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억 수출 기업이 유해산업의 주인공이라니"

대담 2012. 2.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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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서민 넥슨대표 "미국·일본·유럽이 우리 무대..해외서 지속성장할 것"

[머니투데이 대담= 신혜선 정보미디어부 부장정리=이하늘기자, 사진= 이동훈 기자][[머투초대석]서민 넥슨대표 "미국·일본·유럽이 우리 무대···해외서 지속성장할 것"]

이른바 요즘 애들과 통하는 부모라면 '메이플스토리'나 ''카트라이더' 쯤은 알아야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는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되고 있고, 1억명 이상의 사용자가 가입돼있는 게임'이라고 소개돼있다.

서민 넥슨 대표는 지난해 12월 '2011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에서 '해외진출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대통령으로부터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수출의 역군으로 인정받은 것. 하지만 최근 서 대표는 허탈하다. 대통령 표창 수상자가 불과 두달 사이에 학교폭력의 주범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게임기업 최초로 매출 1조원, 수출 8000억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1위 온라인게임 업체이자 온라인 종주국의 자긍심을 이어가고 있지만 요즘 같아선 일할 맛이 안난다. "집에서 마약같은 유해한 기업에 다녔냐는 걱정스런 전화를 받았다"는 직원들의 하소연을 들으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지난 1995년 서울대 컴퓨텅공학과를 졸업한 서 대표는 약속된 대기업 취업을 포기하고 개발자 길을 택했다. 학교 선배였던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넥슨 창업에 힘을 보탠 것. 전 세계 1억명이 이용하는 메이플스토리를 만든 넥슨은 회사 창립 20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 대표는 그래서 반문할 수밖에 없다. "교육, 학교폭력은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할 문제가 아닐까요?"

↑ 서민 넥슨 대표이사 ⓒ이동훈 기자

- 최근 정부와 언론 일각에서 게임산업을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 해외에서도 총기난사 등 사회적 파장의 주범으로 게임이 거론된 적이 있지만 결국 연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학술적으로도 게임과 폭력성의 연관관계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나도 5살, 6살 딸아이의 아빠다. 내가 만드는 콘텐츠가 우리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면 당장이라도 직업을 바꿔야하지 않겠는가.

교육·학교 폭력은 사회 전체가 책임지고, 각 부분에서 모두 협력하고 머리를 맞대야할 일이다. 게임 하나만을 주범이라고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다만 넥슨도 당연히 이 같은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더 할 것이다.

-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의 성장이 경이적이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아이들이 과몰입돼 게임 중독에 빠질 우려다.

▶ 세상의 모든 일은 지나치면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반드시 먹어야 하는 밥 역시 과하면 '탄수화물 중독'이 된다. 소금 역시 반드시 필요하지만 과하면 고혈압 등 성인병을 유발한다. 게임 역시 이와 같다.

게임은 놀이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더군다나 현실적으로 우리 아이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에서 게임은 이 같은 수요를 상당 부분 맡고 있다. 하지만 과몰입은 중독으로 이어져 심각한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게임 자체를 문제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규제가 이중, 삼중조치로 확대되는 것을 보면 게임 자체를 문제로 보는 것 같다. 업계가 산업의 긍정적 모습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 온라인게임 산업은 한국 IT인재들이 기존에 없던 산업을 새롭게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특히 국내 게임산업은 한국 IT산업의 명맥을 이어왔다. 국내에서 총 9만6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종사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문화콘텐츠의 해외진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게임업체의 수출총액은 22억1100만 달러다. 이는 한류 주역인 음악 콘텐츠 수출액 1억7700만 달러의 20배가 넘는다. 영화에 비해서도 100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투자금액의 대부분도 장비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과 달리 사람에 투자한다.

이는 다시 국내 내수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임은 기존 제조업이 실적 등 단순한 수치상의 성장에 머무르는 동안 국가경제에 이바지를 하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여러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지난해까지 수십개에 달하는 한류콘텐츠 수출에 따른 훈장 및 표창을 받은 이유다.

그러다가 이제는 우리 사회를 좀먹는 유해산업으로 취급한다. 오죽하면 표창 등을 반납하는 식의 항의 메시지 전달도 고민했겠는가. 다만 게임업계가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받을까 두려워 단체행동을 한다는 인식을 줄까봐 대응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을 뿐이다.

↑ 서민 넥슨 대표이사 ⓒ이동훈 기자

- 게임 부작용 해소를 위해 업계 스스로 어떤 활동을 해왔는가.

