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먹이고 씻긴 뒤 예수 말씀 전하자"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2011. 3. 11.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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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빈·헌신의 삶 다짐하는 구세군 사관학교 입학예배 가보니..

"할렐루야!"

짙은 감색 제복의 '장교'들이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우렁찬 소리로 외쳤다. 10일 저녁 경기도과천의 구세군 사관학교에서 열린 제86기 입학 환영예배. 단상에 줄 맞춰 앉은 사관학생들의 동작에 '군기'가 꽉 들었다.

이들 사관학생은 2년간 교육을 마친 후 천주교 신부, 개신교 목사와 같은 사제의 역할을 한다. 연말 거리의 빨간 자선냄비 앞에서 제복 차림으로 종을 흔드는 모습은 구세군 사관들의 삶의 일부일 뿐이다. 이들은 평생 청빈(淸貧)과 헌신의 삶을 가족과 함께 살아간다. 이날 입학한 86기생 17명은 유치원 교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으로 다양한 경력을 가졌다. 나이도 28세에서 39세까지 천차만별이다. 이 중 다섯쌍이 부부다. 구세군은 사관의 배우자도 반드시 사관이어야 한다는 독특한 원칙을 갖고 있다. 가족이 함께 감내하지 않으면 어려운 길이기 때문이다. 그 현실은 월 150만원 안팎의 급여로도 대변된다. 2011년 기준 4인 가족 최저 생계비 143만9413원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소유에 대한 집착을 삼가며 , 임관뒤에도 사택에 살면서 늘 명령에 따라 이동할 준비를 해야 한다.

작년 10월 결혼식을 올린 문형기(31)씨와 아내 김보배(29)씨도 이날 함께 사관학생이 됐다. 다른 청춘남녀들이 취미나 성격에서 매력 포인트를 찾을 때, 이들은 '헌신의 비전'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둘 다 사관이 되기로 결심하고 아프리카 에이즈 환자 사역을 꿈꾸고 있었어요. 함께 헌신할 수 있는 제 짝을 만났다는 게 정말 기뻤죠." 작년 입학을 1주일 앞두고 위암 판정을 받았던 이향숙(36)씨도 이날 입학했다. "많은 사람의 권면을 받고도 10년을 고민했어요. 수술대에 오르는데, 그때 '내가 여기 있습니다, 나를 보내소서'라는 구약성경 이사야서 말씀이 마음에 들어왔어요." 이씨는 암 수술 뒤 다녔던 울산 영문(營門·교회에 해당)의 군악대 지휘자였던 두 살 위 김기성씨와 결혼을 약속했다. 김씨도 내년 사관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함께 북한아동선교를 꿈꾼다. 이향숙씨는 "내 모든 혈기와 고집을 하나님이 내려놓게 하셨다"고 했다. 문형기씨는 "세상적 관점에서 볼 때 잃고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사역을 통해 더 큰 것을 얻는다. 순간의 쾌락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지금 여기 하나님 나라를 구하는 데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입학한 이들은 전원 사관학교 사택에서 함께 살면서 공동체 생활을 한다. 2년 과정을 마친 뒤 이들은 전국 300여곳의 구세군 복지시설과 300여곳 영문 혹은 해외 파송지로 간다. 이런 사관이 전국에 800여명, 구세군 성도는 12만명 정도다. 이들은 자신을 '그리스도의 군병(軍兵)'이라 부른다. 명령에 따라 세상 끝까지라도 가서 빈곤과 나태, 탐욕과 중독처럼 신의 영광을 가리는 것들과 '영적인 전투'를 벌이는 군대다.

☞구세군은

1865년 영국감리교 목사 윌리엄 부스가 런던의 슬럼가에서 창립했다. 사관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3S 사역'으로 요약됐다. '먹이고(soup)', '씻기고 입히고(soap)', '구원(salvation)'하는 것이다. 헐벗은 사람에게 먼저 먹이고 씻긴 뒤에 예수님 말씀을 전하자는 것이다. "1950~60년대 한국에서 구세군이 끓여주는 죽 한 그릇을 안 먹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구세군의 자부심도 이런 전통에서 나왔다. 진짜 군인처럼 본영의 명령을 받으면 2주 내에 임지로 부임해야 하는 원칙이 있다. 교회의 체계와 사관들의 계급도 군대처럼 짜여 있다.

10일 저녁 경기 과천 구세군사관학교에서 신입생 입학완영예배가 열렸다. 신입생들을 비롯한 사관학교 학생들이 함께 합창을 부르며 입학을 축하했다.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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