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살리기.. 전직 삼성맨 2人이 나섰다

채민기 기자 2015. 6. 1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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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체결한 옵티스, 대표는 이주형·최대주주는 진대제] 사물인터넷·휴대전화로 사업 다각화하려 인수한 듯 계약금으로 이미 20억 내 최종 인수될 가능성 높지만 1兆 넘는 부채가 '막판 변수'

삼성전자 출신 CEO들이 청산 위기에 몰린 팬택을 회생시키겠다고 나섰다. 지난 16일 팬택과 인수합병(M&A) 양해각서를 체결한 중견기업 옵티스의 최대주주는 진대제(63)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설립한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다. 옵티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이주형(58) 대표 역시 삼성전자 비디오사업부 연구원 출신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도 팬택 인수후보로 거론됐지만 "팬택을 인수하면 독점 논란을 빚을 수 있다"며 일축했다.

◇팬택, 살아날까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진 전 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06년 "IT(정보기술) 분야 유망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겠다"며 스카이레이크를 설립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옵티스 지분 22.46%를 가진 최대주주다. 옵티스는 빛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재생하는 광학디스크 드라이브(ODD) 제조사다. 2004년 삼성전기가 ODD용 '광픽업'(레이저를 디스크에 쏴서 데이터를 읽는 부품) 사업을 접으려 하자, 삼성전자 비디오사업부에서 일하던 이 대표가 '내가 해보겠다'며 차린 회사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ODD 사업을 위해 설립한 합작법인 'TSST' 지분을 매입해 경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카메라가 초점을 자동으로 맞출 수 있도록 렌즈를 구동하는 장치(AFA)와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등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5995억원, 영업이익은 150억원을 기록했다.

옵티스가 팬택 인수에 나선 것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다. 영상·음악을 저장하지 않고 바로 내려받아(스트리밍) 사용하게 되면서, ODD에 쓰이는 저장 매체인 CD나 DVD 사용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주력 제품인 ODD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휴대전화·사물인터넷(여러 기기를 통신 기술로 연결해 원격으로 제어하는 기술)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팬택을 선택한 것이다. 휴대전화 제조사인 팬택은 사물인터넷의 핵심인 통신 관련 기술을 포함해 4099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또 최근까지 사물인터넷 관련 부품을 생산해 왔다.

옵티스가 팬택 인수에 성공하면 연구개발(R&D)은 국내에서 담당하고, 생산 라인은 동남아시아에 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형 대표는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으로부터 판매를 도와주겠다는 투자의향서(LOI)를 받았다"고 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체급'이 훨씬 큰 대기업과 직접 경쟁했던 팬택과 달리 중저가 제품 위주로 동남아 등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확정 전까지 알 수 없어" 의견도

옵티스는 팬택 인수 대금을 4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이 금액의 5%에 해당하는 20억원을 이미 계약금 격인 이행보증금으로 납부했다. 매각이 무산되면 돌려받을 수 없는 돈이다. 따라서 옵티스의 인수 시도는 이전에 비해 신뢰성·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사물인터넷 시장에 진출하려는 제조업체가 팬택 인수를 시도하는 것도 사업적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팬택과 옵티스 측은 실사(實査)를 거쳐 다음 달 17일까지 투자 계약을 할 예정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팬택 채권단에 회생 계획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계획서에는 1조181억원에 달하는 팬택의 부채(2015년 1분기 기준) 처리 방안 등이 포함된다. 승인을 받지 못하면 인수가 불발로 끝날 수 있다.

팬택 직원들은 옵티스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팬택 관계자는 "분명 기뻐할 일이고 내부적으로 기대감도 있지만 괜히 '김칫국' 먼저 마시는 꼴이 될까봐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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