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메이플 지존' 타락파워전사를 아시나요

2008. 1. 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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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박명기] 흔히 '메이플스토리'(넥슨 이하 메이플)는 어린이가 주 고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의외로 40대 이상 어른 유저들도 많다. 아이들이 하는 것을 우연히 보다 캐릭터의 매력과 게임의 재미에 빠져든 사람들이다.

광주에서 유명 피자체인점을 운영하는 50대 CEO 권순국씨(53)는 전체 랭킹 1위로 이 게임 유저에겐 "모르면 간첩"인 아이디 '타락파워전사'의 주인공이다.

-게임 내 타락파워전사 알고보니 50대

그는 순전히 아들 때문에 메이플을 시작했다. 거실에 있는 PC를 통해 아들이 게임을 하는 것을 처음 봤을 때 배경 음악과 캐릭터가 너무 귀엽다고만 생각했다.

어느날 아들이 가진 재산 다 잃고 게임 상에서 구걸하는 거지로 전락했다. 다른 유저가 동전을 뿌리면 줍고, 호통을 치면 다 감수하는 모습이 못내 안타까웠다. 가상세계지만 "그대로 놔둬서는 안된다"는 심정에 온 가족이 똘똘 뭉쳤다.

학교 가고 나면 아이 엄마가, 아버지와 누나도 동참해 캐릭터를 키웠다. 한 가족이 코치와 선수가 되었다. 물론 게임 중 욕을 들으면 온 식구가 화가 났다. 남들이 가진 좋은 옷, 장비를 보면 갖고 싶었다.

그러다가 어느덧 아버지가 아이보다 더 게임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는 2006년 8월 최고수가 되었고, 2007년 4월 실시간 검색어 6위에 오르는 등 메이플 최초 만렙(최고 레벨 200)을 찍었다.

게임 중 "레벨이 오르면 초딩(입이 험한 초등학생은 무법자로 통함)한테 욕을 먹거나 하면서도 어른임을 밝히지도 못하는 수모 안 당하겠다"는 심정으로 레벨업에 매달렸다. 100레벨을 넘었을 때 그는 게임 내 어른들이 없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의외로 고 레벨에 40대 어른들이 많았다. 그때부터 그는 당당히 나이를 밝혔다. 그리고 비로소 "내 자신을 찾았다". 대화 창에 쓰던 말투도 그때까지 익숙했던 소위 '하삼'체에서 벗어났다.

-카페 통해 전국 오프라인 모임···40대 이상이 절반

그가 주도해 뜻 맞는 어른들끼리 뭉친 메이플 카페(다음 FIM-프렌드십 인 메이플 주소 3700명)도 만들었다. 이 카페 정회원(길드원)이 되는 건 "서울대 가기보다 더 어렵다". 150레벨 이상이어야 하고 추천인 10명 이상이 되어야 하는 등 자격 심사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메이플의 아시안느, 사랑5 등 전설적인 최고수들의 산실인 카이니 서버의 회원들이 주축이다.

오프라인 모임에는 전국에서 50~60명이 모인다. 서울, 광주, 부산 등 전국을 돈다. 40대 이상이 절반인 이 모임에 일가족 5명이 참석할 때도 있다. 1박 2일간 찜질방이나 펜션에서 게임부터 살아가는 것까지 이야기꽃을 피운다.

길드원이 군 입대하거나 휴가 나올 때, 개업할 때나 승진할 때면 20~30명 단위로 번개팅도 한다. 협동 플레이을 통해 '보스 몬스터' 집단사냥이나 전투 등을 해본 터라 같은 길드원들은 그들만의 형제애나 전우애가 애틋하다. 그러나 오프라인이 더 살갑다.

-"1등도 운이 따라야···게임도 인생사와 똑같다"

그에겐 게임이 인생살이와 똑같다. "1등도 운이 따라야 한다". 광주 전남지역에 매장 30곳을 가진 피자윙클럽 CEO인 그는 사업하며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다시 열린 인생을 살게 되었다.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 방훼꾼, 모략자들, 스토커 등 현실과 유사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중국 발 해킹 사건 때는 아이템을 도둑질당한 길드원들이 잠자고 나면 옷을 벗고 나타나 속상하고 가슴이 아팠다. 4년 정성 들여 키운 캐릭터였으니 혼이 털린 것이었다.

또 가짜 타락파워전사가 나타나 비방을 하고 다닌 적도 있고 며칠씩 따라다니며 사냥을 방해하거나 집으로 전화를 걸어오는 스토커로 인해 병원을 찾은 적도 있다. 워낙 인기가 높고 '전섭(전체 서버) 1위'로 알려진 아이디를 달고 다니니 쉽게 알아보고 괴롭히는데, 툭하면 욕을 하고 골탕을 먹였다.

그는 화를 내거나 똑같이 대응한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같은 길드원이 아닌데도 자신을 좋아한다며 충청도에 사는 45세의 건설사 포크레인 기사로부터 칙즙 2박스를 선물로 받은 적도 있다.

재미있는 건 "어린 친구들은 절대 고렙(레벨)에 못간다"는 것. 게임 내 부딪침이 많고 싸움도 많아서다. 그는 "젊은이들은 '욱'하는 경우가 많고 마인드컨트롤이 부족"하단다. 그리고 다른 게임 해보자, 새로운 서버 생겼다더라 등 친구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면도 있단다.

-피자 가게 마케팅에도 타락파워전사 등장

그는 피자집을 오픈할 때 "메이플 한 사람"은 카드를 주어 인터넷상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많은 유저들이 '타락파워전사'집이라고 찾아오기도 한다. 어린이날 등 특별한 날이면 독거노인이나 어린이집 등에 체인점별로 피자를 만들어 기부하기도 한다.

그의 게임에 대한 철학은 "게임은 놀이고 재미다"라는 것. 그는 가족끼리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통해 대화를 하고 돈독해진다. 인터넷 없었을 때 오목이나 바둑, 화투 등을 가족 모임에서 한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한다.

아버지는 신문 보고 아들은 게임하고 엄마는 드라마 보는 풍경은 가족간의 단절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보다는 아이들에게 한발 다가서 "또 게임하냐" 꾸짖지 말고 같이 해보면 이해 공감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게임 예절에 대해 강조했다. 얼굴 안보이니 아무에게나 막 시비 걸고 행동하는 어린 친구들이나 나이 먹었다고 "건방진 X들"하며 대접 받으려고 막무가내하는 어른들이나 서로 상처입기 십상이라는 것.

게임 속에서 친구 사귀고 살아가는 법칙을 배울 수 있다고 믿는 그는 유명 여자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딸과 전교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고2 아들을 두었다.

글. 사진(광주)=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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