 정해놓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는 한국조폐공사에 지난 4분기께 전자여권 제조부터 발급 업무까지 모두 위탁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조폐공사 역시 중앙집중식 발급 체계 구축을 위해 연 200만권 규모의 전자여권 생산설비를 지난 1월 11일께 발주한 후 도입 제품을 결정한 가운데 9월쯤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특히 외교부는 지난 23일 발표한 전자여권 도입 ISP에서도 분산식 발급 효과를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중앙집중식 발급 기대 효과에만 초점을 두고 설명했다. 게다가 외교부는 전자여권 도입 국가(35개) 중 중앙집중식 발급을 채택한 국가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교부가 충분한 사전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중앙집중 발급방식'이라는 틀에만 꿰맞춰 전자여권 도입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전자여권도입추진단 관계자는 "방대한 ISP 분량을 발표 내용에 모두 담을 수 없어 분산식 효과를 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현행 여권 발급을 분산식에서 중앙집중식으로 전환하는 데 따르는 적체현상 해소 등 효율성에 의문이 있다"며 "외교부가 전자여권과 관련해 체계적이고 책임감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사업 예산을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밀어붙이기식 부작용=외교부 전자여권도입추진단이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사업을 일방적으로 주도한다면 인프라 중복투자 논란, 전자여권 국제 신뢰성 하락 등의 문제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교부는 이미 구청 등 32개 지자체에 설치된 여권 발급기 관련 재활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중앙집중식 발급 사업을 고집하고 있다. 외교부 전자여권도입추진단 한 관계자는 "이미 설치된 발급기 재활용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또 전자여권이 국제 호환성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가 의견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자여권도입추진단은 기술표준원 등 국제표준 관련 정부기관과 긴밀한 의견 교환 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즉, 전자여권 기술표준 관련 경험이 부족한 외교부가 유관기관 협조를 거절한 채 나 홀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교부 측은 "국제 민간 표준인 ICAO 표준만 따르면 전자여권 국제 호환이 가능하고 인천공항 전자여권 전용 게이트 운영, 외교부 내 시험랩 운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자여권 국제 호환 테스트를 벌인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의 이러한 사업 방침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전자여권이 외국 출입국 관리소 전자여권 단말기와 100% 호환이 가능할지에 강한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기술표준원 한 관계자는 "ICAO 표준을 따르더라도 실제 작동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자여권 국내외 전문가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며 "외교부의 속내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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