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서 저절로 생성되는 '분자 종이' 개발

2010. 4. 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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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재미학자 남기태씨 큰 성과

바이오센서 등에 응용 기대

미국의 한국인 과학자가 물 속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꿈의 신소재 '분자 종이'를 개발했다. 분자 종이의 원리는 차세대 전자소자와 연료전지, 바이오센서 등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국립로렌스버클리연구소의 남기태(33) 연구원은 18일 생체의 펩타이드를 본따 인공적으로 합성한 '펩토이드'를 가공한 물질들이 물 안에서 스스로 조립돼 아주 얇고 넓은 종이 형태의 2차원 나노구조(사진)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고 밝혔다. 생물체에서 아미노산이 여러 개 결합한 것을 펩타이드라 하고, 50개 이상의 아미노산이 결합된 것을 단백질이라 한다.

펩토이드는 이 펩타이드를 모방해 만든 인공 고분자(폴리머)이다. 단백질은 무슨 아미노산이 어떤 형태로 결합돼 있느냐에 따라 4가지 구조를 이룬다. 연구팀은 단백질 구조 가운데 2차 구조의 하나인 '베타 시트'(평판 구조)를 펩토이드에 삽입하는 방법을 썼다. 이 베타 시트의 결합 방식에 따라 한 펩토이드는 물과 잘 반응하는 친수성을, 다른 펩토이드는 물과 반응하지 않으려는 성질인 소수성을 띠었다. 또 하나는 음의 전기를, 다른 하나는 양의 전기를 띠었다.

이런 두 펩토이드를 물에 넣자 소수성 펩토이드는 가운데로, 친수성 펩토이드는 아래 위로 저절로 배열되면서 두께 2.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의 얇은 평판 물질이 만들어졌다. 넓이는 맨눈으로도 관찰할 수 있을 정도의 수백제곱마이크로미터(1㎛는 1000분의 1㎜)까지 형성됐다. 분자 두께의 얇은 종이가 생성된 셈이다.

남 연구원은 "2차원 나노구조는 생명체의 세포벽을 이루는 막(멤브레인)과 차세대 전자소자로 각광받고 있는 '그래핀' 등이 지니고 있는 형태로, 새로운 소재로의 응용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김기범 서울대 교수(재료공학)는 "연구팀의 성과는 나노 크기의 평판에 생체 기능성을 부여할 수 있어 나노바이오 기술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남 연구원과 함께 연구를 한 로렌스버클리연구소의 로널드 주크먼 박사는 "이번 발견은 그동안 나노과학의 숙제였던 천연 고분자와 인공 고분자 사이의 간극을 메워줄 가교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재료분야의 최고 권위지로 꼽히는 <네이처 머티어리얼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사진 남기태 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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