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잔치 이통3사 "쉿 알리지 마세요"

2016. 2. 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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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입자 요금인하 요구 나올라”
외부공개 꺼리며 ‘쉬쉬’

단말기유통법+데이터 매출 증가
영업이익 3조6천억…82%나 늘어
300% 안팎 성과·배당금 주기로
시민단체 “유통법 효과 독식해서야”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성과급 지급한다는 거 보도하지 말아 주세요.”

통신사들이 내부적으로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냈다고 평가하며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외부에 알려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통신사 홍보실 직원은 “보도할 거면 ‘몇 퍼센트를 준다’는 부분만이라도 빼 달라”고 요청했다. 이 직원은 “직원들이 성과급을 ‘비자금’으로 쓰려고 하는데 언론에 보도되면 들통난다고 한다”는 우스갯소리 같은 핑계를 댔지만, 실제는 시민단체 쪽이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빌미로 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더 크다. 성과급 명세에 대해 “제발 묻지 말아 달라”고 하는 사정은 다른 이통사들도 마찬가지다.

2일 통신 3사의 2015년 실적을 종합하면, 이들의 영업이익 총액은 3조6332억원으로, 2014년 1조9948억원에 견줘 82%나 늘었다. 통신망에 대한 감가상각이 상당부분 끝나 원가가 대폭 줄고 통신망 투자와 마케팅비도 감소한 반면, 데이터 이용량 증가로 몸통인 이동통신의 가입자당 매출(ARPU)은 높아진 결과다. 지난해 증권사 분석가들이 단말기 유통법 효과로 이런 미래를 예견했지만 업계에선 손사래를 치며 부인했는데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단말기 유통법이 제대로 시행된 첫해였던 지난 한 해 이통사들이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결과다.

통신 3사의 실적 발표를 보면, 한결같이 연결기준 매출이 줄어들어 언뜻 실적이 나빠졌고 이용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도 줄어든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실제로는 통신사 간 망을 이용한 대가로 서로 주고받는 ‘상호접속료’를 대폭 하향 조정한데다 단말기 매출을 산정하는 회계 기준이 바뀐 결과다. 겉보기 매출이 소폭 감소한 것과 달리 매출의 몸통인 이동통신의 가입자당 매출은 엘티이(LTE) 가입자 증가 및 데이터 중심 요금제 이용 확대로 오히려 늘었다. 영업이익도 크게 늘거나 일회성 비용 탓에 겉보기만 감소했을 뿐 실질적으론 쏠쏠한 수익을 내는 양상이었다.

이날 에스케이텔레콤(SKT)은 2015년 17조1367억원의 매출을 올려 1조70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겉보기론 전년보다 매출은 0.2%, 영업이익은 6.4% 감소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이 업체 관계자는 “매출은 상호접속료 인하와 가입비 폐지 탓에 줄었고, 영업이익 감소는 지난해 명예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 1200여억원과 자회사들의 영업비가 반영된 결과다. 이들을 빼면 영업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마케팅비 지출은 2014년보다 14.5%, 투자는 11.8%나 줄었다.

앞서 엘지유플러스(LGU+)는 지난해 10조7952억원의 매출을 올려 632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2014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소폭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9.7% 늘었다. 하지만 매출 가운데 무선부문(이동통신)은 2014년 4조6743억원에서 지난해 4조8222억원으로 3.2% 늘었다. 엘지유플러스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와 가입자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한 덕”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티(KT)는 지난해 22조2812억원의 매출을 올려 1조292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전년보다 전체 매출은 0.1% 줄었으나, 무선부문 매출은 0.8% 더 커졌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4년 4066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1조2929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이 1조원대에 올라선 것은 2012년 이후 3년 만이다.

통신사들은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성과급 잔치’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에스케이텔레콤이 1주당 배당을 1만원(지난해에는 9500원)으로 올리기로 했고,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도 각각 500원과 100원씩 높였다. 또한 엘지유플러스가 300%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공지했고, 에스케이텔레콤도 비슷한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엘지유플러스는 입사 2년차는 500만원, 부장급은 1천만원 정도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케이티는 일괄적으로 100만원 정도를 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공약 실천을 촉구해온 시민단체들은 가입자 요금 인하 없는 배당·성과급 잔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참여연대 등은 “왜 배당, 성과급 잔치만 하냐. 기본료 폐지 등 요금 인하로 가입자들과도 나눠야 하는 것 아니냐. 특히 단말기 유통법 효과를 통신사들이 독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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