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액정 '아몰레드', 3만번의 도전 끝에 '슈퍼'를 달다

2010. 8. 13. 15: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년 가까이 개발했지만 막상 양산은 쉽지 않았다. 아까워도 성에 차지 않으면 가차없이 버렸다. 청자를 만드는 과정과 똑 같았다. 가마 옆에 6미터나 쌓였다는 도자기 파편처럼 폐기된 기판만 200장에 달했다. 3인치 화면 기준으로 3만셀 분량이다.

결국 마지막 4개월은 개발진도 양산 라인에서 살았다. 얼마나 바빴는 지 400여명이 같이 있어도 누가 언제 출근했고 퇴근했는 지 기억 조차 안날 정도다.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세상에 없는 기술로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 하나였다.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현존하는 최고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슈퍼아몰레드(Super AMOLED)는 이렇게 태어났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최길재 책임 연구원.

'갤럭시S'를 더욱 스마트하게 만들어준 슈퍼아몰레드는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진화한 아몰레드를 다시 한층 더 발전시킨 디스플레이다.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로 불리는 아몰레드는 LCD와 달리 자체에서 빛을 발한다. TFT LCD(초박형 액정표시장치) 보다 전력소모 적고, 극한의 온도에서도 변형이 거의 없다.

동영상 응답속도가 1000배 이상 빠르며 색 재현율과 명암비도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가수 손담비씨가 광고에 출연해 화제가 됐던 '햅틱 아몰레드'가 처음으로 아몰레드를 채택한 휴대폰이었다.

슈퍼아몰레드는 이 같은 아몰레드가 가진 장점을 모두 가지면서도 더 얇고 밝으며 또 선명하다. 두께의 경우 기존 제품(아몰레드)이 2.69㎜ 였으나 슈퍼아몰레드는 약 19%인 0.5㎜를 더 줄였다. 밝기 역시 40% 개선됐다. 터치감은 더 부드러지고 반응속도도 1초 가량 빨라졌다.

일각에선 해상도를 거론하며 경쟁사 제품에 들어간 LCD 화면이 더 선명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슈퍼아몰레드 개발에 참여했던 최길재 책임 연구원은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있다. 'LCD와 아몰레드 둘중 어떤 것이 더 낫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아몰레드를 꼽는다.

디스플레이는 많은 부분이 있는데 어느 하나가 좋다고 전체가 좋은 것이 아니다. 밝기, 시야각, 응답속도 등이 합쳐져서 소비자에게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LCD 기반의 제품이 해상도라는 특정 부분만을 기형적으로 키워 전력 소모만 늘었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해상도는 갤럭시S에 들어간 WVGA(800x480) 급이면 사용자들이 느끼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면서도"해상도를 높이는 것은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소비자들이 원한다면 앞으로 슈퍼아몰레드 역시 해상도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아몰레드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지나친 색감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개선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최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LCD에 눈이 익숙하다 보니까 아몰레드의 선명함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개발 초기에 있었다. 심지어 LCD 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오라고 하더라. 그래서 레드(Red) 계열을 좀 더 줄이고 블루(Blue)를 강화하는 등 소비자들이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실제 슈퍼아몰레드는 자연의 색체에 가장 가까운 디스플레이를 위해 색채 전문가가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UI(User Interface) 디자이너도 합류해 아몰레드 화면을 최적화한 디스플레이를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 이 들은 색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LCD 모니터가 아니라 별도의 아몰레드 장치를 지급받아 아몰레드 화면을 연구했다.

이제 SMD는 슈퍼아몰레드 다음 제품을 준비 중이다. 당장 내년에 선보일 삼성전자의 차세대 스마트폰에는 시장의 요구를 반영, 화소수를 끌어올린 'OO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두께도 더 얇게 만들고, 화면 확대에 따른 배터리 소모도 대폭 줄이는 것은 물론이다. SMD측은 아몰레드, 슈퍼아몰레드 다음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아예 차원이 다른 플렉서블(Flexible: 휘어지는) 아몰레드, 투명한 아몰레드 등도 개발은 끝났다. 컨셉트(시험제작)폰으로도 선보인 바 있는 투명 아몰레드는 양쪽 면에서 모두 볼 수 있어 감각적인 휴대폰과 백화점 쇼윈도 등에서 활용 가능하다.

최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요구들이 손으로 직접 느끼는 터치로 간 것이다. 이제 좀 더 나아가 디스플레이가 몸의 일부가 되지 않겠느냐"며 "이 외에도 소비자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디스플레이에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대연 기자/sonamu@heraldm.com

[ 헤럴드경제 모바일 바로가기] [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 구독신청]

-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