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무더운 여름, 뜨거운 보약 한 첩

박효순 기자 2010. 7. 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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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은 한의학에서 몸의 부족한 부분은 보충해주고 상대적으로 넘쳐나는 부분은 덜어주어 건강증진을 돕는 약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항간에 잘못 알려진 속설이 많아 제대로 복용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인삼잘못 알려진 속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여름철에는 보약을 먹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믿음이다. 날씨가 무더운 여름에는 쉽게 땀을 흘리면서 기운이 소모되고 진액(체액) 역시 고갈되기 쉬운데 보약의 성분 역시 같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약해진 기운과 부족한 진액을 적절히 보충하고, 이를 통해 양기를 북돋아 입맛이 나게 해주고 속을 따뜻이 하는 보약은 '건강한 여름철 섭생법'에 필요한 요소라고 한의사들은 조언한다. 경희대 한방재료 가공학과 이태후 교수는 "흔히 '여름 탄다'고 말하는, 머리가 아프고 다리가 풀어지고 기운이 빠지고 입맛이 없어지는 등의 증상은 기본적으로 기운과 진액이 많이 소모되어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런 사람들은 보약을 통해 인체의 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맥문동경희의료원 한방병원 1내과 이장훈 교수는 "흔히 몸이 힘들어서 어떠한 질병이 있는가 여러가지 검사를 받아보아도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고, 피로가 심하고 무기력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상태가 왔을 때 보약을 이용하면 원기를 회복하고 활력을 얻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임의적으로 '몸에 좋다고 하니까 복용한다'는 식은 보약으로서의 효과를 얻기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열이 많아 안좋다'며 여름에 인삼을 기피하는 경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몸의 겉은 뜨거워지지만 상대적으로 몸속은 어느 계절보다도 차가워지는 여름철이야말로 인삼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이태후 교수는 "속을 따뜻하게 하고 기력도 향상시키는 인삼이야말로 속이 차고 양기가 저하되는 여름철에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삼공사 기술연구소 손현주 박사는 "인삼에는 몸의 항상성 향상과 인체 균형 유지 등에 필요한 사포닌, 산성다당체 등 건강성분이 들어 있다"면서 "홍삼에는 산성다당체의 성분이 인삼보다 5~10배 더 많고 아미노당 등 새로운 성분까지 생겨나 면역기능 향상에 아주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 동의보감 > 에도 인삼의 효능에 대해 "성질이 따뜻하여 오장육부의 양기가 부족한 데 쓰고, 정신을 안정시키고 기억력을 좋게 하여 허약하고 손상된 몸을 보강한다"고 돼있다.

대추보약에는 인삼이나 녹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믿음도 잘못된 것이다. 개인의 건강상태나 체질적인 요인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고 필요한 약재를 사용하면 된다. 보약(특히 숙지황)을 먹을 때 무를 먹으면 흰머리가 난다는 속설도 있다. 그러나 숙지황과 나복자(무씨)는 서로 상반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약효의 감소는 있을 수 있으나, 흰머리가 나는 것은 아니다. 보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비만의 원인을 주로 수분대사장애로 발생되는 병적 요인(습담·濕痰)으로 보고 있으며 적합한 약물치료를 통하여 오히려 체중을 줄일 수도 있다고 한다.

홍삼보약을 복용할 때는 개인의 건강상 문제점과 생리적인 경향, 체질, 계절 등을 세밀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소화 흡수 기능이 좋지 않을 때에는 어떠한 보약을 복용해도 목적하는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또 감기, 장염 등 급성 감염성 질환이 있을 때 보약을 잘못 사용하면 허약한 상태에서 회복되기는커녕 오히려 병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의사들은 더위에 지치고 기운이 빠지고 입맛이 떨어질 때 생맥산(生脈散)을 복용할 것을 권했다. 인삼과 맥문동, 오미자를 1 대 2 대 1로 넣고 수시로 달여먹으면 진액을 생기게 하고 원기를 보충해 말 그대로 '맥을 다시 살아나게 한다'는 것이다.

아이누리한의원 목동점 강문여 원장은 "생활 관리를 잘했는데도 입맛이 돌아오지 않을 때 여름보약이 필요하다"면서 "여름 보약에는 비위(脾胃) 기능을 향상시켜 입맛을 돌게 하는 백출, 지나친 땀을 조절해주면서 기를 보강시켜주는 황기, 열을 식혀주며 진액을 생성해주는 맥문동 등의 약재를 기본적으로 쓴다"고 전했다.

<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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