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오버액션'에 '사이버 교각살우' 비난 거세

양성희 입력 2014. 9. 23. 10:54 수정 2014. 9. 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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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망법 등 관련법 이미 촘촘히 마련-상시 모니터링 가능한지 의문-'사이버 망명' 우려하는 인터넷 업계만 속앓이

[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대체 뭘 더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미 관련법도 충분하고 처벌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인데… 교각살우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의 '격노'에 따라 검찰이 사이버상의 허위사실 유포자를 강력 처벌하겠다고 나선데 대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현행법으로도 혐의에 따른 처벌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옥상옥(屋上屋)'이라는 지적인데다, 검찰이 제시한 상시 모니터링을 통한 선제적 대응이 법원의 영장발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엄포용 '여론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현행법상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는 명예훼손죄가 적용돼 처벌받는다. 하지만 사이버상의 행위는 정보통신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적용된다. 2007년 관련법 개정에 따라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다른 이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44조는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시켜서는 안된다"고 정의하면서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해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조항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삭제 요청을 받을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이를 정보 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길도 열어뒀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명예훼손 분쟁조정부를 설치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에 업무를 규정해두었고 이에 따라 명예훼손 게시물로 판단될 경우 정보를 삭제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형법에 더해 정보통신망법에도 사이버상의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촘촘하게 마련돼 있는 것이다.

검찰이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도 그 의미가 모호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다섯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는 개인적인 공간이어서 열람에 앞서 법원의 영장발부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네이버, 다음, 카카오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업체들이 오히려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알맹이 없는 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검찰 관계자는 톤을 낮춰 "이제 막 수사팀을 꾸린 단계여서 포털사이트 등과 어떻게 협의하고 운영할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논의를 통해 만들어가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검찰 스스로도 엉성한 대책임을 인정한 셈이다.

검찰의 '오버액션'에 인터넷 업계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 모니터링 대상이 국내 업체들로 한정돼 검열이 확산된다는 등의 루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으로 퍼지면서 '사이버 망명'도 늘어났다. 그 바람에 이름도 낯선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은 다운로드 순위가 급증해 지난 21일 SNS부문 8위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셧다운제가 도입되자 이용자들이 해외게임으로 옮겨가고 실명인증제 때문에 국내 동영상 사이트들이 줄줄이 고사된 적이 있듯이 이번에도 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 기업들만 피해를 입고 말았다"고 씁쓸해했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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