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10 '공짜 마케팅', 한국선 매력 없다
[오마이뉴스 김시연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가 29일 출시한 윈도우10 '데스크톱 모드'의 새로운 시작 화면 |
ⓒ 김시연 |
난 '윈도우10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29일 오후 윈도우7에서 윈도우10으로 직접 업그레이드하는 도중 문제가 생겨 노트북PC 대여 업체에 연락했더니 담당자가 대뜸 좀 더 기다렸다가 하라고 말렸다. 그래도 상관없으니 문제점을 찾아달라고 하자, 아예 PC를 회사로 보내달란다. 결국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독이 될까, 약이 될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날 새 운영체제(OS) 윈도우10을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190개 국에 동시 출시했다. 기존 '윈도우7'이나 '윈도우8.1' 버전 사용자들은 앞으로 1년간 추가 비용 없이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수십만 원짜리 프로그램 무료 업그레이드... '불청객'은 외면
지난 2012년 윈도우7 PC 구매자에게 15달러(약 1만7000원)만 받고 윈도우8로 업그레이드해 준 적이 있지만, 이전에는 10만~30만 원 정도를 부담해야 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MS CEO 사티아 나델라로선 나름 '신의 한수'였다. MS는 지금까지 윈도우, 오피스 등 프로그램 판매가 주 수익원이었다.
공짜라고 누구나 '초대장'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단 사전 예약자를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종의 시험판인 '윈도우10 인사이더' 참가자 550만 명이 1순위다.
또 지난 한 달간 PC 바탕화면 하단에 뜨는 '윈도우10 시작 앱' 아이콘으로 예약한 이들에게 이날부터 '알림'을 보내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다. 설치 시간은 1시간 안팎이고 기존 데이터는 유지되지만, 만약에 대비해 외부 저장장치 등에 데이터를 '백업'해두는 게 좋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는 PC에 깔린 윈도우가 정품이 아니거나 '윈도우 업데이트' 기능을 실행하지 않으면 '시작 앱'이 뜨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윈도우10을 실행할 수 없는 PC의 경우 29일 이후 아이콘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비정품이라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손쉽게 '멍석'까지 깔아주진 않은 셈이다.
액티브엑스 안 통하는 엣지 브라우저, 관공서-금융업계 '비상'
▲ 29일 출시한 윈도우10에 포함된 엣지 브라우저를 이용해 각종 공문서를 뗄 수 있는 '민원24' 사이트에 접속하면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필요하다'는 안내가 뜬다. |
ⓒ 김시연 |
더 큰 문제는 새 웹브라우저다. 윈도우10에서 처음 등장한 '엣지' 브라우저는 웹 표준을 잘 지킨 탓에 '액티브엑스' 같이 보안에 취약한 프로그램을 더는 지원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당장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이나 방화벽을 사용하는 국내 관공서나 금융회사 웹사이트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에 MS도 액티브엑스가 통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11 버전(IE 11)'를 추가 제공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는 지난 27일 "윈도우10과 엣지 브라우저가 출시됨에 따라 일부 웹 서비스 이용 불편에 대비해 사전 테스트 등이 필요하다"면서 "프로그램 수정이 미흡하면 화면 깨짐이나 레이아웃 오류, 기능 미작동 등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심각한 경우 블루 스크린이나 PC 재부팅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력 '경고'했다.
아울러 이용자들에게도 "주로 방문하는 사이트의 엣지 브라우저 일정을 사전에 확인하고 업그레이드를 진행해야 발생 가능성이 있는 서비스 이용 불편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윈도우10 업그레이드를 '만류'했다. "만약 업그레이드 이후 일부 웹사이트 이용이 어렵다면 'IE 11'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도 공개적으로 주의를 당부한 건 그만큼 국내 웹사이트들이 웹 표준에 맞출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엣지 브라우저로 국내 주요 웹사이트에 접속해보니 금융 사이트뿐 아니라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도 '이 사이트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필요함'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IE로 열기'를 권장하긴 했지만 일부 사이트는 '엣지'에서도 제대로 열렸다.
애플 '시리'에 도전하는 '코타나', 한국어는 안 통해
▲ 송규철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상무가 29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윈도우10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
나름 장점은 있다. 우선 윈도우10이 가장 앞세우는 건 PC뿐 아니라 태블릿, 윈도우폰, 사물인터넷(IoT) 단말기까지 호환되는 최초의 운영체제라는 점이다.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아래 앱) 개발자 입장에선 각 단말기에 맞는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다.
송규철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마케팅 및 오퍼레이션즈 사업부 상무는 이날 오전 광화문 본사에서 열린 윈도우10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버전별로 앱을 따로 만들어야 하지만, 윈도우10은 뭐든 같은 코어를 활용할 수 있어 사용자 환경(UI)에 맞춰 크기만 조절해주면 된다"고 밝혔다. 앞으로 2년 안에 윈도우10 사용 단말기가 10억 개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윈도우10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기존 데스크톱 PC용 '윈도우7'과 태블릿과 터치화면 사용자를 배려한 '윈도우8.1' 환경을 결합한 '컨티뉴엄(Continuum)' 환경이다. 우선 '데스크탑 모드'에선 윈도우7에 있던 '시작' 메뉴를 다시 살렸다. 다만 윈도10 시작 화면에선 프로그램 리스트뿐 아니라 날씨, 뉴스, 사진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태블릿 모드'로 전환하면 이전 윈도우8.1처럼 터치화면에 최적화된 풀스크린 '시작 화면'을 보여준다.
또 음성으로 개인화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디지털 개인 비서 '코타나'도 대표적인 기능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어는 지원하는 않는다. 코타나는 위치 정보와 연계해 특정 위치에서 알림을 지시한다든지,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같이 오피스 파일도 검색해 찾아준다.
사용자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카메라에 얼굴만 갖다 대면 바로 로그인할 수 있는 '윈도우 헬로우'도 차별화 포인트다. 하지만 아직 모든 PC 카메라가 '윈도우 헬로우' 기능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윈도우폰 없는 한국에선 윈도우10 매력 없다?
▲ 윈도우10 '태블릿 모드'는 기존 윈도우8.1 시작 화면과 비슷하다. |
ⓒ 김시연 |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10 무료 업그레이드를 택한 것도 PC와 모바일 운영체제간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어서다. 더구나 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 크롬 OS처럼 무료 업그레이드가 자리 잡으면서 윈도우 같은 유료 OS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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