▶ 4~5년 전부터 게임업계에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넥슨 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캠페인 및 부작용 치유 등 사회활동을 진행해왔다. 그것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해 주요 기업들이 100억원을 출연해 게임문화재단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생색내기를 위한 활동보다는 실효성이 있는 활동을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이제 와 생각하니 이를 적극적으로 알렸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 넥슨은 이래저래 주목받고 있다. 국내 게임기업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동력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 1994년 창립 이후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진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이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넥슨 전체 매출이 1조21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국내 매출은 3955억원으로 33%다. 나머지 3분의 2는 해외에서 거뒀다. 국내 매출만 놓고 보면 넥슨은 1위가 아니다. 해외에서의 성장이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원동력이 됐다.

넥슨은 아직 온라인게임 시장이 정착하기 전인 1997년 미국에 진출했다. 1998년에는 일본에도 나갔다. 중국은 전년 대비 매출이 52%나 성장했다. 국내 시장의 성장률이 다소 완만한 가운데 해외에서 본격적인 성장이 일어나고 있다. 해외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오랜 기간 열심히 준비한 것이 결실을 맺었다.

- 한국이 아닌 일본에 상장했다. 왜 굳이 일본인가.

▶ 일본은 게임산업의 종주국이다. 30~40년 된 게임기업들이 있고 게임이 주요산업으로 인정받는다. 이곳에서 상장해 일본 현지 주주들의 인정을 받으면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더욱 빠르게 도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넥슨이 일본증시에서 성공하면 한국 게임·IT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일본 진출을 고려하는 IT 기업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증시에서 성공해 이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포스코가 일본 시장에 상장했다고 해서 일본기업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국내 기업에 대해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해 달라.

일본법인을 통해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했지만 넥슨재팬의 대주주는 제주에 법인을 두고 있는 넥슨 계열 지주사 NXC( 59.4%)다. 창업주인 김정주 대표 및 특수관계인이 NXC의 지분 69.15%를 갖고 있다.

↑ 서민 넥슨 대표이사 ⓒ이동훈 기자

- 상장도 한 만큼 중장기적인 목표가 있을 텐데.

▶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목표 설정은 없다. 다만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일궈낼 계획이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이미 많이 성장했다. 반면 이들 국가는 전체 경제규모에 비해 온라인게임 산업의 비중이 굉장히 낮다. 반면 이들 국가의 전체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산업 규모가 엄청나다. 역설적으로 이는 온라인게임이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넥슨도 이를 준비하기 위해 미국 일본에 이어 최근에는 유럽에 법인을 냈다. 앞으로 온라인게임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해외 법인 설립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 최근 중국 온라인게임업계의 성장이 심상치 않다. 일각에선 온라인게임 종주국을 중국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 맞다. 중국 온라인게임 산업은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 중국 최대 게임사인 '텐센트'는 지난해 시가총액이 40조원에 달할 정도다. 중국에서 온라인게임 서비스 하나의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이는 넥슨 전체 매출을 넘어선 규모다. 이 같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한국 중소 게임사 사들이기에 나섰다.

10년 넘게 축적된 국내 온라인게임 기술이 중국에 넘어갈 위기다. 과거 쌍용차 매각이나 반도체·LCD 공장 건설 등을 놓고 정부와 언론은 국내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했다. 하지만 게임 부문에서는 이에 대한 위기의식을 못 느낀다.

특히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노골적으로 외국자본 온라인게임의 진출을 막는다. 자국 게임기업 보호를 위해서다. 우리는 어떠한가? 게임을 유해산업으로 규정하기 전에, 오히려 고민하고 지원할 때다.

↑ 서민 넥슨 대표이사 ⓒ이동훈 기자

서민 넥슨 대표는

1971년 전라도 광주에서 태어났다. 1995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와 1997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취업이 확정됐지만 학교 선배인 김정주 넥슨 창업주(NXC 대표)의 제안에 넥슨 창업멤버로 합류했다. 이후 넥슨 일본법인 이사, 넥슨 개발이사, 넥슨 자회사 네오플의 대표이사를 거치며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의 게임 개발을 지휘했다.

2009년 강신철 대표와 함께 넥슨의 공동대표를 맡은 후 2010년 11월부터 현재까지 단독으로 대표를 맡고 있다. 2011년 제48회 무역의 날 게임 부문 수출 공로패를 수상했으며, 같은 해 '2011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에서 해외진출유공자 부문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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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대담= 신혜선 정보미디어부 부장정리=이하늘기자, 사진=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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