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와 벽파, 동지인가 정적인가

2009. 9. 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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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주최 학술토론회서 학자간 논쟁(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조선 정조시대 정치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높아진 가운데 정조대왕이 노론 벽파의 핵심인물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어찰이 공개된 것을 계기로 정조와 노론 벽파의 관계에 관한 학술토론회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수원시는 22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수원화성박물관 개관을 기념해 조선시대사학회 주관으로 '정조대의 정국 동향과 정조어찰'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정조독살설에 대한 한신대 유봉학 교수의 기조강연에 이은 한국학중앙연구원 박현모 교수의 '노론의 정국 운영', 서울대 최성환 박사의 '정조의 정국 운영과 벽파'에 대한 발표가 주목을 받았다.

최성환 박사는 정조의 정치 운영에 대해 "정조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왕권 중심의 정치를 추구한 것이 아니라 신하들과 공론을 형성해 정국을 운영하는 군신공치(君臣共治)를 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벽파는 정조의 반대세력이 아닌 동조세력으로 화평책(和平策)을 구사하며 정조 탕평의 중심적 위치에 있었다는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이에 대해 김성윤 경북대 교수는 "벽파가 정조의리에 동참했다면 왜 정조가 죽자마자 그가 주장한 의리를 급격하게 폐기하고 정조에 동조하던 세력들을 대거 숙청했는지, 정조의 조정에 의해 유지되던 화평의 정치가 살육의 정치로 급변했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 박현모 교수는 노론의 정치론과 정국 운영에 대해 "노론이 160여년간 장기 집권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며 정치적 헤게모니 장악과 함께 고도의 정치전략.전술을 발휘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유미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는 "노론이 권력을 유지한 방법이란 측면에서 기술(Skill)로 표현할 수 있으나 이를 정국 운영(Management)의 차원으로 볼 수 없다"며 "노론의 정치론과 정국운영 기술이 성공했기 때문에 장기 집권이 가능했다고 본다면 통치 과정에서 국왕과의 상충관계에서는 어떤 전개를 보였는지가 드러나야 한다"고 했다.

앞서 유봉학 교수는 최대 관심사인 정조 독살설에 대해 "선(善)의 화신 정조가 정약용과 같은 진보적 실학자를 이끌어 개혁을 하려다 악(惡)의 세력이자 보수적 주자학파인 노론 벽파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함으로써 조선의 자주적 개혁이 좌절된다는 설정은 전근대적 영웅사관과 식민사관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조 독살설은 오래전부터 익숙해 무의식으로 수용했던 식민사관의 조선시대사관에서 태어났다"며 "겉으로는 식민사관 청산을 외쳤지만, 다른 한쪽에선 자기도 모르게 정체성론과 당쟁론, 주자학망국론을 추종하는 모순이 정조 독살설을 주장하는 일각의 역사의식 근저에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이밖에 이근호 국민대 박사(정조대 소론), 권두환 서울대 교수(정조어찰의 설득력과 논리), 백승호 서울대 박사(심환지의 생애와 문학활동) 등이 논문을 발표했고 김준혁 수원화성박물관 박사, 성균관대 안대회 교수 등이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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