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 인류 최후의 날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원호섭 2016. 7. 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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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푸른 빛이었습니다." 1961년 4월 12일, 인류 최초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 옛 소련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은 "지구는 어떤 모습이었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름다웠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46억년 전 태어난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혹독한 공간이었다. 땅은 뜨겁고 지각은 불안정했다. 산소보다는 질소, 이산화탄소, 유황가스 등이 공기를 차지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지각이 안정되고 바다가 생겼다. 공기 중 산소가 적정한 농도를 유지하면서 생명체가 태어났다. 수십억 년 동안 이어진 생명의 진화는 인류를 낳았다.

여전히 지구는 인류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언제든 지구는 돌변할 수 있다. 외부 요인이든, 내부 요인이든 안전하지 않다. 지난 과거가 이를 말해준다. 과학자들은 말한다. "지구종말은 더 이상 공상과학(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아름다운 지구는 언제든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는 지구 종말을 불러올 수 있는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가능성은 작지만 당장 내일 발생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인류는 이 대형 재난을 막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2012년 7월 23일 오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우주기후예측센터는 태양으로부터 두 개의 커다란 구름이 우주로 분출되고 있는 장면을 발견했다. 태양 표면의 온도가 낮은 '흑점'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태양 표면에 있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우주로 방출되는 '코로나 물질 방출(CME)'이 발생한 것이다. 19시간 뒤 CME는 지구가 이틀 전 위치해 있던 곳을 지나 우주로 사라졌다. 만약 이 CME가 지구를 덮쳤다면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구는 충격에 휩싸여 있을지 모른다.

태양 흑점 폭발은 수시로 발생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 CME가 지구로 날아올 때다. 특히 CME가 갖고 있는 자기장의 방향이 지구 자기장 방향과 반대라면 인류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지구는 북쪽이 S극, 남쪽을 N극으로 하는 하나의 커다란 자석이다. 자기장은 N극에서 나와 S극으로 흐른다. 이런 자기장의 방향에 맞게 지구에 있는 모든 전자장비가 작동한다. 하지만 CME의 자기장이 지구 방향과 반대일 경우 지구 자기장과 부딪히면서 자기장 교란이 발생한다. 자기장 교란은 '지구자기장 폭풍'을 일으켜 송전선에 이상 전류를 유발한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전자기기는 지구 자기장의 방향에 맞춰 설계됐는데 이것이 뒤틀리면서 오작동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지구 자기장이 교란되면 순간적으로 고위도 지역 자기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고에너지 입자가 지상으로 쏟아질 수 있다. 실제로 1989년 3월 13일 캐나다 퀘벡주는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한 CME로 인해 정전이 발생해 600만명의 주민이 암흑 속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기록에 따르면 자동차의 전자기기도 영향을 받아 운행 중 멈춰서기도 했다. 역사상 가장 큰 태양 흑점 폭발은 1859년 8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발생했다. 불과 17시간 만에 지구에 다다른 CME는 유럽과 미국의 전력공급을 마비시켰다. 영국 '캐링턴 사건'으로 불리는 이 CME로 전신 철탑에서는 불꽃이 튀기도 했다.

문제는 전력 의존도가 상당한 현대사회에서 이 같은 CME가 지구로 날아온다면 그 피해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1859년 영국에서 발생한 CME가 지금 지구를 덮친다면 지구가 수일~수개월 동안 암흑에 휩싸일 수 있으며 이는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국 대기환경연구소(AER) 연구진이 201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캐링턴 사건과 비슷한 규모의 태양 흑점 폭발은 약 150년마다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같은 현상이 미국 동부에서 또다시 일어난다면 현지의 해안 주민 4000만명이 정전 피해를 입고 길게는 2년 동안 복구가 어려울 수 있다. 경제적 피해는 2조6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학계에서는 향후 10년 사이에 캐링턴 사건과 같은 CME가 지구를 덮칠 확률은 12% 선으로 보고 있다.

10만년에 한 번꼴로, 지구에는 지름이 50㎞에 달하는 '칼데라'가 생긴다. 칼데라는 화산 폭발 이후 땅속 마그마가 분출된 뒤 비어버린 '마그마방'이 무너지면서 생기는 지형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화산 폭발로 인해 마그마와 화산재가 1000㎦ 이상 지표와 공기로 분출된다. 이를 '슈퍼화산(Super Volcano)'이라고 부른다. 지름 50㎞의 칼데라 속에 가득 차 있던 마그마가 분출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7만4000년 전, 인도네시아 토바 화산이 폭발했다. 2800㎦에 달하는 마그마와 재가 분출됐다. 화산재가 대기권을 뒤덮으면서 태양빛이 차단됐다. 기온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그마에서 발생하는 '황'과 같은 유독가스가 분출되면서 화산 인근에 있던 생물들이 죽거나 이동하기 시작했다. 공중으로 떠올랐던 화산 쇄설물(암석 부스러기)은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 먹이사슬이 무너지면서 생태계도 천천히 파괴된다.

