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보다 짧은 김해 진영역 승강장
코레일이 경남 김해시 진영역의 승객이 늘어남에 따라 5월1일부터 KTX1(20칸·388m)이 정차할 수 있도록 상행선·하행선에 나무 데크 임시승강장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임시승강장 위로는 고압 전류가 흐르고 있다. | 김정훈 기자
열차의 길이보다 짧은 승강장의 모습…. 임시로 설치한 나무승강장…. 그 임시승강장 위를 흐르는 고압전류는 보기에도 아찔했다. 지난 7일 찾아본 경남 김해 진영읍 진영역은 이렇게 우스꽝스럽고 위험해보였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진영역의 '일그러진 얼굴'이다.
이는 KTX 이용객 수요예측분석이 잘못 됐기 때문이다. 결국 거액의 예산을 더 들여 증축할 처지에 놓였다.
◇ 잘못된 수요예측 = 진영역은 지난해 12월15일 경전선 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신설역사로 문을 열었다. 개통 초기 진영역에서는 진영~서울 2시간39분이 걸리는 KTX산천이 평일 왕복 5회, 주말(금~일요일) 왕복 7회 운행했다.
하지만 창원시(마산역-창원역-창원 중앙역)와 김해시(진영역) 이용객은 급증했다. 결국 코레일 측은 5월1일자로 열차운영체계를 개편했다. 기존 KTX산천(10칸·201m) 대신 KTX1(20칸·388m)을 하루 3회 왕복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KTX1은 KTX산천보다 차량이 많아 두 배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진영역 KTX 이용객이 개통 직후 하루 평균 100명이었다가 현재는 300명 정도로 늘었다"며 "앞으로도 진영역의 접근성이 좋아 더 많이 늘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실제 김해시는 KTX 개통에 맞춰 봉하마을~진영역을 잇는 시내버스(14번·10번) 노선을 조정하고 시내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이렇게 진영역 접근성을 높이는 바람에 이용객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진영역이 10칸(201m)인 KTX산천에 맞춰 설계·신축된 것이다. 따라서 KTX1(20칸·388m)은 정차할 수 없다. 진영역 승강장 길이는 300m로 KTX1 길이(388m)보다 88m나 짧다.
결국 고속철도 건설 당시 국토해양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김해시 진영역 수요예측분석을 잘못한 셈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진영역은 타당성 조사 결과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인정했다. 같은 경전선 고속철도 정차역인 마산역과 창원역, 창원중앙역은 KTX1이 정차하더라도 승하차에 문제가 없다.
그래서 코레일은 승강장 양쪽에 60m씩, 상·하행선 각각 120m의 나무 데크 임시승강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임시승강장 위 5.4m 높이에는 2만5000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른다. 그리고 고압전류선을 받치는 송전지주가 임시승강장에 서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임시승강장이 불편하고 위험해 보이지만 고압 송전탑 지주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을뿐더러 안전펜스도 설치돼 있어 안전하다"고 했다.
◇ 불안한 이용객들 = 하지만 이용객들이 보기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택시기사 문모씨(48)는 "임시승강장을 만든 것도 그렇지만 승강장에 서 있는 송전탑 지주는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행사를 치르는 '아름다운 봉하 재단'도 임시승강장의 안전문제를 지적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김해 봉하마을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재단관계자는 "5월 추모기간 중에 KTX 외에도 무궁화 열차 등을 이용해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분들도 많은 만큼 진영역 임시승강장의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상황이 여의치 않자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증·개축을 요청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국토해양부와 협의한 끝에 15억원을 들여 늦어도 내년까지 승강장과 홈 지붕을 고치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는 예산확보가 쉽지 않은 상태. 따라서 승객들은 당분간 우스꽝스럽고 위험한 나무승강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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