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하니 더 잘 믿어주는 사람들

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입력 2011. 7. 28. 15:12 수정 2011. 7. 28. 15: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honeypapa@naver.com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사람 좋게 생긴 아저씨 한 분이 나와서 약간 어눌한 말투로 산수유 음료를 소개하던 이 광고 문구는 유행어가 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우리 사회에서 유행어를 가장 잘 만들어내는 개그맨들까지 따라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이 광고의 주인공은 해당 회사의 회장님이었다. 광고를 만들기 위해 직원회의를 하다가 답답해서 "남자들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고 말했던 것을 광고로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화제가 된 만큼 광고 효과도 엄청났다. 산수유를 팔아서 서울 강남 사옥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광고는 성공적이었다.

이 광고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광고 문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가 없는 것처럼 들린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광고는 일반적으로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의 장점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선전'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잠재적 소비자들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드러내게 마련이다. '산수유' 광고도 실제로는 자기 제품의 장점을 군더더기 없이 잘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이 광고 문구는 사람들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없는 것처럼 들릴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라면서 마치 직접적인 설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광고 문구가 이러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처음 보는 아저씨가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말투로, 제품명은 언급하지도 않고, '산수유'가 좋다는 것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서 답답해하는 마음을 혼잣말로 표현한 것도 이런 효과를 강화시키는 데 한몫한다.

설득하려고 덤벼들면 잘 신뢰하지 않아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때, 그 사람에게서 전달된 메시지에 의해 쉽게 설득당하는 경향이 있다. 금융회사 직원이 당신에게 수익률이 아주 높고 원금 보장도 되는 좋은 조건의 새로운 금융 상품이 나왔다면서 가입을 권유하면, 아마도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은 뭔가 설명하지 않은 불리한 조건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똑같은 내용의 설명을 우연히 엿듣게 되었을 때를 상상해보자. 커피숍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남자가 자기 친구에게만 속삭이듯이 자기가 최근에 가입한 금융 상품이 있는데 정말 조건이 좋으니까 너도 하나 가입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금융회사 직원이 한 이야기나 옆 테이블의 남자가 한 이야기의 내용이 같음에도 그 상품에 가입하고 싶은 욕구는 옆 테이블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었을 때가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 메시지의 설득력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여부에 따라 상대방에 대해 갖게 되는 신뢰성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설득하려고 덤벼드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사람을 잘 신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자신을 설득해서 무언가 이득을 보려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메시지 전달자가 자신의 이득을 얻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일 때, 메시지 전달자에 대한 수용자의 신뢰성은 크게 떨어진다. 자신의 이득이 목적인 사람은 진실을 숨기거나 심지어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메시지의 설득력도 함께 떨어진다. 반면, 메시지 수용자들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메시지 전달자로서 상당히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메시지 전달을 통해서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메시지를 왜곡할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결과, 메시지 전달자를 신뢰하게 되고, 메시지의 설득력도 높아지게 된다.

월스터와 페스팅거(Walster & Fesinger)의 연구에서는 두 명의 대학원생이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할 때 옆방에 있는 학부생 실험 참여자로 하여금 이들의 대화를 엿듣도록 했다. 한 조건에서는 실험 참여자들에게 토론을 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옆방에서 누군가가 자기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즉, 이 조건에서는 참여자들로 하여금 옆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엿듣고 있는 참여자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든 것이다.

다른 조건에서는 옆방에서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대학원생들이 전혀 알지 못한 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결과에 따르면, 참여자들은 자기가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대학원생들이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대학원생들이 엿듣는 사람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보다, 대학원생들의 주장에 더 크게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누군가 엿듣고 있는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한 말이 훨씬 더 진실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그 결과 이런 조건에서 한 말의 설득력이 더 커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숨어서 칭찬하는 것이 왜 효과적인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실제로 가지고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아니다. 실제 의도의 존재 여부와는 독립적으로, 메시지의 설득력은 메시지 수용자가 상대방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지각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부하 직원들을 괴롭히고 의심도 많은 고약한 상사 앞에서 그 사람의 업무 추진력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고 하자. 실제로 당신은 다른 것은 몰라도 상사의 업무 추진력만큼은 배울 만하다고 생각했고, 이 상사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과연 이 상사는 당신의 칭찬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작다. 아마도 이 상사는 당신이 자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 위해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고 당신의 진심을 평가 절하할 가능성이 크다. 즉, 메시지 전달자는 실제로는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메시지 수용자가 상대방이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지각하면 메시지의 설득력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메시지 전달자는 영향을 미치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메시지 수용자가 의도가 전혀 없다고 지각하면 메시지의 설득력은 크게 증가한다. 만약 당신이 이 고약한 상사의 눈에 들어서 괴롭힘만이라도 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보자. 그래서 상사가 화장실에 주로 가는 시간을 미리 확인해두었다가 미리 화장실에 가서 빈칸을 하나 차지하고 앉아 있다가, 상사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마치 친구와 통화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그 상사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고 하자. 아마도 이 상사는 당신이 진심으로 자기를 존경한다고 생각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각했을 때, 사람들은 그 사람으로부터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심리학의 힘 P: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11가지 비밀 > 의 저자 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