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아이, 떼쓰는 아이.. "문제는 부모야!"

변진경 기자 입력 2011. 11. 3. 09:54 수정 2011. 11. 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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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배기 딸이 밥을 잘 먹지 않자, 엄마 이혜연씨(가명·36)가 선택한 해결책은 '벌주기'. 제대로 밥을 먹지 않을 때마다 엄마는 아이의 입에 매운 김칫국물을 밀어 넣는다. 그래도 아이는 여전히 식탁 앞에서 입을 막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생 딸을 둔 신다희씨(가명·47)는 종종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으로 아이를 데리러 나간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느라 밤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예 가출까지 할까봐 걱정인 엄마는 딸이 밖에 나가지 못하게 온종일 집에 묶어두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는 더 반항할 뿐이다.

양육 문제는 부모들의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아이는 따라오지 않고, 정보는 넘쳐나는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갈피도 잡히지 않는다. 손석한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과거와 달리 부모들이 적은 수의 자녀를 잘 키우려고 애쓰는 나머지 결과적으로 자녀의 자율권을 침해하거나 완벽주의의 강박에 빠지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SBS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의 한 장면.

부모의 고민 속에서 인기를 끄는 것이 바로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양육 코칭 프로그램들이다. SBS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와 EBS < 엄마가 달라졌어요 >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케이블 채널 QTV도 영국 채널4에서 제작한 < 수퍼 내니 > 포맷을 따라 제작한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 < 수퍼 내니 코리아 > 를 11월 초부터 내보낸다. 프로그램의 형식은 대개 비슷하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의 가정을 찾아가 관찰한 뒤 전문가가 제시한 해결책을 적용하고, 일정 기간 뒤 변화된 모습을 찾아보는 식이다.

그 가운데 SBS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는 2005년 첫 방송 후 지난 10월 둘째 주 300회를 맞은 장수 프로그램이다. 그간 울보, 떼쟁이, 식탐보이, 폭력 소년 등 갖가지 종류의 골치 아픈 어린이 257명이 출연했다. 7년째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제작에 참여해온 신현원 PD(신현원 프로덕션 대표)는 "아이를 다 성장시킨 부모는 '아, 저런 적이 있었지'라고, 현재 양육하고 있는 부모는 '우리 집도 저런 모습일까?'라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들 프로그램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하나. 원인은 아이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것.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에서도 항상 문제의 발단은 아이를 둘러싼 양육자와 양육 환경에서 발견된다. EBS < 엄마가 달라졌어요 > 는 그 점을 더욱 분명히 한다. 지난 10월20일 시즌2 마지막 방송을 내보낸 이 프로그램은 변화의 주체를 '아이' 대신 '엄마'로 바꾸었다. 양육 문제로 고민하는 엄마 8명에게 임상심리 전문가, 소아정신과 의사, 연극치료 전문가 등의 조언을 제공해 세 달 동안 그 변화 양상을 살펴봤다.

끝내 갈등 풀지 못한 엄마도 많아

'솔루션'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칭찬 스티커 제도를 운영한다든가 자주 안아준다든가 하는 쉽고 단순한 방법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아이들 사이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 엄마가 달라졌어요 > 시즌2 제작을 맡은 미디어초이스의 전영건 팀장은 "누구나 다 아는 방법이지만 그 제도 본연의 뜻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문가의 조언 아래 그 속에 숨은 뜻을 이해하면서 실행했기 때문에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EBS < 엄마가 달라졌어요 > 의 한 장면. 이 같은 양육 코칭 프로그램은 자녀뿐 아니라 양육자, 나아가 가정 전체의 변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변화는 쉽지 않다. < 엄마가 달라졌어요 > 시즌1 2부에 출연한 박연진씨(가명·42)는 결국 프로그램에서 중도 하차했다.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5대 영양소를 아이들 식탁에서 구현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유익한 것과 아이가 행복한 것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라는 전문가의 조언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당장 행동으로 옮기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석 달 뒤 최종 점검에서 아이와 여전히 같은 갈등을 보이는 엄마도 많다.

이렇게 코칭 전·후가 극명하게 대비되지 않는 뜨뜻미지근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세 살 여자아이를 키우는 시청자 이 아무개씨는 "제목 자체가 '맞아, 어른의 문제지'라는 것을 짚어줘서 먼저 충격을 받았고, 내용상으로도 주변에 흔히 있을법한 부모·자식 간의 관계가 날것으로 드러나 많이 공감하면서 봤다"라고 말했다. EBS 편성기획부 임철 PD는 "단순히 '이렇게 해보세요'라고 안내하는 게 아니라 그 변화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니 훨씬 전달력이 높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엄마가 달라졌어요 > 는 사실 지난해 EBS에서 방영한 < 학교란 무엇인가 > 10부작 가운데 <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 편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전문가 코칭을 통해 달라지는 선생님의 모습을 담아낸 이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자, 제작진이 '교육 현장에서 변화가 필요한 대상'을 엄마·남편으로 넓혀 시리즈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7월부터 EBS는 < 엄마가 달라졌어요 > < 남편이 달라졌어요 > <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 를 연속으로 내보내고 있다. 그렇게 아이를 둘러싼 세 가지 환경이 바뀌어야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의 신 PD도 "이런 양육 프로그램의 시선이 아이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이를 통해 비춰지는 가정의 모습을 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변진경 기자 /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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