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애플' 1조원 투자한 버핏..그는 무엇을 보았나(종합)

안승찬 2016. 5. 17.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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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으로 주가 급락하자 버핏은 애플 매수'시장지배력 여전한 데다 분기마다 12조원씩 순이익 회사''중국·인도 판매 늘어날 것..아이폰7 기대감도'
워런 버핏(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애플에 1조원이 넘는 지분 투자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적 부진으로 애플의 주가가 추락하던 때 나온 소식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에 따르면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애플 주식 981만주를 취득했다. 금액으로 10억7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26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1억달러 이상의 주식을 취득했을 때 분기 단위로 지분 변동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버핏이 언제 애플 주식을 사들였는지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지만, 1분기 중 대부분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애플은 위기다. 주력 제품인 아이폰의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6회계연도 2분기(1∼3월) 애플의 매출액은 505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감소했다. 13년만에 첫 매출 감소다.

텃밭인 미국 시장에서도 애플은 스마트폰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줬다. ‘애플의 신화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도 부진하다. 최근 한달간 애플의 주가는 15% 이상 떨어졌다. 한해 전과 비교하면 30%가 넘는 급락이다. 지난달 28일 미국의 큰손 투자자인 칼 아이칸은 가지고 있던 애플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고 밝혔다.

애초 버핏은 애플 주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버핏은 지난 2012년 IBM에 투자하면서 애플엔 왜 투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IBM이 잘못될 가능성이, 구글이나 애플이 잘못될 가능성보다 더 적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애플에 실망했다고 말하기 시작하자 버핏은 반대로 움직였다. 사람들을 주식을 팔 때 서둘러 애플 주식을 사모았다.

미국의 경제매체 CNBC는 “애플 주식은 이제 버핏의 입맛에 딱 맞는 주식이 됐다”면서 “시장 지배력이 여전한 데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졌다”고 분석했다.

매출이 줄었지만 애플은 여전히 한 분기에 100억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기업이다. 우리 돈으로 12조원 가량의 현금이 3개월마다 들어온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애플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49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1년간 애플 주가 추이
애플이 지난 3월 새로 내놓은 신제품 ‘아이폰SE’가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선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아이폰SE가 다시 4인치 모델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혁신성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6기가바이트(GB) 모델 기준으로 가격이 399달러에 불과하다. 우리 돈으로 5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이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모델이다.

애플의 그렉 조스위악 부사장은 “아이폰을 처음 구매하는 소비자의 3분의1이 4인치 크기의 모델을 구매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이 비중이 3분의2에 가깝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가장 잘 팔릴만한 4인치 제품에 집중해 중국과 인도 등에서 아이폰의 판매를 늘리겠다는 목표가 뚜렷하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은 자주 중국을 방문한다.

애플의 차기작인 아이폰7에 대한 기대감도 요인이다. 아이폰7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장착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다. LCD처럼 패널 뒤에서 빛을 쏴주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 그만큼 OLED는 더 얇게 설계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구부려(flexible)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 삼성전자는 OLED 패널을 채택하고 있다.

컬빈더 가르차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애플의 매출이 12% 늘어날 것”이라며 “주가가 현재보다 6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투자에 남다른 감각을 가진 버핏이 애플 주식을 매수했다는 소식에 애플 주가는 급등세로 돌아섰다. 이날 현재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3.99% 급등한 94.27달러를 기록중이다.

안승찬 (ahns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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