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에 발목잡힌 MS

2009. 6. 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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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전통의 식품업체 빙그레와 세계 1위의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 나란히 비교될 일이 거의 없을 두 회사가 요즘 IT 분야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MS가 새로운 검색 엔진 이름을 '빙(bing.com)'으로 확정한 뒤 부터다. MS는 새 엔진에 대한 대대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앞두고 있지만 한국에선 인터넷도메인(bing.co.kr/bing.kr) 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빙그레가 이 도메인을 이미 십수년째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선 'bing.jp'를 통해 벌써 새 엔진 홍보에 나선 MS로선 당황스러울 밖에.

미국 거대 IT기업의 한국 진출에 적잖게 애를 먹인 빙그레의 사명이 순 한글인데다 민족적 뜻이 담겨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빙그레 사명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미소운동에서 유래한다. 안창호 선생은 "왜 우리 사회는 이렇게 차오?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소"라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또 '벙그레', '빙그레'라고 좋은 모양과 글씨로 써 붙이고 전국적으로 미소운동을 일으키자고 강조했는데, 1982년 당시 대일유업이 이 뜻을 기려 현재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빙그레는 기업의 미션도 '건강과 행복을 함께 나누는 밝은 미소의 메신저'로 삼고 있다.

사실 MS는 한국 시장에 진출 때마다 도메인 확보에 번번히 실패해 왔다. 'ms.co.kr' 'xp.co.kr' 'vista.co.kr' 'office.co.kr' 등 MS와 연관된 주요 한국도메인 이름의 주인들은 다 따로 있다. 새 운영체제(OS)나 서비스 개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순전히 도메인 판매로 이득을 보려는 이들이 발빠르게 점유해뒀기 때문이다.

'빙'의 브랜드이름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인터넷검색의 대명사가 된 '구글'처럼 '빙'이 추후 '검색하다'는 의미로 확장돼 쓰이길 바라는 게 MS의 야심. "빙은 글로벌하게 통하며, 어떠한 부정적이거나 이상한 함축도 담고 있지 않다"고 자신하는 스티브 발머 MS CEO의 설명과는 달리 미국에선 이 단어가 인기드라마 '소프라노스(Sopranos)'의 술집이름 '바다 빙'을 연상시킨다는 혹평까지 나왔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MS가 무시할 수 없는 중국에서도 빙은 '병(病)'과 '얼음'과 같은 발음으로,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m.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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