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단순한 테러범일 뿐 기독교인 아니다".. 세계 기독교계, 연쇄 테러범 관련 보도 우려 표명

2011. 7. 26. 18: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 기독교계가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 용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를 향해 기독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연일 내놓고 있다. 특히 25일 진행된 비공개 심리와 1500쪽에 달하는 '선언서' 등에서 용의자가 기독교와 십자군운동 등을 끌어들이자 세계 교회는 '기독교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울라프 트베이트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는 이날 테러 용의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기독교를 테러의 근거로 삼는 것은 신성모독"이라고 AP통신을 통해 밝혔다. 트베이트 총무는 "기독교인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종교와 신념이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러 발생 직후 노르웨이 경찰은 용의자가 페이스북에서 스스로 기독교 근본주의자로 밝혔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는 그를 '기독교 근본주의자' 또는 '기독교 테러리스트'로 지칭했다. 이 때문에 기독교의 교리와 사상이 연쇄 테러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비쳐졌다.

노르웨이 기독교 보수단체인 더치랜드그룹은 25일 "크리스천 보수주의자로서 우리는 희생자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를 표하고 싶다"며 "용의자 브레이비크의 폭력적 행동은 전혀 기독교적이지도 보수적이지도 않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앞서 세계복음주의연맹(WEA)도 "끔찍한 폭력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전달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독교 근본주의는 테러리즘과 거리가 멀다.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920년대 등장한 근본주의는 당시 자유주의 신학에 반대해 나온 흐름으로 삼위일체 신앙과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 부활과 재림 등 기독교 신앙의 근본을 수호하자는 운동이었다"며 "이는 용의자가 저지른 테러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브레이비크가 잘못된 기독교를 믿고 있었다는 결정적 단서는 선언서 1307쪽에 표현한 자기 정체성이다. 그는 "만약 예수 그리스도와 개인적 관계를 맺고 있다면 종교적 크리스천이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와 개인적 관계를 갖는 것을 불필요하다고 본다. 나는 문화와 사회, 도덕적 토대 안에서 기독교를 믿는다. 이것이 나를 기독교인으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김영한 숭실대 교수는 이에 대해 "성경적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를 기본으로 한다"며 "설사 용의자가 서구의 '문화기독교'에 서 있다 하더라도 사랑과 관용으로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폭력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려 한 시도는 문화기독교에서도 한참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는 내가 죽고 다른 사람을 살리는 것이지 내가 살고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goodnews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