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잠금은 애플 외엔 정말 못 푸나

2016. 2. 2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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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23일 미국 워싱턴 연방수사국(FBI) 건물 앞에서 한 여성이 “스파이 짓 멈추라”고 쓰인 안경을 착용하고 애플을 지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 테러 사건 용의자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놓고 충돌하는 애플과 미국 연방수사국(FBI) 중 누가 옳은 것인가?

애플은 25일 샌버너디노 테러 사건 용의자인 사이드 파루크의 아이폰 잠금을 해제할 수 있도록 미국 연방수사국을 도우라는 법원의 명령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소장에서 “이번 사건은 하나의 별개 아이폰에 관한 것이 아니다”며 연방수사국은 다른 아이폰에도 이용될 수 있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아이폰에서 잠금을 해제하는 비밀번호를 몇차례 이상 잘못 입력하면 아이폰 내의 모든 데이터가 지워지는 애플의 보안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연방수사국이 비밀번호는 자신들이 찾을 테니 그 과정에서 아이폰 내의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애플에 요구하고 있다. 애플은 이는 결국 모든 아이폰에 접근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달라는 것이며, 아이폰에 들어갈 수 있는 뒷문(백도어)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라고 주장한다.

국가 안보를 내세우는 수사당국의 요구인데도 미국 등 서방의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자유주의 성향의 <뉴욕 타임스>는 지난 19일치 ‘왜 연방수사국의 협조 명령에 도전하는 애플이 정당한가?’라는 사설에서 애플의 주장을 그대로 원용하며 손을 들어줬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 저널>도 양쪽이 대화와 양보로 이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라며, 연방수사국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지 않았다. 정통 보수 성향의 <이코노미스트>도 애플의 입장을 지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애플이 연방수사국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단기적으로는 안보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안보에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미국 수사기관에 그런 마스터키나 백도어가 이용될 수 있다면, 결국은 테러리스트나 적성국들에도 그런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노리는 점에서 가장 악명 높은 기관인 미국 국가안보국(NSA) 쪽도 연방수사국 편을 들지 않고 있다. 마이크 로저스 국가안보국장은 “암호화는 미래의 초석”이라며 백도어를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왜 국가안보국마저 이럴까?

미국 국방선진연구프로젝트청의 선임과학자인 에이치 티 고런슨은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투고한 칼럼에서 연방수사국은 사실 파루크의 아이폰 내용을 이미 파악했지만, 이를 핑계로 애플에 백도어 개설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과거 버전인 파루크의 아이폰이 아니라 최근 새로운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신형 아이폰들의 잠금 해제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형 아이폰에 장착된 칩들은 국가안보국이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고, 그 칩은 이스라엘 쪽에서 설계됐다 한다. 이 기술로, 애플 제품에 대한 접근은 애플의 이스라엘 쪽 칩 설계 부서를 통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이런 전언이 사실이라면, 미국 정부 전체 입장에서는 애플 제품에 접근할 수 있는 보루가 있는 셈이다. 국가안보국이 연방수사국의 편을 들지 않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애플의 저항은 국가 안보는 안중에 없는 막무가내 기업 이익만은 아닌 셈이고, ‘더 높은 쪽과 짜고 치는 고스톱’일 수도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안보를 위한 프라이버시 침해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선임기자

어찌 됐든 이번 애플 사건은 국가 안보를 위해 프라이버시를 희생해야 한다는 주장이 결국은 국가 안보를 더 해칠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여론을 키우고 있다. 한국에서 테러방지법을 추진하는 쪽의 논리가 결국은 국가 안보를 더 해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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