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공학과 나와도 코딩 '쩔쩔'

김대영,윤원섭,정승환,원호섭,이경진 입력 2015. 6. 16.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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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대학교육..학과명도 수시로 바꿔교육부도 안일, SW 정책 전담자 없다시피

◆ 한국 SW강국으로 가자 ② / 4敵, 20세기에 머문 낡은 교육◆

서울 강남에서 컴퓨터학원을 운영하는 C씨는 최근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대학생들의 코딩 실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취업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 코딩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봤는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보라고 하니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는지조차 몰라 헤매고 있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소프트웨어(SW) 관련 학과 교육은 현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며 "4년 동안 SW를 공부한 학생보다 SW에 관심을 갖고 1~2년 스스로 공부한 학생들의 실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다.

홍원기 포항공대 교수는 "한국 학생들이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해도 프로그램을 제대로 짤 수 있는 학생이 많지 않은 데다 취업을 해도 기업이 재교육을 실시해야 업무를 할 수 있다"며 "부실한 대학 교육으로 인한 사내 재교육이란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컴퓨터공학과 전산학과 졸업자에 대한 기업의 신뢰가 낮은 이유는 또 있다. 정권에 따라 국내 대학들의 과목명이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공대에 있다하더라도 세부 학과를 통해 학생들의 특화분야를 바로 알 수 있게끔 해 놓았다.

현지 업계는 컴퓨터사이언스(Computer science) 전공생은 프로그래머, 전자공학 전공생은 반도체 등 부품·설계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있다고 인식한다. 기업에 낼 이력서를 쓸 때도 자신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고 바로 인터뷰를 통해 실력을 보여주면 채용이 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가 복잡하고 미묘한 이름을 갖고 있다. 창조경제라는 정부 기조 아래 소위 트렌디하다는 단어(멀티, 융합 등)를 조합해 탄생한 학과들이다. 이러한 학과 졸업생들은 4년간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를 일일이 검증해야 한다.

교육부의 안일한 태도도 질타를 받았다. 한국이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가기 위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해줘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SW 교육과 관련한 큰 그림을 그리면 교육부가 이와 관련한 커리큘럼을 짜 실행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에 따르면 이번 정부 출범 후에도 교육부에서 소프트웨어 정책을 전담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난해 겨우 과장급 담당자가 한 명 임용됐지만 직급이 낮아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김현철 교수는 대학뿐 아니라 향후 초·중·고교에서 진행될 SW 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내다봤다.

그는 "2017년부터 초·중·고교에서 소프트웨어를 정규과목으로 가르친다고 하지만 교육부의 교원 양성 의지는 매우 낮은 편"이라며 "기술산업, 교련 등 제조업 시대의 교과목 교원에게 SW 교육을 일임시키려는 교과 이기주의가 SW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꼬집었다.

[기획취재팀 : 김대영 차장(팀장) / 미국 = 윤원섭 기자 / 중국 = 정승환 기자 / 원호섭 기자 / 영국·핀란드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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