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한류 이번에 유럽서 '강풍'

백인성 2009. 8. 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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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백인성기자】 "온라인 게임이 이렇게까지 발전한 줄 상상도 못했어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데요." 한국 게임업체들이 들고 나온 게임들은 독일 게이머들의 눈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행사 참가자들은 행사장 메인 무대에서 상영된 '카르마 2'와 '헉슬리 더 디스토피아' 등의 화려한 게임동영상에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국산 온라인 게임의 유럽 공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계 최초의 온라인·모바일 게임 전문 전시회인 '게임컨벤션 온라인(GCO)'에 무려 19곳의 한국 업체들이 '한국 공동관'을 만들어 참여한 것.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이번 행사엔 액토즈소프트와 에덴엔터테인먼트, 게임파크홀딩스, 게임어스, GSP인터랙티브, JC엔터테인먼트, 조이맥스, 라이브플렉스, 엔씨소프트, 엔도어즈, 넥슨 유럽, NHN, 엔트리브소프트, 파프리카랩, 판타그램, SBSi, SNP엔터테인먼트, 소프트닉스, 웨이 & 밸류 등이 참가했다.

E3, 도쿄게임쇼와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로 꼽히는 독일 게임컨벤션은 지난 2008년까지 콘솔과 PC게임, 온라인, 모바일 게임을 통합해 개최해오던 것을 올해 9회째를 맞아 GCO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게임만을 위한 별도의 전시회를 분리하게 됐다. 콘솔게임에 묻혀 온라인게임이 주목받지 못했던 점이 해결된 것.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인 한국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NHN 등 19개 업체 '한국공동관'으로 참여GCO 기간 중 가장 적극적인 토종 업체는 NHN이었다. 한국공동관의 절반이 넘는 크기의 부스를 마련한 NHN은 지난달 31일 유럽·미주를 대상으로 한 게임포털 '이지닷컴(ijji.com)'의 독일어 버전과 게임 개발툴인 '게임오븐', 올 여름 비공개서비스 예정인 게임 '카로스 온라인'을 GCO에서 공개하며 유럽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유럽 지역 이용자들을 위한 독자적 게임포털로 국내 업체가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종섭 이지닷컴 대표는 이날 열린 현지 컨퍼런스에서 "언어를 지원하지 않음에도 이용자 900만 가운데 200만(25%)명이 유럽에서 접속하는데다 실제로 가상 아이템을 구매하는 등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판명됐다"며 "독일과 영국, 네덜란드 등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8월 첫째주부터 서버를 프랑크푸르트에 설치하는 등 유럽 이용자들이 원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닷컴은 당장 4일부터 국산 일인칭슈팅(FPS)게임인 '스페셜포스'를 솔져프론트라는 이름으로 현지 서비스를 시작한다. FPS 장르는 문화적 차이에 영향이 적은 만큼 당장 퍼블리싱 라인업은 헉슬리, 건즈, 카르마 등 FPS 위주로 갖춰져 있다.

한국공동관에는 종일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넥슨 등은 현지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럽 사업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5월 유럽 서비스를 시작한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와 '컴뱃암즈'의 지속적인 선전으로 상반기 매출로만 지난해 올린 30억 원을 뛰어넘었다며 올해 매출이 지난해의 2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국형 휴대용 게임기를 표방하고 나선 'GP2X' 제작사인 게임파크홀딩스 부스에 사람들이 몰리는 등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문화부 "독일 교두보로 유럽 게임관련 협력 나설 것"정부도 이같은 독일에서의 호응에 고무된 분위기다. 기조연설을 맡았던 유병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새로운 '창조 산업'으로서의 게임에 대해 관심이 많은 작센 주총리가 게임기술 연구소를 독일에 공동으로 개설하는 안건을 제안했다"며 "이를 긍정적으로 살필 것이며 정부는 독일을 국내 게임사들의 유럽 진출에 있어 교두보로 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GCO 첫날엔 토마스 요르크 작센주 경제부장관이 전시장을 찾아 국내 게임업체인 웹젠의 '헉슬리'를 직접 플레이하기도 했다. 이날 말트 베흐만 독일 게임산업협회장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온라인 게임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한국과의 우호적인 기술교류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 실장은 "올 하반기 국내 게임전시회인 지스타 때 구체적인 독일과의 게임협력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게임시장의 성장 잠재력 덕분이다. 시장조사기관 PwC에 따르면 유럽의 온라인 게임시장 성장률은 25%로, 20% 남짓인 전세계 성장률을 훌쩍 넘는다. 그 중에서도 독일은 3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며 가장 빠르게 온라인 게임시장이 커지는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가장 큰 벽인 콘솔…화학변화 일어날까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비디오 게임시장은 아직 큰 벽으로 남아있다. GCO 기조연설을 맡았던 위정현 콘텐츠연구소장(중앙대 교수)는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디오 게임기에 익숙한 이용자들의 계층이 유럽에서의 두터운 난관"이라며 "게이머들은 처음 게임을 접하게 된 경로가 무엇이냐에 따라 특성이 서로 갈리게 되며 이 장벽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이어 "온라인 게임을 처음 접한 이들과 비디오 게임을 처음 접한 이들에게 서로 바꾸어 쥐어주면 서로가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며 "양측 게이머들 사이에선 이같은 '경로 의존성'이 서로의 교류에 방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베흐만 협회장은 "콘솔이 강해 유럽에는 브로드밴드(인터넷 광대역망)와 온라인 게임이 많지 않다고 생각되고 있으나 경제 위기로 인해서 게임 시장도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2009년 콘솔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약 10% 줄어들었으며 이는 게임시장의 변화를 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 게임은 콘솔에 비해 비용 대비 효과가 크고 매출도 더 높다"며 "비용이 많이 드는 비디오게임 구조를 앞으로도 유지해야 하는 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9일 독일 비트콤(BITKOM) 발표에 따르면 독일에서 온라인 게임을 경험해본 이들이 올들어 1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4세부터 29세까지 온라인 게임을 경험한 비율은 45%에 달한다.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진 셈인 만큼 온라인 게임시장의 파이를 늘릴 '킬러 앱'이 언제 등장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소리다.

/fxman@fnnews.com백인성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First-Class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구독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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