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비싼 도넛, 맛은 저렴해

2009. 6. 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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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디저트 열풍과 함께 시장 넓혀가는 도넛 프랜차이즈 던킨·미스터도넛·도넛플랜트 맛 비교

◎ 조사 대상 :

도넛 프랜차이즈

◎ 조사 내용 :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디저트 전쟁'이다. 밥은 싼 음식을 먹더라도 커피나 디저트에 밥값보다 많은 돈을 지출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흐름을 타고 도넛 프랜차이즈도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경쟁한다. 뉴시스를 보면, 미국 브랜드 던킨도너츠의 미국을 뺀 나머지 세계 시장에서 한국 시장 매출액이 47%를 차지한다. 그러나 도넛 가격이 맛과 품질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매출, 인지도 면에서 대표적인 도넛 프랜차이즈인 던킨도너츠, 미스터도넛, 도넛플랜트 뉴욕시티 등 3곳의 도넛을 요리사 제트와 함께 먹고 가격 대비 맛에 대해 품평했다. 식재료의 원산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고나무 기자(이하 고) :

도넛플랜트 뉴욕시티부터 먹어볼까요. 블랙아웃 2600원, 마스카포네 치즈크림 4500원, 바닐라빈즈 2900원, 발로나 초콜렛 3000원, 시나몬 번즈(계피맛) 3000원, 트레스 레체 2600원입니다. 세 브랜드 중에 가장 비싸네요.

요리사 제트(이하 제트) :

도넛 하나가 4500원이면 한 끼 식사인데, 가격이 세긴 세네요. 트레스 레체는 스페인어로 '세가지 우유'라는 뜻이죠. 마스카포네 치즈크림을 먹어볼까요. 이건 도넛이 아니라 빵인데요?

고 :

왜 도넛이 아니라는 말씀이죠?

도넛인지 빵인지

제트 :

잠시 미스터도넛의 폰데링을 드셔보세요. 사람들이 도넛이라는 말에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가령 '햄버거는 이거다'라는 게 있습니다. 빵이나 고기의 질감이 이래야 한다는 게 있죠. 도넛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도넛플랜트 뉴욕시티 도넛은 빵 맛입니다.

고 :

그런가요? 하지만 그 제품을 도넛으로 부르든 빵이라 부르든 맛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맛도 별론가요?

제트 :

맛도 그저 그렇습니다. 시나몬 번즈는 며칠 지난 것 같은 맛입니다. 딱딱하네요. 번즈는 제가 미국에서 요리학교에 다닐 때 실습으로 매일 만들었거든요. 식감을 잘 압니다. 트레스 레체는 좀 낫네요. 올드패션 도넛이군요. 올드패션 도넛은 동그란 모양에 빵 안에 기름이 들어간 것입니다. 도넛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살던 네덜란드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원에 관해 설들이 많은데 가장 유력한 것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시작했다는 설이죠. 도넛플랜트 뉴욕시티는 가격이 이해 안 됩니다. 이 정도면 크리스피 크림 도넛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1000원대죠. 도넛플랜트 뉴욕시티 가운데서는 트레스 레체가 제일 낫네요. 이게 얼마죠?

고 :

2600원입니다.

제트 :

너무 비싸네요. 도넛플랜트 뉴욕시티는 빵을 도넛화한 느낌밖에 안 들어요. 미스터도넛은 폰데링이 제일 유명한 메뉴죠.

고 :

미스터도넛 폰데링을 먹어보겠습니다. 흠, 이게 도넛의 식감인가요? 쫄깃한데요?

제트 :

도넛의 맛은 식감이 쫄깃하고 가볍고 겉은 글레이즈(얇은 설탕 막)로 사각거리는 맛이죠. 도넛플랜트 뉴욕시티의 도넛은 도넛으로 먹기에는 식감이 너무 무겁네요.

고 :

말씀하신 대로 미스터도넛은 가볍고 쫄깃거리는군요. 마지막으로 던킨도너츠를 맛보죠. 맛이 왜 이렇죠? 식감이 너무 뻑뻑한데요? 저희가 맛보고 있는 던킨도너츠 제품은 쿨비타피치망고타트 1200원, 소프트글레이즈드 1000원, 핫카카오마블 1200원, 쿨 비타블루베리 1200원, 듀얼비스마르크 1200원짜리입니다.

제트 :

겉에 글레이즈가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빵 색이 노란 이유가 궁금하군요. 종합적으로 가격 대비 맛에 있어 도넛플랜트 뉴욕시티는 아쉽네요. 초콜릿 코팅 기술도 뉴욕시티랑 미스터도넛이랑 차이 나는 게 뉴욕시티 발로나 초콜렛 도넛은 칼로 썰면 깨지죠. 그런데 미스터도넛은 잘 썰리죠. 초콜릿 코팅 기술의 차이 같아요. 세 종류의 도넛을 맛봐서 배부른 와중에 미스터도넛은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맛본 세 종류 가운데 미스터도넛이 제일 낫네요. 던킨도 별롭니다.

도넛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론이 분분하다.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면, 가장 유력한 설은 네덜란드 출신 정착자들이 먹던 음식에서 기원한다는 설이다. 도넛이라는 단어는 19세기 초 문헌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미스터도넛은 모두 21개의 직영점을 갖고 있다. 이달 15일부터 가맹점 모집을 시작했다. 도넛플랜트 뉴욕시티는 17개 지점을 운영중이다. 2007년 11월 명동에 1호점이 들어선 후발주자다. 던킨도너츠는 690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음식 재료에 관해 물었다. 미스터도넛은 캐나다산 웨스턴레드스프링 밀, 도넛플랜트 뉴욕시티는 미국산 밀, 던킨도너츠는 미국산 밀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미스터도넛은 일본산 설탕을 쓴다. 도넛플랜트 뉴욕시티는 유기농 국제인증 기관으로부터 유기인증을 받은 파라과이산 설탕과 브라질산 설탕을 쓴다고 밝혔다. 미스터도넛은 말레이시아 팜유, 도넛플랜트 뉴욕시티는 국내산 옥수수유, 던킨도너츠는 기름 원료는 수입한다고 답했으나 정확한 국가는 밝히지 않았다.

원산지 표시에도 신경써주길

기본적인 음식 재료 외에 유화제(물과 기름이 잘 섞이도록 돕는 첨가물)나 증점제(쫄깃해지도록 점도를 높이는 첨가물) 등 첨가물이 있는지 묻자, 도넛플랜트 뉴욕시티는 합성첨가물, 화학첨가물, 유화제, 쇼트닝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스터도넛과 던킨도너츠는 답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비싸지 않으냐"고 묻자 미스터도넛은 "주력 상품 폰데링 가격이 1300원이라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다른 브랜드 도넛에도 1200원짜리가 있다. 실제로는 1000~1800원까지 제품이 다양하다. 또 미스터도넛은 다른 브랜드와 달리 점포에서 수제로 만든다"고 답했다. 도넛플랜트 뉴욕시티는 "지금까지 고객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제품력이다. 고단백 밀가루, 유기농 설탕 등 비싸더라도 안전한 원재료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 송치 의견 :

세가지 프랜차이즈 가운데 도넛플랜트 뉴욕시티는 맛과 질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것으로 보인다. 던킨도너츠는 맛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 도넛도 음식이다. 작은 밥집에도 음식 재료 원산지 표시를 한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세 곳 모두 홈페이지에 원산지를 자세히 표시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ㆍ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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