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 돈황 고문서 더미에서 건진 원효 저술

2010. 2. 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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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장 오래된 8세기 '대승기신론소' 필사본 발견

단편 5점, 17세기 일본 간행본보다 600년 앞서

신라 시대의 고승 원효 대사(617~668)가 지은 대표적 저술인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의 가장 오래된 8~10세기 필사본이 실크로드의 요지인 중국 돈황의 고문서 더미 속에서 발견됐다. <대승기신론소>는 2세기 인도의 대승불교 경전인 <대승기신론>의 해석서이자 원효의 철학사상을 널리 밝힌 저술로 유명하다. 이번에 발견된 필사본은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저본이었던 1696년 일본 판본보다 최소 700년 이상 앞서는 것이다.

중국의 불교사 연구자인 승려 팅 위엔은 오는 22일 열리는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의 고대 문헌 학술세미나(서울 관문사)에 발표할 논문 '돈황사본에서 발견된 원효 저술에 대하여'를 통해 이런 사실을 10일 공개했다. 그는 논문에서 영국, 중국, 러시아에 흩어진 돈황 사본(20세기초 돈황 석굴에서 실크로드 탐험가들에 의해 반출된 막대한 분량의 고문서)들에서 <대승기신론소>의 필사본 단편 5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팅 위엔의 논문을 보면, 원효의 저술 내용은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의 영국도서관에 소장된 돈황사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됐다. 팅 위엔은 20세기초 영국의 실크로드 탐험가 오렐 스타인(1862~1943)이 가져온 돈황 문서들(스타인 문서)을 검색한 결과 <대승기신론소>의 내용중 15행을 확인했으며, 뒤이어 중국 베이징대의 소장문서 1편에서 5행,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동양학 연구소 소장문서 세 편에서 각각 3행, 10행, 9행의 단편을 추가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모두 42행에 달하는 이 단편들은 현재 전하는 <대승기신론소>와 내용이 일치하며 약간의 글자 차이만 있다.

논문을 본 학계 관계자들은 원효의 저술이 10세기 이전부터 동아시아를 넘어 서역까지 널리 읽히고 유포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획기적 발견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팅 위엔은 "8~10세기에 필사된 것으로 생각되는 돈황사본은 원효의 <대승기신론소>에 대한 가장 오래된 실물자료"라며 "17세기 일본에서 나온 판본 외에 다른 고사본이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필사본 발견은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불교사 연구자인 최연식 목포대 교수도 "원효의 저술이 당대 동아시아 불교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말했다.

<대승기신론소>는 원효가 설파한 해동종 불교철학의 기본 원리들이 저술된 명저로 당시 동아시아 불교계에서는 <해동소>라는 이름으로 널리 보급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떨쳤다. 현재 전해지는 <대승기신론소>의 텍스트는 <대정장>이나 <한국불교전서>본으로 그 저본은 일본 에도시대인 1696년 간행된 판본이 바탕이다. 그러나 이 일본 판본은 원효가 입적한 지 약 천년 뒤 출판된 것이어서 학계는 그 이전 중세기 필사본의 존재를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서는 최근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7세기 신라 학승 의적의 저술 <무량수경술기>사본 내용도 공개된다. 일본 연구자인 미나미 히로노부(국제불교학대학원대학 연구원)가 일본 미노부산 대학 문고에서 발견한 사본 분석 결과를 사진 자료와 함께 보고할 예정이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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