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정부 종교갈등 마무리 수순 밟나

입력 2008. 9. 30. 16:24 수정 2008. 9. 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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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범불교대회 '내부행사'로 치르기로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공직사회의 종교편향 등을 놓고 정부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온 불교계가 격앙된 감정을 조금씩 누그러뜨리며 그간 성과를 갈무리하는 수순을 밟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지리정보 시스템에 사찰정보 누락,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차량 과잉검문, 개신교 일부 인사의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악화일로로 치닫던 종교편향 시비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유감'과 '불찰'을 잇따라 표명하면서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범불교도 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인 원학스님은 30일 불교계 27개 종단의 협의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종단협) 임시총회에서 "앞서 예고했던 대구경북 지역 범불교도 대회는 호법 의지를 높이는 불교도 실천 결의대회 형식으로 개최한다"고 대회 성격을 설명했다.

원학스님은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회의 결과를 설명하던 나흘 전만 해도 지역 대회를 종교편향에 항의하는 정부규탄 성격으로 가져갈지, 국민화합과 종교차별을 막는 실천대회로 가져갈지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던 터라 이런 언급은 불교계의 정서가 한 단계 더 완화했음을 보여준다.

불교계의 종교편향 항의 강도가 이처럼 완화된 것은 추석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한 것이 추석연휴를 거치며 '해열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여기에다 지역별 대회 개최 시기를 애초 9월 말 또는 10월 초로 잡았다가 11월1일로 늦춘 점도 "그만 하면 됐다"는 불교계 분위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불교계 한 스님은 "원로 스님들은 정부와 대립해본 경험이 없어 지금 상황을 몹시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라면서 "범불교도 대회 등을 통해 충분히 의사 표시를 했다고 여기며 '그만 하자'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책위의 한 젊은 스님은 "큰 스님들의 말을 들어야 하는 점도 있지만 높아진 열기를 같은 수준으로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지도 부담스럽다"면서 "10월에 여러 사찰에서 창건을 기념하는 행사를 많이 치러 역량이 분산되는 점도 11월에 대회를 열기로 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불법(佛法)을 지킨다는 '호법' 성격을 바탕으로 지역별 대회를 불교 전통에 따른 참회와 정진을 위한 '결의대회'로 개최한다면 7월부터 시작된 '정부 규탄' 성격의 범불교도 대회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관계자는 "대구경북 대회 이후 광역권을 중심으로 지역별 조직위를 구성해 범불교도 대회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불교계 내부행사 형식이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는 한 규탄대회는 자제하고 종교 중립 입법화나 공직자 종교편향 감시기구 설립 등에 역량을 모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교계의 이 같은 기류변화에 따라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 요구도 적절한 시점에 형식과 예의를 갖춰 사과 방문이 이뤄진다면 조계종이 이를 받아들일 공산이 커 보인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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