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원룸 나홀로족 "옆방 소음 미치겠어요"

2009. 12. 14.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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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린시설로 분류돼 경계벽 부실생활소음 여과없이 전달 피해 늘어"급증하는 새 주거유형… 규제안 필요"

서울 관악구의 한 원룸에 사는 이모(32)씨는 이웃에 사는 누군가가 자기 전 양치질을 할 때 늘 심한 헛구역질을 한다는 사실을 안다. 주말에는 밤 늦게 술에 취해 들어와서는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는 경우가 잦다.

이씨가 이웃의 '심야 구역질'을 꿰뚫고 있는 것은 그 소리를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웃과 이씨 원룸을 가르는 벽은 10㎝도 되지 않은 얇은 석고보드다.

최근 인근 원룸에서는 옆방 소음 문제로 30대 남성 두 명이 주먹다짐을 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옆방 사람이 밤 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자, "잠 좀 자자"며 항의해 시비가 붙은 것이다.

이씨는 "원룸 간에 방음이 전혀 안 돼 옆집 사람의 전화통화에다 구역질 소리까지 다 들리니 고역이 아닐 수 없다"라며 "이런 건축물들이 어떻게 허가를 받고 지어지는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원룸이나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나홀로족들이 '이웃간 경계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아파트나 다세대주택과 달리 원룸이나 고시원 등은 방음 규정이 전무해 세대간 경계벽이 부실하게 지어지는 탓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소형주거공간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소음 규정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고시원과 원룸은 대부분 주거시설이 아니라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를 받은 뒤 경계벽을 세워 임대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존 건축법상 근린생활시설에 '고시원'이 포함돼 있지 않아 실은 불법 건축물이었는데 올해 8월 건축법 개정으로 바닥면적 1,000㎡ 이하는 '고시원'으로 정식 인정됐다. 화재 참사 위험성 등을 고려해 음성적으로 늘어나는 소형주거공간을 법적 테두리 안에 넣어 양성화한 것이다.

소방방재청 통계에 따르면, 2005년 3,910개였던 전국의 고시원은 2009년 5월 기준 6,126개로 늘었다. 특히 '고시원'이 합법화한 8월 이후 급증하는 추세다. 고시원협회는 8월부터 12월까지 전국에 500여개 고시원이 새롭게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고시원이 주거시설이 아니라 근린생활시설로 합법화돼 소음 관련 규제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건축법상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등은 소음 방지를 위해 벽 두께를 재료에 따라 10~19㎝로 규제하는 경계벽 설치 기준이 적용되지만, 근린생활시설인 이들 소형주거공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겉만 그럴싸하게 지은 신축 원룸도 경계벽을 석고보드로 짓거나 얇은 벽돌을 쌓아 메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10년간 서울지역 원룸 8곳에서 지냈다는 김모(30)씨는 "방을 고를 때마다 벽을 두드려보는 등 세심하게 살피지만 직접 살아보지 않고는 방음 상태를 알 수 없었다"며 "소음이 짜증나도 마땅히 하소연할 데도 없어 계약기간이 끝나면 이사 가는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소음피해에 따른 구제 방법은 실제로 전무하다. 올해 서울시 환경분쟁위원회에 세대간 소음문제로 조정 신청을 한 경우는 5건에 불과하다. 위원회 관계자는 "법적 효력이 없어 실제 조정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당사자끼리 해결 보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차상곤 소장은 "새로운 건축물 유형인 오피스텔, 원룸, 고시원 등에도 적용될 소음규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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