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조각가의 단순 美學

2011. 10. 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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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든 살에 접어든 조각가 최종태가 백지에 뭔가를 끄적였다. 모자를 벗은 머리에는 백발이 성성하다.

'入於外法(입어외법) 出於無法(출어무법) 我用我法(아용아법).' 제주도로 귀양을 간 추사 김정희가 예순 즈음에 썼다는 글귀다. "세계를 다 뒤지고 할 일을 다 해보았더니 결국 '내법(我法)'대로 그리게 됐다는 말입니다." 추사는 제주도에서 추사체를 완성하고, 그 유명한 세한도를 그렸다. 그가 추사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괜한 말이 아니다.

그 역시 여든줄에 접어들어서야 '내법(我法)' 맛을 조금은 봤기 때문이다. "요즘 먼저 가신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님께 빕니다. 조금 더 살다 가겠다고. 허허. " 구상 조각의 1세대인 그에게 '내법'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세상 평판에 신경을 썼어요. 형태도 자유롭지 않았고.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욕해도 할 수 없어. 내 식대로 그리니까. 순간에 생각나는 대로, 직감대로 작업을 해요." 작업에서 대자유를 얻은 그의 작품 40여 점이 지금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 전시되고 있다. 4년 만에 개인전으로 나무와 청동, 대리석에 여인상과 소녀상, 성모상이 빼곡하다.

예술가 내면에 평화와 안식이 찾아들었기 때문일까. 작품에도 슬픔보다는 편안한 느낌이 깃들어 있다. 그는 까다롭기로는 국내 최고 수준인 네 명의 거장과 가깝게 지냈다. 모두 세상을 떠난 이들이다. 그가 스승으로 모셨던 추상 조각의 거목 김종영 선생과 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를 표현한 화백 장욱진, 각박한 세상에 무소유 정신을 펼친 법정 스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란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난 김수환 추기경이다.

"제가 사람 복이 있는 모양입니다. 좋은 사람과 노는 게 정말 좋아요. 그분들은 모두 세상에 말하는 것과 사는 것이 같았어요. 동갑인 법정 스님은 제게 꼭 부탁할 일이 있으면 연남동 집까지 오셨지요." 성북동 길상사에 있는 '관음상'은 그가 조각한 것으로 종교 화합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불교에도 관심이 많다. 서울대 미대 재학 중에도 불교를 공부했으며 1965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반가사유상을 보고 난 뒤 무릎을 쳤다.

"자코메티 조각이 현실이라면 반가사유상은 현실을 넘는 위대함을 담고 있지요. 말로는 반가사유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지 못해요." 종교인들과 평소 친분이 두텁고 활발하게 교류한 그에게 종교와 예술은 무엇일까.

"석가모니와 예수의 생각은 같았어요. 불교에서는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하나라고 말하고, 예수는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생각하라고 했죠. 원래 종교와 예술은 한몸이에요. 진선미 역시 어떤 가치가 위인가를 따질 필요없이 한덩어리인 셈이죠." 그의 지론에 따르면 예술은 종교처럼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국내 조각계는 여전히 '추상 조각'이 대세다. 그러나 그는 50여 년 가까이 인물에만, 그것도 여인과 소녀의 얼굴에 천착했다. 최근 조각에는 '손'을 만든 작품이 눈에 띈다. "손은 근육이 복잡하고 손마디가 많아서 만들기가 가장 어려워요. 그래서 좀 연구를 했지요. 허허." 전시는 11월 13일까지. (02)720-1020 [이향휘 기자] [화보] 새색시 한복입은 엑스재팬 요시키..대단한(?) 한국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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