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북, 클라우드 종결자 혹은 허당?

2011. 5. 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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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저널 버즈]

삼성전자가 내놓은 크롬북(사진)

2011 구글개발자회의에서 모습을 드러낸 크롬북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10초도 안되어 운영체제 부팅을 끝내고 애플리케이션은 인터넷에서 곧바로 내려 받아쓴다. 모든 데이터는 전 세계 구글 서버에 저장해놨다가 인터넷에만 연결하면 필요한 데이터를 가져다 쓸 수 있다.크롬 OS는 우리가 먼저?크롬북에 쓰이는 크롬OS는 사실 오픈소스 운영체제 리눅스에서 필요한 것만 골라낸 다음 웹 브라우저 크롬을 결합한 것이다. 하지만 실행 모습만 보면 마치 운영체제가 아닌 브라우저에서 애플리케이션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브라우저를 바탕 삼아 웹 애플리케이션을 쓰자는 아이디어는 이미 오래 전에 나왔던 얘기다. 지난 2008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모질라개발자회의 2008 기간 중 모질라재단 제이 설리번 모바일 부문 부대표는 파이어폭스 모바일 프레젠테이션 마지막 순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는 상당한 고통이 따른다. 하드웨어 특성은 물론 운영체제별 특성을 알아야 한다. 여러 플랫폼이 난립하는 탓에 플랫폼마다 맞는 버전을 따로 개발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쉽지 않다."

험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과정

제이 설리번 부대표는 이런 상황 개선을 위해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제안했다. 웹 화면을 구성하는 HTML과 표시 방법을 규정하는 CSS, 오픈 그래픽 파일 포맷 SVG, 동적 화면을 구현하는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하면 어디에서나 동작하는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HTML과 CSS의 국제 표준은 W3C라는 단체가 정한다. 자바스크립트는 C++나 자바 등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보다 비교적 배우기 쉽다. 웹 에디터를 이용하면 HTML과 CSS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도 기본 틀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표준을 정확하게 지켜 만든 웹 페이지는 윈도는 물론 맥OS, 리눅스 등 어떤 운영체제에서나 볼 수 있다.

'웹 브라우저'가 운영체제처럼 동작한다면?

당시 현장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본 사람들은 "이런 일이 과연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엉뚱하게도 모질라재단이 아닌 구글이 크롬OS와 크롬북으로 모든 걸 구현해버렸다. 모질라재단이 적잖이 속 쓰려할 지도 모를 일이다. 만일 파이어폭스의 조상 뻘인 넷스케이프가 지금도 사업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진작에 모질라OS가 나왔을지도 모른다.크롬북, 결국은 구글 단말기?인터넷 시장조사기관 넷마켓셰어가 발표한 2011년 4월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을 보면 인터넷 익스플로러 55%, 파이어폭스 21%, 크롬 11%다. 크롬보다 오히려 파이어폭스의 시장 점유율이 더 높다. 하지만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까지 한데 엮어 생태계를 만든 건 모질라재단이 아닌 구글이다.

구글은 구글독스나 지메일 등 사용자가 필연적으로 만드는 데이터를 담아둘 수 있는 공간인 클라우드 구축 능력을 갖췄다.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구글 서버가 돌아가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를 전 세계에 제공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반면 모질라재단은 비영리 단체여서 자금 투자에 한계가 있다. 현재 모질라재단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라고 해봐야 파이어폭스 설정과 북마크를 클라우드에 보관하는 모질라싱크가 고작이다.

모질라재단의 클라우드 서비스 '모질라 싱크'

구글은 이런 방대한 클라우드 자원을 바탕으로 크롬북을 내놨지만 미래가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가장 먼저 꼽을 만한 위험 요인은 클라우드의 신뢰도다. 클라우드에 저장한 파일이나 데이터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곳 어디에서나 보고 읽고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서버에 장애가 생기는 순간 데이터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당장 지메일만 해도 데이터가 손상되어 메일 내용을 날린 사건도 있다. 구글 뿐 아니라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 EC2도 장애 복구가 늦어져 관련 서비스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크롬북을 쓰면 좋든 싫든 구글 서비스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웹 브라우저는 구글 크롬, 메일은 지메일, 일정 관리는 캘린더, 사진 서비스는 피카사, 지도 서비스는 구글 맵스다. 물론 크롬 웹스토어에는 다른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오지만 인터넷 사용자가 가장 많이 쓰는 웹서핑과 이메일은 구글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 언론계 종사자는 크롬북을 초고속 인터넷 붐에 등 떠밀려 사라진 하이텔 단말기에 비유했다. 하이텔 서비스 사용자에겐 파라다이스지만 하이텔을 벗어나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점을 빗댄 말이다. 오는 6월 15일부터 미국을 포함한 7개 국가에서 판매될 크롬북이 대세가 될지 단순한 구글 단말기로 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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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봉석 기자(bskwon@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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