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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 발레열풍… 국립발레단 성인반 연습실 가다

세계일보 | 입력 2009.02.04 17:02 | 수정 2009.02.04 22:45 | 누가 봤을까? 20대 여성, 서울

 




"나도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



◇3일 발레아카데미 성인반 수강생들의 수업장면. 지난해 국립발레단 발레 아카데미 성인반의 평균 수강생은 70명. 올해 1월은 115명으로 늘어났다.
이종덕 기자
"제가 꼭 죄 짓는 느낌이에요. 아니죠? 다리 모으고 골반은 안 따라가게, 올리지 않은 아랫다리는 쭉 펴세요."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40여명의 수강생은 강사의 말에 따라 자세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3일 서울 예술의전당 내 위치한 국립발레단 발레아카데미 연습실의 풍경은 남달랐다. 발레복을 입고 발끝으로 꼿꼿이 선 채 스트레칭을 하는 것 대신 바닥에 누워 몸 전체를 발판 삼아 다리를 들어올리는 동작이 이뤄졌다.

이날 진행된 수업은 성인초급반. 아직 몸이 뻣뻣하기 때문에 누워서 자세를 고정한 뒤 동작을 배워야했다. 정진아 강사가 연이어 "무릎을 펴라"고 요구하자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얼마쯤 지났을까 "일어나라"는 강사의 말에 약속이나 한듯 "후" 숨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들에게 동작만 어려운 건 아니었다. 어른이 돼 '발레 교습소'를 찾은 이들은 새해엔 치열한 경쟁(?)도 뚫어야 했다. 발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30명 정원이었던 반은 50명으로 늘어났지만 이마저도 금세 마감이 돼 일부는 등록을 하지 못하는 보기 드문 현상이 일어났던 것. 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과 더불어 지난해 한 드라마에 발레 장면이 나온 뒤 발레 아카데미를 찾는 성인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발레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주희은(30)씨 역시 발레에 푹 빠져 있었다. 수업이 있는 화·목 저녁을 위해 회사 업무 시간까지 변경했다. 주씨는 "발레 공연을 자주 봤는데 어느 순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올해 목표는 발레 배우기"라고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몸은 뻣뻣하지만 이미 마음만큼은 하늘을 향해 있어 초급반의 수업 분위기는 뜨거웠다. 일어서서 바를 붙잡고 하는 동작이 이어지자 강사는 수강생들의 '등'을 주목했다. 등이 바로 펴져야 손 동작이 자유롭게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초급반의 진도는 아직 양손을 바에서 떼지 못한 상태였다..

"등이 쫙 펴져야 한 팔이 나갈 수가 있어요. 우리의 최종 목표는 양손이 자유로워지는 그날입니다."

수강생들의 옷이 땀에 젖어들 무렵 본격적인 동작 배우기가 시작됐다. 전혀 쓰지 않았던 근육들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느껴야 하는 시간이었다.

"다리를 밀어낼 때 복근이 움직여선 안 돼요. 다리를 들 때는 꼬리뼈 있죠, 엉덩이가 감싸서 눌러줘야 해요. 고관절이 안 빠져 나가게 꺾여서 올라가는 거예요. 시선은 항상 90도!"

자기 몸의 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는 게 발레의 매력이라 수강생들은 거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배우를 꿈꾸는 장대욱(22)씨 역시 움직임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아카데미를 찾은 케이스. 장씨는 "발레가 춤이 기본인 만큼 제대로 된 동작을 하고 싶어 등록했다"며 "배운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몸의 움직임이 예전에 비해 훨씬 부드러워졌다"고 만족해했다.

수업의 막바지에 이르자 강사는 팔동작으로 진도를 이어갔다. 이번엔 팔꿈치가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오후 7시20분부터 시작된 수업은 발레 인사를 끝으로 1시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운동은 손끝에서 끝이 났다.

정진아 강사는 "발레가 무작정 어려운 거 아니다"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무리 없이 하면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몸에 귀를 기울여서일까, 연습실을 나서는 수강생들의 뒤태가 달라져 있었다.

윤성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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