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욕에도 좋고 나쁜 게 있단다"

2009. 4. 24.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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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 요즘 청소년들의 욕문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아이들에게 욕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단어와 단어 사이를 이어주는 조사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다. 거짓말이 다 나쁜 것은 아닌 것처럼 욕에도 좋고 나쁜 것이 있다는 걸 알려주면 어떨까.

"너거들, 욕을 얼마나 아는지, 어데 한번 보자. 아는 대로 다 적어봐라." 난데없이 아이들에게 '욕 시험'을 치르게 하는 엉뚱한 선생님. "뭐라꼬? 이 시험지에다가 욕을 써 내라꼬?" 그렇게 욕하지 말라고 잔소리할 때는 언제고 지금은 시험지에 욕을 한가득 쓰란다. 주인공 야야는 아버지도 선생님이라 행동거지에 늘 조심해온 조숙한 아이다. "선생 딸이 욕한다."는 말 듣지 않으려고 친구들이 괴롭혀도 참고, 오빠가 놀려도 동생이라 감정을 꾹꾹 누르기만 했던 야야는 욕을 쓰다 보니 갑작스레 분해진다. 화가 마구마구 치밀어 올라 언제 머뭇거렸냐 싶게 어느새 시험지 앞 장도 모자라 뒷장까지 빼곡히 채웠다. "바보 빙신아, 문디 자슥아, 이 범보다 무서운 놈, 빌어묵을 놈아…."

선생님은 왜 욕 시험을 보게 했을까? "너거들이 말로 하지도 못하고 꾹꾹 눌러 참고 있는 기 뭔지, 너거들 마음을 어둡게 누르고 있는 기 뭔지, 그기 알고 싶더라." 야야는 선생님 앞에서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욕쟁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겁난 것도 잠시, 어느새 속이 개운하다. "그거 봐라. 욕도 쓸 데가 있다."

이 한마디에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어른들도 버릇처럼 욕을 내뱉고 책, TV, 영화의 주인공도 죄다 험한 욕을 일삼는데 아이들만 탓할 수 없다. 뜻도 모르고 욕을 내뱉는 아이들의 억눌린 마음을 읽고, 욕의 쓰임을 제대로 알려주는 일은 중요하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 야야와 등장 인물들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정겹고, '괘꽝스럽다' '오구작작' '얼밋얼밋' 등 생경하지만 맛깔스러운 우리말이 가득 담겨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8500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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