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양윤옥씨가 말하는 하루키의 '1Q84' 3권

2010. 7. 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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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계의 호평과 악평이 교차하면서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1Q84'(문학동네) 3권이 서점에 깔렸다. 일본에서 출간된 지 3개월 만에 만나는 번역본이다. 지난해 1, 2권 제작부수 100만부를 돌파하며 인기몰이를 한 '1Q84'는 3권 예약판매만 3만여부에 이를 정도로 또 한 번의 돌풍이 예상된다.

2권은 여성 킬러 아오마메가 작가 지망생인 남자 주인공 덴고를 살리고자 입안에 권총을 집어넣고 자살을 시도하려는 장면으로 마무리됐지만 3권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은 아오마메가 은신처로 돌아온 것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1, 2권에서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가 한 장씩 교차됐다면, 3권은 제3의 인물인 우시카와까지 세 사람이 각 장을 번갈아 맡으며 더 다층적인 구성을 이룬다.

3권을 손에 쥔 독자라면 여전히 4권 출간에 대한 궁금증은 계속될 것이다. 하루키 자신은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건, 그 전에도 이야기가 있고 그 후에도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을 흐렸다. 이어 "그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막연하게나마 수태돼 있다"며 "다시 말해 다음 권을 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한국엔 온 적이 없는 그는 "지금까지는 웬일인지 갈 기회가 없었다"며 "하지만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마라톤 경기에 출전할 겸 개인적으로 살짝 다녀올까 하는 참"이라고 전했다.

"'이야기'는 세대나 언어를 초월해 기능하는 깊고 큰 장치이며 나는 그 힘을 믿고 싶다"라고 전한 하루키의 최신작 '1Q84' 3권에 대한 궁금증을 이 소설의 국내 첫 독자이기도 한 번역가 양윤옥(53)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다.

-'1Q84' 3권은 1, 2권에 비해 어떤 점이 다른가.

"1, 2권은 원고지 2000장 내외인데 비해 3권은 400장 정도가 늘어난 2400장 분량이다. 번역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재미 그 자체다. 특별한 가치나 의미를 찾는 게 아니라 일단 재미있다는 것이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특징이다."

-하루키 소설의 문체적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 문장을 쓰는 관점이 특이하다. 흔히 쓰는 '∼하지 않다'로 쓰지 않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씀으로써 글의 의미를 바꾼다. 보통 사람들이 '글의 깊은 의미는 없다'라고 말하는 데 비해 하루키는 '글의 깊은 의미가 있는 건 아닌지도 모른다'라는 투로 쓴다. 둘째, 문장에 의외성이 많다. 이 의외성 때문에 독자들은 다음 문장을 궁금해 하고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일본이나 한국의 독서평 가운데 '하루키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를 만큼 밑도 끝도 없이 얘기가 진행된다', 라는 악평이 있었다. 이 말에 동의하는가.

"내가 보기에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가 하루키 소설의 특징이다. 기성의 어떤 것에도 끼워 맞출 수 없는 것이 하루키 소설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독자들은 알 수가 없어서 '물음표의 풀장에서 허우적거린다'('1Q84' 1권 '공기번데기' 부분에서 나오는 말)라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허우적거림이 바로 하루키식 유영(헤엄치기)이다. 독자들의 숫자만큼 허우적거리면서 상상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하루키의 매력인 것 같다."

-하루키적 상상력의 정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상상력을 대략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건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다. 첫째, 독자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면서 각자의 감상 능력과 처지에 따라 무한 변용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1Q84'를 두고 '옴진리교를 연상시키는 사이비 종교에 대한 천착'이라거나, '아주 교묘한 연애소설' 혹은 '두 개의 세계에 대한 꼬임과 뒤틀림'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가 교차하는 SF적인 소설'이라는 평론가들의 비평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독자의 감상 능력에 따라서 무한 변환의 가능성을 지닌 게 하루키 소설이다."

-3권의 소설적 구조는.

"하루키는 3권에서 1, 2권을 해설하면서 쓰고 있다. 1, 2권을 조금씩 요약하면서 복기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2권 이후 3권의 출간까지 1년이라는 공백기를 가졌으므로 복기의 방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번역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하루키가 문장을 쓰는 데 있어 이면의 시점에서 쓰고 있다는 것. 이것은 일본식 보편적인 표현이 아니기에 번역이 다소 까다로웠다."

-'1Q84' 전3권을 완역한 입장에서 이 소설의 핵심은 무엇인가.

"1, 2권에 못지않게 3권에서는 순수함이 더 극대화된 느낌이다. 그 순수함이란 이 소설의 시작 부분인 한 소년과 소녀가 손을 한 번 딱 잡는 것에서 시작되는데 하루키는 그 순수함을 3권에서 상투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다시 말해 순수한 교감이 가장 복합적인 상태로 두드러지고 있는 작품이 3권이다. 1, 2권에서 그 순수성은 미완의 상태인데 3권에서는 완성도가 높아지고 해소된다. 사랑도 어느 정도 이루어진다. 하루키를 떠올리면 사랑을 단순하게 성공시키지는 않을 것 같은 작가인데 이번 소설에서는 아주 깔끔하게 완성을 지향하고 있다. 그 완성은 불안을 잉태한 완성이다. 다시 말해 완성을 향한 도정이라고 하겠다. 1, 2권은 인물을 등장시키고 소설을 구성해야 하므로 다소 관념적이었는데 3권에서는 스토리텔링이 더욱 강화되었다."

▶양윤옥은

17년째 일본문학을 번역, 소개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번역한 책은 줄잡아 90여권. 베스트셀러만도 6∼7종이다. 번역의 질에 관한한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 츠지 히토나리의 '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 히가시노 게이고의 '일식', 아사다 지로의 '오 마이 갓',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등이 그가 작업한 대표작이다. 2005년 일본 고단샤 제정 노마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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