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 위암유발?.. 꼭 없애야 하나

2011. 4. 2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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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소화성궤양, 만성위염을 비롯해 위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헬리코박터균을 없애야 하는지, 아니면 그대로 놔둬도 괜찮은지 묻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학계에서도 헬리코박터균의 제균(除菌)을 놓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헬리코박터균은 조그마한 실타래처럼 생겼고 그 크기는 현미경의 고배율에서만 보일 정도로 작다. 길이는 2~7㎛(마이크로미터)이고 폭은 0.4~1.2㎛쯤 된다. 껍질에는 7~8개의 섬모가 늘어져 있어 풀어진 짚신처럼 보인다.

헬리코박터균은 다른 세균과 달리 운동능력이 활발하고 강력한 요소분해 효소를 생산할 수 있다. 또 위벽 바로 위에는 끈끈한 점액이 덮여 있어 웬만한 생물은 이곳을 뚫고 들어갈 수 없지만 헬리코박터균은 표면에 있는 5~6개의 편모를 이용해 미꾸라지가 진흙 속을 뚫고 지나가듯이 점액을 통과해 위점막 표면에 안착할 수 있다. 위 안쪽과 달리 위 점액으로 덮여 있는 위점막 표면은 산도가 아주 낮아 세균이 상주할 수 있다.

◆ 헬리코박터균 호주 의사에 의해 발견 불과 30년 전만 해도 위 속에는 염산이라는 강한 산(酸)이 있어 아무리 독한 균이라도 살아날 수 없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1983년 호주의 병리학자인 로빈 워런과 그의 조수 배리 마셜이 자신의 검사실로 오는 위조직 검사를 할 때마다 항상 위 벽에서 발견되는 균이 있음을 처음으로 의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위 벽에 붙어 있는 그 균이 검사실까지 오는 과정에서 오염된 것이라고 치부했지만 위염과 위궤양 증세가 심한 사람일수록 균의 양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세균에 감염된 위염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면 세균이 사라지며 위염도 좋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들이 이 세균을 직접 먹어 위염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인과관계를 밝혀냈다. 워런과 마셜은 헬리코박터균의 발견과 함께 위염, 위궤양, 위암의 원인 규명과 치료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까지 받았다.

◆ 잘못된 식습관이 헬리코박터균 감염 헬리코박터균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감염률이 40~50%인데,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는 전 국민의 90% 정도가 감염돼 있다. 한국은 성인의 70~80%가 감염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인성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개발도상국이나 미개발국과 같이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는 영유아기부터 감염되기 시작해 감염률이 수직상승해 10세 전후에는 절반 정도가, 20세를 넘으면 80% 이상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다"고 설명했다.

헬리코박터균의 전파경로는 대변에서 입으로, 입에서 입으로, 위에서 입으로와 같이 여러 가설이 있지만 아직 확실한 정설이 없다. 유아기 때 감염률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어린아이에게 어머니나 할머니가 음식을 씹어 먹이는 것이 주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이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높은 것은 온 가족이 타액이 묻은 숟가락을 찌개에 넣어 국을 떠먹는 식습관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러 명이 사용하는 숟가락에 묻은 타액이 찌개로 흘러들어가 다른 사람에게 감염된다는 얘기다.

◆ 헬리코박터균, 어떻게 질환 일으키나 헬리코박터균이 위암을 일으키는 과정을 보면, 위염이 만성화되면 위점막이 얇아지고 주름이 생기는 '위축성 위염'이 생기고 위축된 위 점막을 장 점막의 상피세포가 잠식해 들어가는 '장상피화생(腸上皮花生)' 단계로 발전한다.

장상피화생은 위장 표면이 꽃이 피어 있는 모양처럼 거칠어진 것을 의미한다. 장상피화생 다음에는 위점막의 표층에 암과 비슷한 세포가 생기는 '이형성증' 단계를 거쳐 위암으로 발전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헬리코박터균을 위암 유발 인자로 인정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경우 위암에 걸릴 확률이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은 대개 만성위염 증후를 보인다. 이 중 약 50%에서 위축성 위염이 발생하며 이 가운데 약 80%에서 장상피화생이 발생한다.

장상피화생 중 20%는 위암 발생이 높은 종류의 장상피화생이 발생하거나 저분화의 이형성이 발생한다. 이 중 10~20%, 전체 감염자의 0.8~1.6%에서 위암이 생긴다.

계세협 한림대한강성심병원 내과 교수는 "외국의 보고를 보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지 30년이 지나면 약 50%에서 위염이 발생한다"며 "이 중 약 40%에서 장상피화생이 생기며 약 8%에서 이형성이 생기고 1%에서 위암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 헬리코박터균 모두 제균해야 하나 위 속에 살면서 위염을 일으키고 위궤양, 위암, 임파종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을 어떻게 해야 할까.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자기 몸속에 세균이 살고 있다는 것은 매우 꺼림칙한 노릇이다.

의사들 중 무조건 치료를 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선택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균에 대한 이견이 첨예화되자 미국 국립보건원은 △소화성 궤양이 있으면 헬리코박터균을 반드시 제균해야 한다 △위염환자에게 발견된 헬리코박터균은 치료할 필요가 없다 △위암과 헬리코박터균의 상관관계는 분명하지 않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위점막이 정상이었을 때 헬리코박터균을 제균해야 위점막 위축이나 장상피화생, 이형성, 위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세균에 감염돼 20~30년이 지난 40~50대 이상은 헬리코박터균을 제균해도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고 단지 염증세포의 침윤만 소실될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송인성 서울대병원 교수는 "40~50대라면 위암을 예방한다고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하는 것보다 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검사를 받아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송 교수는 "감염된 지 얼마 안 된 20~30대 젊은 층은 헬리코박터균을 제균하면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줘 위암 예방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적극 치료해 볼 만하다"고 권장한다.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장(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센터장)은 "만성위염 치료를 위해서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할 수 있지만 이미 위축성 위염과 화생성 위염이 생성돼 있으면 헬리코박터균을 제균해도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내시경검사를 1년에 한 번씩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 항균작용하는 음식물 섭취도 도움 헬리코박터균 치료는 항생제를 사용한다. 보통 3~4가지 항생제를 1~2주 동안 복용해야 한다. 부작용은 거의 없지만 입이 쓰고 속이 거북하거나 설사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항생제 사용은 균이 내성을 가지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제균율은 과거 90% 이상이었지만 현재 80%로 떨어져 항생제 사용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는 헬리코박터균을 박멸의 대상이 아니라 '장내 생태계의 일원'이라고 주장한다. 위산분비 억제작용을 하는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했을 때 위산 분비가 지나치게 많아져 역류하는 바람에 식도염이나 식도암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들어 유산균이 함유된 발효유를 먹는 것이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막으려면 식사할 때 개인접시를 일상화해야 하고 위생적인 공동생활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항균 작용을 하는 녹차, 브로콜리, 애호박 등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참조=또 하나의 뇌 위장(송인성 지음ㆍ사이언스북스 출간)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화보] 피겨퀸 김연아, '특급' 미모 남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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