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적당한 양 비싸게 팔라"..팝콘-음료에 얽힌 대형영화관의 불편한 진실

배민욱 2011. 5. 30.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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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해요? 극장에서 팝콘과 음료를 살 때 시중보다 훨씬 비싼 가격 때문에 부담돼요."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 대형 영화관이 외부음식 반입을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시정 조치를 내렸다. 모든 대형 영화관에서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영화관을 찾은 소비자들은 이같은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 번화가에 위치한 대부분의 영화관에서는 외부음식 반입과 관련한 안내 문구조차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외부음식 반입 여부에 대해 모르는 소비자들은 영화관이 직접 운영하는 매점에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팝콘이나 음료수 등을 구입하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3~4배 많은 돈을 지불하고서다.

이러다 보니 시중보다 비싸게 음식물을 판매하고 있는 매점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약된다는 점을 영화관이 악용해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어 음식물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7시 서울 명동의 한 대형 영화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관람에 나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용기에 가득 담긴 팝콘과 음료수 들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전날 찾아간 서울 강남의 대형 영화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영화 관람에 나선 사람들이 매점 앞에서 팝콘과 음료수 등 음식을 구입하느라 분주했다. 매점 종업원들은 팝콘 기계에 담겨 있던 엄청난 양의 팝콘이 날개 돋 친 듯 팔리자 팝콘을 다시 튀겨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영화가 끝나자 상영관에는 먹다 남은 팝콘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계단과 통로 곳곳에서 남긴 팝콘이 나 뒹굴고 있었다. 좌석에는 누군가 반쯤 먹다 남긴 팝콘 용기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또 출입문 앞에 세워둔 쓰레기통에는 반쯤 먹다 남긴 팝콘들과 각종 음료들로 넘쳐났다.

여자친구와 함께 영화관을 찾은 정병기(33)씨는 "음식물이 반입되는 것을 알았다면 굳이 비싸게 돈을 주고 팝콘 세트를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매번 영화관에 올 때마다 값 비싼 식음료 가격도 문제지만 팝콘과 각종 음료 양이 워낙 많아서 다 먹지 못하고 그냥 버리게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씨는 두 명이라 작은 사이즈의 팝콘과 음료가 포함된 세트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매점을 찾았으나 매점에서는 중간과 큰 사이즈 두 가지만 있다고 했다. 결국 정씨는 1000원을 더 내더라도 양이 두 배 가까이 많은 큰 사이즈 팝콘 세트를 구입하고 손해 보지 않는다고 생각해 큰 사이즈 팝콘 세트 상품을 구입했다고 한다.

실제 거의 모든 영화관에서는 작은 사이즈의 팝콘은 없었고 중간 사이즈와 큰 사이즈만 있었다. 두 사이즈의 가격 차이는 영화관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대부분 500원에서 1000원이 차이가 났다. 소비자들은 다 먹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부분 돈을 더 주고 큰 사이즈의 팝콘을 구입한다.

회사원 정혜경(30·여)씨는 "매번 영화관에 올 때마다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 때문에 영화관 상술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다"며 "영화관이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안내판 설치나 홍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영화관을 찾은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음식을 낭비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원주(25)씨는 "몇 년 전에는 작은 사이즈의 팝콘 세트도 있었는데 슬그머니 사라진 것 같다"며 "영화관은 '비싸면 안 먹으면 될 거 아니냐'고 할 것이 아니라 음식도 낭비되는 것을 막고 개인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팝콘과 음료 사이즈를 다양화하고 음식 가격도 적정한 가격으로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려지는 팝콘은 영화관을 청소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에게도 애물단지다.

영화관 청소를 담당하는 김모(52·여)씨 "관람객들이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팝콘의 양이 상당해 주말에는 100ℓ 봉지 10여개 이상이 나올 정도"라며 "버려진 팝콘을 볼 때마다 아까워 팝콘 용기에 뚜껑을 덮거나 비닐봉지 등을 나눠줘 남은 팝콘을 집에 가져 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형 영화관들은 매점에서 판매되는 음식의 가격을 낮추거나 외부음식 반입에 대한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 무엇일까.

대형 영화관측은 단순히 가격이 높다고 비교할 것이 아니라 놀이 공원에서도 외부보다 가격이 높은 것처럼 영화관이 갖는 특수성과 마케팅 측면 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음식물 반입과 관련해 영화관을 찾은 다른 관람객들이 불편을 줄 정도로 냄새가 심하거나 깨지기 쉬운 용기에 담긴 음식 외에는 모든 외부음식이 반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따로 안내할 필요성을 없다는 것이 영화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한 대형 영화관 관계자는 "다른 관람객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냄새가 심하게 나거나 소리가 나는 음식들은 외에는 모든 외부음식은 반입이 가능하다"며 "대부분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따로 안내판을 설치할 계획은 아직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사실일까. 하지만 또 다른 영화관 관계자의 말은 전혀 달랐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영화 관람료만으로는 영화관들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영화관들은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매점이 사실상 독점적 지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람들은 웬만큼 높은 가격이라도 기꺼이 팝콘이나 음식 등을 구입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단다. 이를 이용해 관람료에서 부족한 수익 부분을 채우거나 높은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영화 관람료만으로 수익 구조가 나지 않는 것은 영화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영화 관람료를 현실적으로 올리지 못해 자구책으로 팝콘뿐만 아니라 매점에서 판매되는 모든 음식을 시중보다 비싼 값에 팔거나 광고 등으로 수익을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부음식을 가져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게 되면 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에 영화관측이 외부음식 반입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이 맥락에서 봐야한다"며 "어떻게 보면 비싼 팝콘을 사먹거나 매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오히려 영화 관람료가 오르지 않는 것일 수 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영화관이 매점 독점 운영권을 가지고 가격을 시중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화관측에서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기관에서 직권조사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 팀장은 "영화관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매점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중보다 비싸게 가격을 책정한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며 "영화관측이 외부음식 반입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와 용량이 불분명한 팝콘과 음료 등은 다양한 용량으로 판매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영화관측이 소비자들을 위해 자발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공정거래위원회나 소비자보호원과 같은 기관에서 가격이 적정한 것인지 직권조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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