권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조사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식수가 오염되면서 화산이 폭발한 인근 지역에서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또한 화산재가 전자장비 통신을 방해해 전 세계적으로 연결돼 있는 통신 네트워크가 파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슈퍼화산이 폭발하면 어떤 현상이 뒤따를지 아무도 모른다. 인류가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이래 큰 화산폭발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과거 기록을 분석한 결과 슈퍼화산으로 분류된 인도네시아 토바산의 경우 화산 폭발로 인해 1000년간의 겨울이 진행됐고 전 생물종의 60%가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7만년 전 폭발한 기록을 갖고 있는 미국의 옐로스톤도 마찬가지다. 만약 지금 옐로스톤이 폭발한다면 그랜드캐니언의 11배에 달하는 거대한 마그마가 분출된다. 폭발이 일어나면 9만명이 목숨을 잃고 반경 1600㎞에 3m의 재가 쌓인다.

과거 폭발 기록을 분석한 결과 현재 지구에는 미국의 옐로스톤과 발레스, 롱밸리, 아르헨티나의 세로갈란, 인도네시아 토바, 일본의 아이라, 뉴질랜드의 타우포 등 7개의 슈퍼화산이 존재한다.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다른 태양 흑점 폭발이나 소행성 충돌과 비교하면 슈퍼화산의 폭발은 어느 정도 대비가 가능하다. 화산 폭발을 막을 수는 없지만 폭발을 미리 예측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화산이 폭발을 하기 전에는 마그마가 융기하면서 지각도 함께 움직인다. 지표의 융기작용을 모니터링하면 폭발 시간을 대략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 마그마방에 가득 차 있던 황이 분출되고 뜨거운 마그마에 의해 인근 지하수가 뜨겁게 달궈지기도 한다. 권 선임연구원은 "여러 요인들을 분석하면 화산 폭발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며 "대피소로 피할 수 있는 시간만 확보되면 인명 피해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1만4664개. 7월 16일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지구근접천체(NEO)'의 개수다. NEO는 소행성과 혜성 등 지구 공전궤도를 통과하거나 지구로부터 0.3AU(천문단위·1AU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로 약 1억5000만㎞) 떨어진 천체를 의미한다. 이들은 언제든 공전하다가 서로 부딪치면서 방향을 바꿔 지구로 향할 수 있다. 1만4664개 중 지구 최접근 거리가 0.05AU 이내, 지름 150m 이상인 것을 '지구위협천체(PHAs)'라고 하는데 1714개에 달한다. 이 중 지름이 1㎞ 이상인 것은 157개나 된다. 만약 이 천체들 중 한 개라도 마음을 바꿔 방향을 지구로 틀게 되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6500만년 전 지구에 떨어진 지름 10㎞의 소행성은 공룡을 멸망시켰다. 지구에 살던 생물종의 75%가 사라졌다. 1㎞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져도 재앙이 발생한다. 지각이 부숴지면서 엄청난 충격으로 하늘로 떠오른다. 이 입자들은 수개월 동안 태양빛이 지구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이를 '충돌 겨울(Impact Winter)'이라고 한다. 지구 표면에서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열기가 발생한다. 이것이 공기까지 달구면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다행히 공룡을 멸망시킨 지름 10㎞의 소행성은 1억년에 한 번꼴로 지구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행성 충돌은 공상과학(SF) 영화 속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다. 인류의 실질적인 위협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천문그룹 책임연구원은 "1990년대부터 지구천체위협에 대한 이야기는 학계에서 논의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2014년부터 유엔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평화적우주이용위원회(COPUS) 산하에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IAWN)'를 설치하고 2014년 1월 첫 회의를 소집했다. NEO를 관측하는 각국 연구기관이 참여해 소행성의 발견과 추적, 궤도계산, 물리적 특성 규명에 나서고 있다. 현재 NASA는 ㎞급 NEO의 90%를 발견하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 향후에는 기한 없이 140m 이상 천체의 90%를 찾기 위해 우주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지구를 위협하는 작고 어두운 천체를 찾는 것은 광활한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 만약 당장 ㎞급 소행성이 지구로 향한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인류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과학자들은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을 막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소행성의 궤도를 옮기는 것, 영화 '아마겟돈'처럼 소행성에 인류가 착륙한 뒤 땅을 파고 폭발물을 매설해 내부부터 폭파시키는 것, 마지막으로 핵무기를 충돌시켜 우주공간에서 폭파시키는 것 등이다. 과학자들이 계획하고 있는 세 가지 방법 모두 기초연구가 수행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소행성의 물리적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선행돼야 한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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