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만 줄 수 있나..' 허리 휘는 밸런타인데이

2009. 2.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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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강현석 기자]

선물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지만, 특별한 날을 보내고 싶은 연인들에게 밸런타인데이는 '허리가 휘는' 날일 수 밖에 없다.

초콜릿은 기본에다 선물까지 덤으로 사야 하는 여성들과, 밸런타인데이 '맞선물'을 준비하는 남성들 모두 '밸런타인 스트레스'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밸런타인데이를 이틀 앞둔 12일, 조모(24·대학생) 씨는 남자친구에게 선물할 초콜릿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 종로에 있는 방산시장을 찾았다. 직접 만든 초콜릿에 든 가격만 5만 원에다 10만 원 어치의 화장품세트도 선물로 함께 구입했다. 부담은 있지만 주위 친구들이 모두 선물을 준비했다는 말에 자신만 '짠순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

조 씨는 "크고 멋진 초콜릿 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여성들을 보면 은근히 경쟁심리가 발동하기도 해 애초 예산을 훌쩍 초과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여성들에게 밸런타인데이는 '초콜릿'이 아니라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이미 각인된 상태다.

직장인 최모(28) 씨는 초콜릿도 중요하지만 남자친구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고르기가 더 어려웠다. 결국 1만 5천 원짜리 초콜릿에다 음악을 좋아하는 남자친구를 위해 24만 원짜리 MP3플레이어를 구입했다.

최 씨는 "초콜릿만 주기에는 좀 성의가 없어 보인다"며 "선물을 같이 줘야 제대로 밸런타인데이를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4) 씨가 이번 밸런타인데이에 쏟아부은 돈은 10만 원에 달한다. 직접 만든 DIY초콜릿과 커플링값으로 7만 원 이상의 돈이 들어갔다. 다행히 방학 동안 인턴일을 하며 벌어놓은 돈이 있어 가까스로 비용은 마련했지만 불만은 남아 있다.

박 씨는 "솔직히 선물까지는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주위사람들을 따라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과소비를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아나운서 A(29)씨는 아예 해외에서 10만 원 정도의 돈을 들여 초콜릿 컵케익을 주문했다. 초콜릿과 선물을 모두 사야하는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차원에서다. A씨는 "정성도 있어 보이고, 따로 선물을 구입할 필요도 없어서 차라리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밸런타인데이로 허리가 휘는 건 여성뿐만이 아니다. 최근 '맞선물'을 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남성들도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회사원 권모(26) 씨의 고민은 깊어가고만 있었다. 부담은 되더라도 밸런타인데이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 씨는 "평소 자신이 눈여겨 봐둔 레스토랑에 전화를 해보았는데 이미 밸런타인데이 예약이 끝난 상태였다"며 "다른 커플들이 한다면 비용부담은 있지만 자존심 때문에 멋진 저녁식사를 준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이벤트를 많이 준비했다는 학원강사 김후성(26) 씨는 "호텔이나 콘도에서 이벤트를 한다는 말을 듣고 알아봤지만 최소비용이 25만 원 정도"라면서 "예년 같으면 모르겠지만 올해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그 비용을 아끼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유재성(25) 씨는 "여자친구와 작은 선물을 주고받기로 미리 약속했다"며 "오는 화이트데이에는 좀더 형편이 나아져 체면이 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확히 한 달 뒤에 찾아오는 화이트데이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밸런타인데이에 선물을 마련했는데, 한 달 만에 또 화이트데이용 선물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최모(31) 씨는 밸런타인데이 '맞선물'로 10만 원 정도 되는 향수를 벌써 샀는데, 다음달 화이트데이 때 또 다른 선물을 고르느라 벌써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랑의 크기가 데이트비용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밸런타인데이를 보내고 싶은 연인들의 마음이 경제 위기와 맞닿으면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고민만 커지고 있다.wicke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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