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과 음악캠프 맞바꿔 진행하자"

2010. 3. 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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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배철수 음악캠프 찾아 '고수 입담'

[미디어오늘 최훈길 기자]"손석희씨야 워낙 '지적'의 대가이시다.""(19일 방송 들으니)음악캠프가 개그 프로더라구요."

19일 저녁 7시 MBC 라디오. 방송 시작부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 시선집중 > 을 진행하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이날 방송 20주년을 맞는 < 배철수의 음악캠프 > 를 찾았다.

배철수씨는 "손석희씨 섭외하려고 오래 전부터 저희가 얘기 드렸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놓자, 손 교수는 자신을 흉내내는 손석해씨를 언급하며 "제가 1주일에 한번씩 출연한다"며 맞받아쳤다. 그러자 배씨도 "8개월 전부터 고사하시다가 오늘 나오신 이유"를 거듭 물었고, 손 교수는 "저는 평상시 질문만 하는 사람"이라며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어찌보면 갑을 관계 같은데 주도권을 갑이 가지니까 갑자기 을이 된다는 게 익숙하지 않아 피했다"고 속내를 밝혔다.

역시나 둘은 라디오 방송 진행에 잔뼈가 굵었다. '입담'은 1시간 동안 공방을 주고 받으며 이어졌다. 두 진행자는 서로에 대한 인물평을 소탈하게 묻거나 서로의 프로그램에 얽힌 과거사, 오랜 시간 라디오 진행을 해오면서 느낀 고충을 공유하기도 했다.

특히 손 교수가 과거 음악 프로그램 DJ 경험을 회상하며, < 배철수 음악캠프 > 일일 진행자를 파격 제안하기도 했다. < 배철수의 음악캠프 > 사상 이례적인 두 진행자의 '입담'을 지상중계 해봤다.

"1986년 10월 젊음의 음악캠프…잘리지 않았으면 인생 바뀔수도"

▲ 지난해 11월19일 < 100분 토론 > 을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손석희 교수. 이치열 기자 truth710@

▷손석희와 배철수의 인연?=

손석희 교수는 10년 전 "시선집중 시작할 때 이 자리에 왔다"며 "다음날부터 시작하는 시선집중의 선전을 부탁드리니까 (배씨가)정말 잘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손 교수는 "(시선집중을)잘 소개해주신 배철수씨와 첫 방송에서 강한 발언을 해준 김영삼 대통령" 덕분에 시선집중이 잘됐다고 거듭 밝혔다.

손 교수는 또 < 배철수의 음악캠프 > 전신인 < 젊음의 음악캠프 > DJ를 시작했던 지난 1986년 10월 경험도 밝혔다. 손 교수는 "뉴스 프로그램을 같이 (방송)하고 있는데 (회사쪽에선)'뉴스에 전념하라'면서 (계절)개편도 하기 전에 잘렸다"며 "6개월도 못 채우고 그만뒀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자 배철수씨가 "음악프로 계속 하고 싶었나"라고 묻자, 손 교수는 "하고 싶었다. 반응도 좋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아마 그때 잘리지 않았더라면 인생이 바뀔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손석희 배철수 인물평?=

배철수씨가 "몇 년째 신뢰도 1위 언론인으로 손석희가 꼽히는 것 아시죠?"라며 "(그런)이미지 갖고 계시니까 실수도 할 수 없고 피곤하지 않은가"라며 정곡을 찔렀다.

그러자 손 교수는 "어느 시사잡지에서 조사한 것인데 대표성을 갖기 어렵고, 제 나이 봐서 존경이라는 표현은 안 어울리는 것 같고, 신뢰도는 들어보니 믿을만한 구석이 있어서 그런것"이라고 조목조목 답했다. 그는 "시선집중이 저를 규정하는 부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부담스러운 것은 틀림없다"며 "(신뢰도 1위 이미지에)당연히 얽매일 수밖에 없다. 상당부분 얽매이는 부분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손석희 "배철수씨는 시선집중, 저는 오랜만에 음악캠프 오면 좋지 않나"

▲ 20일 새벽 1시 30분 경 마지막 생방송 토론을 끝낸 손석희 교수가 제자, 팬카페회원, 제작진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10년·20년 방송 고충은?=

배철수씨가 손 교수의 속내를 좀 더 파고 들었다. 배씨는 "외로울 때가 있나"고 묻자, 그는 "누구나 다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면서도 "그런 만한 틈은 거의 없다. 아침방송이라는 게 틈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씨는 "(제가 20년 동안)아침 방송했다면 사고가 많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른 아침 일어난다는 게 힘들지 않나"고 재차 물었다. 이에 손 교수는 "겨울에는 힘들다"며 "라디오 10년 해서 프로듀서상 받을 때 밝힌 것처럼 새벽에 쭈그려 앉아서 양말 신을 때 그렇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손 교수는 "방송쟁이들은 마이크 앞에 서면 기운나는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 교수는 불연 듯 진행자를 교체해서 진행하는 '라디오 데이'를 언급하며 "FM과 AM은 바뀌어서는 안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안을 드리자면 (배철수씨가)시선집중을 한번 해보시고 (저는)오랜만에 (음악캠프)고향을 와보면 좋지 않겠나"고 '깜짝' 제안을 했다.

