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초보 부부의 '좌충우돌' 농사 일기

구용희 2011. 5. 2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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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어머니가 심어놓은 감자에서 난 싹이 잡초인 줄 알고 경운기로 갈아엎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계십니다."

광주 광산구 동곡동 기룡마을에 사는 초보 농부 박상표(43)·배수진(42)씨 부부.

박씨는 한 때 기업총괄이사를 역임할 만큼 잘 나가던 봉급생활자였다. 하지만 그의 가슴 한 켠에 늘 자리잡은 인생의 이모작은 자연과 함께 하는 것.

결국 13년 동안의 서울 생활을 정리한 박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꿈을 이루고야 말았다.

2만3800㎡ 면적 생면부지의 땅을 임대한 초보 농사꾼 박씨 부부가 선택한 작물은 재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표고버섯.

여기에 '무농약'을 농사철학으로 삼았기에 잡초와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농사 시작 3달 동안 잡초와 사투를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 감자 싹도 갈아엎었구요"라며 아찔(?)했던 기억을 떠올리던 그는 "호미를 어떻게 잡는지, 로타리(논이나 밭을 고르는 일)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무농약 농사를 한다니까 동네 분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보더라"며 좌충우돌 생초보 농사꾼의 애환을 소개했다.

그러나 박씨는 준비된 농사꾼이었다. 귀농 전 경기도 파주에서부터 전남 진도까지 표고버섯 재배농 수 곳을 찾아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익혔다.

또 농업기술센터 등 관련 기관과 각종 농업 서적 및 교육의 장소에 문을 두드리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끊임없는 박씨의 노력과 성실함, 여기에 아내의 조력은 지난해 12월 표고버섯 첫 생산으로 결실을 맺었다. 품질이 좋아 높은 가격에 출하됐다. 지난 4월 말에는 무농약 인증까지 받았다.

광주 유일의 표고버섯 재배농인 그가 알려주는 좋은 표고버섯은 '갓이 크고 두꺼우며 살짝 핀' 작물.

"손끝에서 나오는 예술"이라며 '표고 예찬론'을 펼치고 있는 박씨는 표고버섯을 먹인 닭을 키우는 등 틈새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농사꾼으로 첫 걸음을 뗀 박씨는 23일 "마당에는 머위대가 뒤뜰에는 미나리밭이, 쌈 채소며 나물이 천지라 먹거리 걱정이 없다. 너무 멋진 결정이었다"며 "몸은 힘들지만 마음 만큼은 편안하다"고 말했다.

또 "귀농에 대한 환상에 앞서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며 성실함과 끊없는 노력, 자연의 고마움을 느끼고 배우려는 자세만이 프로농사꾼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강조했다.

persevere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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