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왜 너도나도 바람 피우려 드는 걸까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2011. 3. 2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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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 스캔들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중국 여성 덩신밍과 한국 영사들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데서 출발한 이번 스캔들은 국가 기밀 유출 의혹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중국 정부와 외교 마찰 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유부녀의 미인계에 넘어간 '구멍 뚫린 불륜 드라마 외교'가 아닐 수 없다. 바람을 잘못 피운 탓이다.

ⓒ일러스트 임성구

'남자는 밥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딴생각한다'라는 말이 있다. 남자의 어쩔 수 없는 바람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왜 남자는 아내가 있는데도 다른 이성을 탐하는 것일까?

정도의 차이일 뿐 남자의 본능은 많은 여자 원해

역사 속에는 수많은 여성을 상대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라인스터의 책에 나오는 울스터의 왕 곤츠바는 그 나라의 모든 처녀와 관계했다고 하고, 19세기에 살았던 월터란 사나이는 적어도 1천~2천명 정도의 여자들과 성교를 가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성 편력가의 대명사인 돈 주앙은 몇 명의 여성을 상대했을까. 그가 정복한 여자는 자그마치 2천65명. 지금까지의 기록으로는 최고이다. '바람기' '바람둥이' '바람나다'는 모두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남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람을 피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최재천 교수는 많은 남성이 결혼을 인생의 족쇄로 여기지만 사실은 결혼이야말로 남성을 자유롭게 해준 제도라고 말한다. 만일 결혼 제도가 없었다면 남성은 '오늘 밤은 어떤 여성을 유혹해야 하느냐' 하는 고민으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현재의 결혼 제도는 일부일처제를 당연시한다. 그러나 다혼 역시 폭넓게 용인되어왔다. 인류학자인 헬렌 피셔가 지은 < 사랑의 해부 > (1992년)에 따르면, 8백53개의 문화권 중에서 일부일처제를 규정한 곳은 16%에 불과하고, 나머지 84%는 남자에게 동시에 두 명 이상의 아내를 취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고 한다.

일부다처제는 남자에게 최상의 생식 전략이다. 남성들이 많은 여성을 원하는 것은 생태학적으로 자신의 씨를 좀 더 넓게 퍼뜨리고자 하는 욕구이고, 젊은 여자를 원하는 것은 그쪽이 자신의 씨를 잉태하고 태어난 아이를 오랫동안 키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기네스북'에 최다 자손 보유자로 기록된 모로코의 마지막 황제 무레이 이스마일(1672~1727년)은 서른 살이 안 된 5백여 명의 처첩들로부터 8백88명의 아이를 낳았다.

다량의 정자를 배출하는 남성의 유전 전략을 주식 투자에 비유하자면, 여기저기 소액 분산 투자를 했다가 그중 하나에서라도 대박(수정)이 터지면 지분의 절반을 차지(종족 번식)하자는 것이다. 반면 여성은 우수 종목 하나를 골라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다. 생리 주기 한 번에 난자 하나를 배출하는 암컷으로서는 도박할 여유가 없다. 안전 투자를 하는 여성은 진득하게 한 자리(가정)를 지키지만, 남성은 장사가 안 된다 싶으면 바로 다른 곳으로 옮기려 든다. 성(性) 선택을 받기 위해 남성들은 무한 경쟁을 벌여왔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을 남자로 인정해주는 여자 찾게 돼

한편 과학자들은 한 인간의 사회성이나 배우자에 대한 충실도, 혹은 바람기의 정도는 바소프레신이나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 수용체의 유전적 변이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페닐에틸아민 계열의 호르몬이 강하게 작용하다 감소하게 되면 신체적으로 그를 메우기 위해 바람을 피우고, 옥시토신이 강하게 작용하면 금슬 좋게 지낸다. 습관적인 바람둥이 중에는 부모로부터 '바람기 DNA'를 물려받은 경우도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극도로 높아서 생기는 생물학적 바람둥이도 있지만, 이는 극히 소수일 뿐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이성에게 호감을 느낄 때 분비되는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조절하는 것을 통해 하나의 대상에만 중독되도록 함으로써 일부일처제를 지속시키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호르몬 조절로 불륜을 막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며, 불륜이나 외도는 어디까지나 배우자와의 관계에 기반해 성적 문제 등의 부부간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남자는 40대가 되면서 서서히 고환에 있는 남성 호르몬 분비 세포가 죽기 시작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이 감소하고 점점 남성성이 사라지게 된다. 이때 남성들은 자신의 성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성행위에 집착하게 되고, 남성성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 확인을 위해 외도와 곁눈질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너무 익숙해 성적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아내보다 자신을 남자로 인정해주는 여자를 찾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항상 새로운 것과 더 나은 것을 향한 탐지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수없이 피워대는 남성의 바람기에 피해 의식을 많이 갖는다. 하지만 이는 바람피우는 것을 남성 중심으로만 생각해서다. 그 남성의 상대가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크게 억울할 것도 없다. 남성이 바람을 피우는 만큼 상대적으로 여성도 바람을 피우는 것 아니겠는가.

최근 들어 여성의 불륜이 더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를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서 찾는 학자들도 많다. 또 습관적 바람둥이는 점차 줄어드는 대신, 부부간의 갈등이나 성격 불일치로 인한 일회적인 바람이나 불륜이 더 늘어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 이유에 대해 유전적·정신과적·생물학적 문제보다 사회적인 문제를 더 강조한다.

비록 남자들이 바람을 많이 피운다고 할지라도 줄기차게 연속적으로 피우지 않는 것은 바로 당신 때문이다. 당신을 향한 사랑 때문이다. 서로가 외도하지 않고 사랑하며 살기 위해서는 남자는 여자에게 정신적 결속력과 함께 육체적 친밀감을 주어야 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육체적 만족을 위해 노력하면서 정신적인 포만감을 주어야 한다.

만일 연인의 바람기가 두렵다면, 당신의 파트너가 연애 초기에 당신의 몸과 마음을 얻기 위해 공을 들였던 것처럼 그에게도 하루에 한 가지씩 새로운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자들이 "이상하게 집에서만 안 서요"라는 말을 하게 만드는 것도 당신이고, "마누라가 샤워하면 무서워요"라는 말을 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당신이다.

암컷이 바뀔수록 새로운 자극 얻는 '쿨리지 효과'

파트너가 늘 같을 경우 성적 기능이 축소되어 끊임없이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돌진하는 것은 동물도 마찬가지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미국의 제30대 대통령인 캘빈 쿨리지 부부가 국영 농장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당시 이들 부부는 따로따로 안내되었다.

영부인이 닭장 앞에 서게 되었을 때 수탉이 너무나 활기차게 암탉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영부인은 닭들이 하루에 몇 번이나 교미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사람들은 "하루에 열댓 번은 하지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영부인은 "대통령한테 그 말 좀 해주시겠어요?"라고 부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대통령이 닭장 앞을 지나게 되었다. 사람들이 수탉의 영웅적인 행동에 대해 보고하자 그는 "매번 같은 암탉하고 말이요?"라고 물었다. "오, 아니지요, 대통령 각하. 매번 다른 암탉하고 한답니다." 그러자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부인에게 그 말 좀 해주시겠소?"라고 말했다. 이렇게 수컷(남성)들이 새로운 암컷(여성)을 접하면 다시 성적 자극을 받아 흥분하게 되는 현상을 일컬어 '쿨리지 효과'라고 부른다. 이는 남성의 성행동을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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