그러자 배씨는 "새벽에 일어나면 힘들다. 시사나 정치 근방으로 웬만하면 안 가려고 한다"고 발을 뺏지만, 손 교수는 "그래서 재밌지 않을까요. 청취자가 좋아하면 해봤으면 좋겠다"고 재차 제언했다.

손 교수의 거듭된 제안에, 배씨는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웃음이 모자르다. 특히 정계에 웃기는 사람이 많이 없을까. 유머 있고 조크를 많이 하시는 분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며 "시선집중이 웃음 코드가 많은 방송 하실 기회 없나"고 '반격'을 했다. 그러나 손 교수는 "제 능력이 안돼서 못할 것 같다"면서도 "(시사평론가 김종배씨와 진행하면서 재미나게 하려고)노력은 한다"고 말했다.

배철수 "20년 동안 했으니까 여한 없다" 손석희 "배철수 30년 생각 안해 무척 서운"

▲ 배철수씨가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MBC 대회의실에서 열린 20주년 < 배철수의 음악캠프 >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MBC

▷손석희가 고른 팝송은?=

"(일상의 여유)틈이 있다면 음악 듣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 손 교수는 이날 2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의 팝송을 고심 끝에 선정해 왔다.

손석희는 이날 방송에서 첫 번째 곡으로 닐 영의 '마이마이 헤이헤이'를 고르며 "로큰롤은 죽지 않는다는 가사가 들어있다. 20년 된 배철수 음악캠프에 어울리는 곡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닐 영을 들을 때 지금은 안 계신 아버지가 주문 외우는 것 같다고 해서 핀잔을 주시곤 했다"는 팝송에 심취했던 학창 시절 추억도 전했다.

손 교수는 두 번째 곡으로 이글스의 데스페라도를 고르며 "노래방 가면 제 애창곡"이라면서 "데스페라도는 자유로운 이면의 외로움이 있는 곡인데, 그런 분위기가 나이 들어서는 좋아지는 게 있다. 무엇보다도 배철수 DJ와 어울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끝으로 제임스 테일러의 '더 프로즌 맨'을 고르며 "가사까지 다 외운다. 재밌는 내용"인데 "100년쯤 전 북극을 탐험하는 영국 선원이 배가 침몰하면서 툰드라 지역 얼음 밑에 매장된다. 나중에 발견되면서 다시 상상 속에서 태어나 프로즌 맨이 화자가 돼서 부르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씨에게 "영생하시라고 가져왔다"고 말했다.

▷배철수 손석희 방송 언제까지?=

이토록 입담이 좋은 두 진행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금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까.손석희 교수는 "청취자들이 더 이상 안 듣겠다면 MBC쪽에서 판단하지 않겠나"며 "난 매일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반면, 배씨는 "20년 동안 했으니까 여한이 없다. 이제 그만둬도 호상"이라며 "(배철수 음악캠프)10년이 넘으면서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 교수가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 배철수 음악캠프 > 30년 진행을 주장하고 나섰다. 손 교수는 "1990년 3월19일 시그널 음악과 오프닝 멘트에서 충격을 굉장히 받았다", "첫 방송과 지금 느낌이 다르지 않는 유일한 디제이"라며 "(음악캠프)'30년 생각 안 한다'는 것에 무척 서운해서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배철수씨는 "불가능하다. 물리적 나이가 있고 저도 정말 농담처럼 얘기했던 내일 모레 환갑"이라며 "물리적 나이가 있는데 아무리 젊게 산다고 해도 20~30대랑 얘기가 되겠나"고 반문했다. 다만 그는 "이제는 제가 먼저 '방송을 그만 두겠습니다'는 말을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며 시청자들의 열정에 화답했다.

배철수씨는 끝으로 손 교수에게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할지' 물었다. 그러자 손 교수는 "음악캠프로 돌아오겠다"고 자신있게 답변했다. 배씨가 "지금보다 막 살고 싶은게 있죠?"라고 묻자 손 교수는 "그런 게 있다"며 "정말 오랜만에 (음악캠프에)왔는데 고향에 온 거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배씨가 "손석희씨가 유머, 웃음이 있어 음악 디스크 자키해도 오래하셨을 것"이라고 화답하자 손 교수는 "여기는 난공불락이기 때문에 (힘들다)"며 "(음악캠프)30년 때 제가 여전히 방송하고 있다면 불러주십시오"라며 작별 인사를 전했다.

20주년 방송에서 배씨는 "몇 번이나 방송에서 얘기 드렸지만 20년 동안 올 수 있었던 것은 방송 들어주신 청취자분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클로징 멘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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