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장로 추억하는 '인수와 함께 가는 모임'

2010. 2. 2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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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 인생은 분명 성공한 인생일 것이다. 사람됨의 진가는 세상을 떠났을 때 드러난다. 우리는 누구를 그리워하는가. 어떻게 해야 죽어서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그리운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모임이 20일 저녁 서울 일원동 밀알학교 성산홀에서 열렸다. '인수와 함께 가는 모임'이라는 이날 행사에는 머리 희끗한 노인에서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명사들도 보였다. 모두가 '인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다.

'인수'는 고려대 교수와 행정개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고 김인수 장로. 그는 세계적 경영학자이면서 동시에 OMF선교회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 등을 역임한 행동하는 신앙인이었다. 부인 김수지 서울사이버대 총장과 함께 기독교가정사역원을 설립하기도 했던 그는 2003년 불의의 사고로 하나님 품에 안겼다. 김 장로는 이 땅을 떠났지만 그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매년 기일에 추모예배를 드리다 3년 전부터 '인수와 함께 가는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2월 셋째주 토요일에 추모행사를 치르고 있다.

이날 행사는 예배와 열린 포럼, 논문발표회, 장학금 전달 순으로 진행됐다. 남서울은혜교회 박완철 부목사는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김 장로가 떠난 지 7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여 아쉬워하는 것은 고인이 생전에 보여준 신앙과 삶의 일치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가 늘 교역자 모임 등 사석에서 "정말 김 장로가 그립다. 이런 때 그 분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말한 것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좀처럼 감정 표현을 하지 않은 홍 목사가 김 장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격정적으로 말하는 모습을 보고 고인의 인품을 알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김수지 총장이 눈시울 붉히며 '내 남편 김인수'라는 글을 읽을 때 참석자들은 모두 숙연해졌다. 김 총장은 김 장로가 가정과 교회, 일터 등 삶의 현장에서 치우침 없는 걸음으로 신행일치의 삶을 살았다고 회고했다. 김 총장에 따르면 김 장로는 기윤실이 절제운동을 벌일 때에 집안 온도를 15도 이하로 유지하도록 했으며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과 퇴근 시에 치매에 걸린 장모님을 꼭 안아주며 인사를 했다. 치매 중임에도 장모는 사위에게 "자네, 고맙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아버지 학교를 참석한 뒤에는 두 자녀에게 상처를 준 20여 가지 항목을 적은 뒤 아이들 앞에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빌 정도로 믿고 배운 대로 행동했다.

평신도 사역자로서 그는 사람들이 교회에 대해 불평할 때면 "교회생활을 성실히 하십시오. 혹 교회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성경대로 생활하고 가르치십시오"라고 말했다. 잠시라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화장실에서도 소리 내어 책을 읽었던 고인은 교수 혹은 국책연구기관의 소장으로 일할 때에는 누구보다도 정력적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김 장로만큼 신행일치의 삶을 살았던 사람은 찾기 힘들다"면서 "이 땅의 크리스천들은 그의 위대한 신앙, 철저한 사랑, 걸출한 인품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모임을 준비한 장평훈 KAIST 교수와 김온양 아하코칭센터 대표코치는 "우리에게 그리워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축복"이라면서 "그분을 그리워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영역에서 믿음과 삶을 일치시키는 참 신앙인이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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