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의 재구성·팔뚝에 헬스닥터..백세인생 너머가 보인다

김기철,원호섭,이영욱 입력 2016. 1. 12. 17:18 수정 2016. 1. 1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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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기술 50년 / ⑤ 유전자가위 ◆

피가 멎지 않는 희귀병인 혈우병은 유전자 염기서열이 거꾸로 놓여 있는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거꾸로 된 유전자를 정상으로 돌려야만 한다.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라면 가능해진다. 거꾸로 된 유전자만 잘라낸 뒤 이를 원상 복귀시키면 된다. 국내 연구진이 이 방법으로 혈우병에 걸린 쥐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미국 샌가모바이오사이언스는 1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인 '징크 핑거'를 활용해 혈우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결함을 치료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세계 과학계는 '유전자 가위'에 환호했다.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 저명한 국제 과학저널은 올해 가장 기대되는 기술로 유전자 가위를 꼽았다.

유전자 가위란 A(아데닌), G(구아닌), C(시토신), T(티민) 등으로 이뤄진 염기서열 중 특정 서열을 절단하는 분해효소를 말한다. 1세대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징크 핑거 뉴클레이즈(ZFNs)'는 1980년대 중반에 발견됐지만 2013년 '크리스퍼'로 불리는 유전자 가위가 개발되면서 유전체 교정에 혁명이 불기 시작했다. 세균은 바이러스의 침입을 받으면 그 DNA 조각을 자신의 유전체에 삽입해 둔다. 이를 크리스퍼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크리스퍼에서 작은 리보핵산(RNA)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Cas9'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바이러스가 다시 침입하면 RNA가 바이러스 DNA를 찾아내 결합한 다음 Cas9이 이를 잘라낸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원하는 부위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손쉽게 잘라낼 수 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서울대 화학부 교수)은 "1970년 생명공학의 혁명을 일으켰던 유전자재조합 기술이 진화한 것"이라며 "기존 유전자재조합 기술은 원하는 유전자 염기서열 부위를 잘라낼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낮은 데 반해 유전자 가위는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면서 주목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간편하게 유전자를 자르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유전자 가위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신약개발 분야가 대표적이다. 혈우병, 겸상적혈구증 등 유전질환은 1만개가 넘는다. 대부분 완치 불가능할 뿐 아니라 대를 이어 다음 세대에 전달된다. 현재 과학자들은 유전질환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유전자 가위에서 찾고 있다. 이미 김진수 단장과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 연구진은 혈우병 환자의 소변에서 세포를 채취한 뒤 줄기세포를 만들고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으로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세포를 혈우병에 걸린 쥐에게 넣자 출혈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에이즈 치료제 개발도 한창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에이즈 바이러스의 감염경로인 '혈액세포 유전자(CCR5)'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김동욱 교수는 "유전자 가위와 줄기세포는 불치병으로 알려진 여러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들이 개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전자 가위가 갖고 있는 가능성을 본 거대 제약사들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기술개발 초기에 관련 특허를 미리 선점해 미래를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독일의 제약기업 바이엘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확보한 스위스의 바이오벤처 '크리스퍼 세라퓨틱스'와 지난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향후 5년간 38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혈우병과 선천성 심장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하지만 윤리적인 문제 등으로 유전자 가위 기술 연구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생식세포 연구를 중단합시다." 지난해 4월 미국 재생의학을 위한 연합 의장인 에드워드 랜피어 박사 등 네 명의 저명한 과학자는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인간배아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네이처'지 기고를 통해 밝혔다. 노벨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볼티모어 미국 칼텍 교수 등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지금은 유전자 편집을 하기 전에 멈춰서 생각해야 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미래기술 50년 / ⑥ 웨어러블기기 ◆

김대형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위원(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 1일 생체정보를 측정·저장할 수 있는 웨어러블 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스티커처럼 피부에 붙이면 심장 박동수와 심전도 등 생체신호 정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 소자는 20%까지 잡아 늘인 상태에서 작동해도 심장 박동수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그 정보를 자체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스 1월 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처럼 미래에는 건강 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다. 몸에 부착한 웨어러블 기기가 몸 상태를 자동적으로 검사해주기 때문이다. 현재에는 구글글라스, 아이워치, 갤럭시기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웨어러블 기기가 미래에는 거의 모든 분야로 확장될 전망이다.

김대형 교수 연구팀은 신축성 있은 웨어러블 플래시 메모리를 만들어냈다. 김 교수는 "플래시 메모리와 센서, 증폭기까지 모두 신축성 있는 고성능 실리콘 기반 웨어러블 소자로 구현할 수 있고 신뢰도 높은 작동 성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라며 "늘어나고 구부릴 수 있는 소자기술이 다양한 웨어러블 헬스케어 모니터링 전자소자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 교수는 니코틴 패치처럼 파킨슨병에 걸린 환자 피부에 붙인 뒤 필요할 때마다 스스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스마트스킨을 개발하기도 했다. 파킨슨병 환자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면 온도 센서가 열을 발생시키고 이 열로 나노입자가 녹으면서 약물이 피부로 스며드는 방식이다. 상용화되면 스마트스킨이 위험 상황에서 자동으로 약을 투여해 주기 때문에 환자가 약 먹을 시간을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기기 발전 종착점은 스마트스킨처럼 '피부에 직접 붙이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구글, 인텔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도 헬스케어를 접목한 웨어러블 기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 들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반도체회사 인텔과 유명 배우 마이클 J 폭스가 설립한 파킨슨재단은 지난 8일 파킨슨병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캐나다 바이오테크회사 시냅서스 세라퓨틱스가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오프 에피소드(근육 경직)' 증상을 치료하는 약품의 임상 3상 시험인데 인텔 스마트워치를 통해 환자 증상이 자동으로 모니터링된다.

구글도 지난 7일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이용자에게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는 메커니즘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지난해 12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에서 생활과학사업부를 '버릴리(Verily)'로 정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특허다. 이 특허는 사용자가 식사할 때 하는 행동을 미리 입력해 놓으면 이와 유사한 행동을 기계가 인식해 사용자가 식사하고 있다고 판단해 약을 먹어야 한다는 내용의 알림 메시지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또 구글은 당 측정 센서를 탑재한 콘택트렌즈를 소개했다. 당뇨병 환자가 렌즈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에서는 복잡한 신체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연구한다. 질병이 나타나기 전 사전 경고 패턴을 발견하고 진단해 이를 효과적으로 치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웨어러블 센서와 전통적인 의료 테스트를 결합하기로 했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선 의료용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는 미국 뉴로메트릭스가 진통을 완화해줄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Quell)을 선보였다. 허벅지에 착용하는 이 기기는 신경을 자극해 뇌에 신호를 보내 몸에서 만들어지는 천연 마취제인 엔케팔린을 생성하게 해준다. 약물 없이 통증을 완화해주는 것이다. 이 기기는 모바일과 연동이 가능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기획취재팀〓김기철 팀장 / 원호섭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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