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2010> 인터넷문화 이제는 바꾸자

2009. 12. 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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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비방 등 저질댓글 자정 노력 절실인터넷 윤리교육 통해 풍토교정 나서야(서울=연합뉴스) 이상원 기자 = 직장인 임 모(36) 씨는 최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이 긍정적인 면도 갖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가 댓글 때문에 몹시 불쾌했다.

영리병원의 장단점을 논리적으로 따져서 신중하게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었는데 댓글들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대부분이었다.

임씨는 "인터넷에 자주 글을 올리지 않는데 너무 당혹스러웠다. 인터넷에서 합리적인 토론은 실종했고 편 가르기와 일방적인 비난만 남았다"며 "다시는 인터넷에 글을 쓰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이 새로운 소통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정치,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은 폐해를 양산하고 있다.

특히 많은 사람이 개인의 인격을 파괴하는 넷 반달리즘(Net-Vandalism)이나 사이버 폭력까지 발생하고 있다. 문화ㆍ종교ㆍ예술에 대한 무자비한 파괴 행위인 반달리즘이 온라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삼류 인터넷 문화..화장실 낙서보다 못한 댓글우리나라의 인터넷 기술 수준과 문화는 반비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인터넷 기술과 이용률은 강국이지만 문화는 삼류에 가깝다.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이성적인 토론 대신 근거 없는 비난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앞세운 편 가르기가 이뤄지고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화장실의 낙서보다 못할 정도로 저급하고 무책임한 댓글도 많다.

신종플루가 확산되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때처럼 인터넷에서는 정부가 학생들을 상대로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실험하고 있다는 등의 괴담이 퍼져갔다.

4대강 사업, 세종시 등에 대한 댓글에는 욕설과 함께 `좌빨(좌익 빨갱이)', `수구꼴통'이 등장한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람을 비하하는 `전라디언' , `개상도' 등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속어까지 붙어 있다.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도 악플(악성 댓글)과 신상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는 신상 털기에 시달린다.

과거 악성 댓글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자살을 선택한 연예인들도 있었고 올해는 아이돌 그룹 2PM의 박재범이 연습생 시절에 쓴 한국 비하 글로 논란을 빚어 퇴출됐다.

조두순 사건과 관련해 범인으로 지목된 일반인 김 모(59) 씨는 미성년 성폭행범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실명과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는 치명적인 피해를 봤다. 김 씨는 이 사건과 무관했다.

한 TV 방송에서 `키가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던 여대생의 온갖 신상 정보는 인터넷을 떠돌아 다녔고 `루저녀'에 대한 악성 댓글은 아직도 인터넷에 남아있다.

이메일함은 지우기 힘들 정도의 음란물과 스팸메일로 넘쳐나고 청소년들은 비윤리적 동영상을 올리거나 음란물을 내려받아 따라하기도 한다. 죄의식 없는 불법 내려받기는 영상과 음악 콘텐츠 시장을 붕괴시키고 있다.

박천욱 인터넷문화협회 사무처장은 "인터넷 공간에서 쏠림 현상이 심하게 일어나고 사이버 폭력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족하다"며 "불법 내려받기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 자정과 합리적 규제 병행해야전문가들은 건전한 인터넷 사용을 위한 대책과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유승호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인터넷 공간을 마음대로 쓰고 파괴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포털 등 시장에 정화를 맡겨보고 실패한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5년 이후 인터넷의 역기능이 사회문제가 되자 인터넷 실명제 도입 여부를 논의했지만, 찬반 의견이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해 2007년 7월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시행했다. 올해부터는 본인 확인제를 적용하는 사이트의 범위를 확대해 적용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게시자의 실명이 외부에 공개되지만, 본인 확인제는 사이트 운영자가 이용자의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게시자의 실명이 아닌 아이디나 필명 등이 드러난다.

정치권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사이버 모욕죄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을 발의해 놓았다.법무법인 지평의 이은우 변호사는 "강제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자기검열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최소화해야 한다"며 "자율적 규제를 통한 정화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욕설 등 부적절한 용어를 쓰면 경고음이 나거나 인터넷상에 올라가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고 청소년을 상대로 인터넷에서의 예절인 네티켓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리꾼들도 나쁜 글은 지적하고 좋은 글은 칭찬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다.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벌점과 캠페인을 통해 정착된 자동차 안전띠 착용 문화처럼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규제와 자율 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과 누리꾼들 사이에서 최근 자정의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다. 학교에서도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위한 교육들이 이뤄지고 있다.

2PM의 박재범 사태 이후 박재범을 옹호하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루저녀 사태에서도 `마녀 사냥을 그만 합시다'등의 글이 올라오는 등 자율적인 정화 활동이 있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네이트는 지난 2월 말부터 댓글에 대한 완전 실명제를 실시하는 등 포털들도 사이버 폭력을 근절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한국대학총장협회는 지난 6월 교양과 전공분야에 인터넷 윤리를 가르치는 교과목을 개설키로 했고 인터넷 예절 교육을 하는 초ㆍ중ㆍ고등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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