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사투리 왜곡에 뿔난 전남
"시방 나랑 한번 해보자는 것이여. 숭례문 개백정이 어떤 놈인가 성깔 다시 한번 보고싶다는 것이여 뭐여. 내 오늘 부처고 뭐고, 그냥 개 피 보고 확 파계해불랑께."
시청률 정상을 달리는 KBS2 <추노>에 나오는 '땡초'는 험악한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땡초는 뭔가 출신 성분이 불확실하고, 사이비 종교인 냄새가 풍긴다. 이모씨(32·광주 서구 금호동)는 "배경이 옛 한성(서울) 부근인데, 왜 전라도 말을 거칠게 쓰는 사람을 등장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전라도 사람들이 줏대도, 품위도, 절제도 없는 '2등 국민'처럼 여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시청률 20%대를 올리며 끝난 SBS <천사의 유혹>에서 여주인공의 작은 엄마와 아버지는 돈 욕심 많은 탐욕스러운 사기꾼 부부로 나온다. 이들도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당시 시청자 게시판에는 "특정지역 사투리,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정하라"는 불만이 제기됐다.
전남도가 3일 '전라도 사투리를 바로 써달라'는 건의문을 한국방송작가협회 등 전국 사회·문화 단체에 보냈다.
전남도는 건의문에서 "공교롭게도 요즘 영화·드라마에서 전라도 사투리가 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하는 웃음거리 수단으로 자주 악용되고 있다"면서 "다른 지역 분들이 전라도 사람들을 악한 자들로 기억하는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학술단체·시민단체에 어울릴 법한 일을 관공서가 앞장선 것은 이례적이다.
전남도 오주승 공보관은 "최근 각계 모임에서 전라도 사투리가 삐뚤어지고, 그릇된 사람이 쓰는 말로 굳어지고 있다는 걱정과 함께 적극 대응해달라는 민원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재경 광주전남향우회 주옥규 사무국장은 "깡패·가정부·거지 등 하류층 배역엔 어김없이 우리고향 말만 쓰도록 했던 악몽이 떠오른다"면서 "사투리는 그 지역 문화를 담아내는 뼈와 살 같은 가치인데도 우열이 있는 것처럼 여기려는 풍토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 | 배명재 기자 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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